[시승기] 세상에 미니가 편안할 줄이야..쿠퍼S 3-도어

미니(MINI)는 영국의 럭셔리 소형차 브랜드다. 1959년 처음 등장해 60년 넘는 연륜이 쌓이면서 ‘작고 귀여운 것’을 뜻하는 보통 명사로 변했다. 이렇듯 미니는 언제나 귀여운 외모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니 외모가 귀엽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연륜의 헤리티지가 깃들어 있다. 미니의 앙증맞은 외모에 사로잡혀 어느새 미니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섣부른 구매는 섣부른 이별을 부른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거친 성격을 지닌 미니에 놀라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별하는 경우도 종종 생신다. 이런 말은 4세대가 나온 지금으로부터는 옛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편해져서다.

뉴 미니 쿠퍼 S 3-도어

장맛비가 쏟아지던 2일 ‘뉴 미니 쿠퍼 S 3-도어’를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의 복잡한 도심으로부터 가평 중미산의 굽이진 길까지로 짜였다. 미니의 ‘고카트(Go-Kart) 필링’을 흠씬 느껴볼 수 있는 코스다.

신형 미니 디자인은 공개 전부터 논란이었다. 미니의 헤리티지를 완전히 잃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하지만, 실물로 마주하면 미니가 아이코닉을 잃지 않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고전적 형태의 둥근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다소 과했던 디자인을 덜어낸 게 특징이다.

시그니처 LED 라이트로 주간주행등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보닛에 자리했던 에어스쿱과 프론트 범퍼 사이드 에어커튼을 덜어내 전반적인 외관이 한층 매끈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미니 쿠퍼 일렉트릭의 공기역학 성능을 염두에 두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후면의 가장 큰 변화는 삼각형 테일램프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았다. 사진으로 보기보다 날카로운 인상은 아니다.

특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는 미니만의 귀여운 기능이 담겼다. ‘시그니처 LED 라이트’다. 헤드램프의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 디자인을 총 3가지 버전으로 바꿀 수 있다. 클래식, 페이버드, JCW 중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하면 된다.

아쉬운 점은 시동이 걸려 있으면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디자인을 바꾸려면 반드시 시동을 꺼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9.44인치 원형 OLED 디스플레이

실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9.44인치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다수 완성차가 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와중에 미니다운 선택을 했다. 원형 디스플레이는 미관상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도 넣었다. 특히 T맵과의 협업으로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반갑다. 더 이상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아쉬운 점은 인터페이스다. 원형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각형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분할해 두 가지 이상의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미니는 메인 화면에서 하나의 기능만을 수행해야 해 다른 기능을 사용하는데 번거로운 편이다.

계기판을 대신하는 컨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운전석에 자리했던 계기판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대신한다. 컨바이너 타입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화면 크기와 나타내는 정보의 양은 충분하다.

HUD 상에는 속도가 메인으로 띄워지고, 양옆에 RPM 수치, 연료량을 간접적으로 비친다. 또한, HUD 상에서 내비게이션 경로 정보와 운전자 보조 시스템 동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원형 디스플레이 하단에 자리잡은 토글 스위치

본격 시승을 하기에 앞서 시동 버튼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시동 버튼을 찾았을 때 운전자의 입가엔 미소가 번질 것이다. 시동 버튼은 원형 OLED 디스플레이 하단 중앙에 자리했다. 토글스위치를 돌려 시동을 걸 수 있다. 미니만의 감성이 돋보인다. 토글바에는 시동 외에도 주차 브레이크, 기어 레버, 미니 익스피리언스 모드,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자 경쾌하게 튀어 나간다. 신형 미니 쿠퍼 S 3-도어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하는 2000cc 4기통 터보 엔진에 스텝트로닉 7단 DCT가 맞물린다.

신형 미니 쿠퍼 S는 총 7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시동 버튼 우측에 놓인 익스피리언스 토글스위치를 위아래 조작으로 변경할 수 있다. 모드별로 디스플레이 그래픽, 인터페이스, 앰비언트 라이트 컬러 및 패턴이 달라진다.

고카트 모드를 켜면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RPM 게이지와 속도계를 볼 수 있다

중미산자락을 만나자마자 미니 익스피리언스 모드를 ‘고카트 모드’로 변경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라고 불리는 모드다. 익스피리언스 모드를 변경한 것뿐인데 “위~후!”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RPM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내부로 들려오는 배기음이 커진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만큼 조심스레 헤어핀에 중미산 굽잇길을 공략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가속 페달에 발을 얹으면, 미니는 제 길을 만났다는 듯 코너로 빨려 들어간다. 고카트 필링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코너를 만났을 때 미니의 매력은 극대화됐다.

그래서인지 아쉬운 점도 있다. 지금 기어가 몇 단에 맞물려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HUD에도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할 방법 역시 없었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부가적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원형 디스플레이 뒤에 자리한 프로젝터는 주행 모드별로 다른 그래픽과 색을 구현한다

도심에 들어서자, 서울의 정체 길이 이어진다. 이럴 땐 ‘그린 모드’가 제격이다. 가속 페달 응답성이 늦어지고, 차가 한결 부드럽게 거동한다. 비가 내리는 중미산자락을 한참 달리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 피로감은 아무래도 빗길 운전의 긴장감과 미니의 승차감에서 비롯됐다.

신형 미니의 승차감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졌다 한들, 세단과 SUV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기존 미니와 비교해 대중의 취향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건 확실하다. "미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고 물으신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한 줄 평

장점: 역시나! 미니다움..귀여운 외모, 여전히 탄탄한 운동신경

단점: 양날의 검 원형 디스플레이..인터페이스 해결할 수 있을까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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