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자폐 유병률 많은 유전 원인 밝혔다

자폐를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정신적 차이인 ‘성차’에 따른 자폐 발병 양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유전자와 유전적 조성이 규명됐다. 성별에 따른 자폐 치료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안준용 고려대 교수와 도나 월링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폐 가족 코호트(동일집단)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고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를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장 유전체는 한 종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 염기 전체를 의미한다.
 
자폐는 여성보다 남성의 유병률이 약 4배 높다고 알려졌지만 그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성차에 따른 자폐의 임상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유전 분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자폐의 성차 연구는 주로 유럽 인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인 자폐 가족의 코호트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40개의 여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와 403개의 남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를 규명했다. 이를 통해 여성과 남성 간에 서로 다른 발생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 네트워크. 한국연구재단 제공

분석 결과 여성 자폐 유전자는 주로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염색질의 주요 단백질 구성성분인 히스톤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주관하는 시냅스에 영향을 미쳤다.

자폐의 주요 유전적 원인인 신규변이와 양적유전점수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관찰됐다. 신규변이는 부모세대에서 나타나지 않지만 생식세포에서 발생해 자녀에게 전달되는 희귀한 유전변이다. 양적유전점수는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수천 개 이상의 유전 변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으로 발현될 확률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점수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적 조성의 성차가 지적장애 동반 여부 및 자폐 주요 증상 중증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어 한국인 코호트의 가족 임상표현형 데이터를 분석해 데이터에 나타난 부모와 형제자매의 유전적 조성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양적유전점수를 갖지만 인지능력은 더 높고 자폐 중증도는 더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안준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 성차 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자폐와 같은 신경발달장애의 정밀 진단을 위해서는 성별과 임상적 특징을 모두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게놈 메디신’에 9월 27일 게재됐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