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캡틴 손흥민, 11년만에 돌아온 특별한 땅 카타르에서 리더십을 보이다

"코리아? 자판?"

아랍쪽 기자들은 극동아시아인만 보면 묻는다. 언제나 국적이 궁금한가 보다.

"코리아. 오브 코스, 사우스 코리아."

뿌듯한 표정으로 대한민국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열이면 아홉이 하는 대답.

"쏜! 그레이트 플레이어! 쏜!"

호주전 다음날 '코리아'라고 하면 '쏜'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월 3일 카타르 도하 메인 미디어 센터는 손흥민의 날이었다.

2011년 당시 손흥민. 사진출처=스포츠조선

#특별한 카타르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은 특별했어요. 저의 첫 메이저 토너먼트였지요."

1월 15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손흥민은 '특별함'을 이야기했다. 카타르는 손흥민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곳'이었다.

사진출처=스포츠조선

2010년 12월 18세의 손흥민은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조광래 감독이 그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의 전지 훈련에 불러 그를 시험했다. 그리고 2011년 1월 아시안컵 대표팀으로 전격 발탁했다. 대회 장소가 바로 카타르였다.

13년전 카타르에서 손흥민은 A매치 데뷔골도 넣었다. 인도와의 조별리그 3차전 후반 36분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4대1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3-4위전까지 조광래호의 조커로 기용됐다. 열아홉의 손흥민에게 아시안컵은 성장의 기회였다. 큰 무대에서, 특히 큰 중압감을 견뎌내는 법을 배웠다. 더욱이 캡틴 박지성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박지성은 이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팀 막내 손흥민은 팀 캡틴 박지성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스페셜한 카타르였다.

13년이 지났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손흥민은 캡틴으로 아시안컵에 나섰다. 그리고 첫 경기 후 그 특별함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시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 싶어요. 저와 우리나라를 위해서. 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출처=스포츠조선

#특별한 캡틴 쏜

1월 25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 3대3 무승부 후 손흥민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맨 오브 더 매치 자격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무승부. 사실상 패배였다.

여론이 들끓었다. 온라인과 SNS 등에서는 감독과 선수들을 향한 비난으로 넘쳤다. 손흥민은 기자회견장에서 정중하게 부탁했다.

"토너먼트를 준비하기 전에 기자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먼저 부탁하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가 '선수를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지금 부탁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수들을 지금 상황에서 보호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팬분들도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 선을 넘는 반응들을 하시는데. 지켜보면 안타까운 것 같아요. 모든 선수들의 가족과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파요.

축구 선수이기 전에 한 인간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아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디어와 팬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쉽지 않은 말이었다. 분명 선을 넘는 비난은 있었다. 그러나 보통 선수들은 여기에 대해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한다. 그냥 스스로 혹은 선수들끼리 감내하곤 한다. 그러나 캡틴 손흥민은 달랐다.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것도 가장 최악의 시점이었다. 무승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두들 패배로 받아들였던 그 말레이시아전 직후. 그러나 주장 손흥민은 총대를 맸다. 후배들과 팀동료들을 위한 직언이었다. 손흥민은 그런 캡틴이었다.

사진출처=스포츠조선

#특별한 드리블 그리고 리더십

2월 2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호주와의 8강전. 0-1로 지고 있던 상황.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한국의 패색이 짙었다. 우승을 노렸던 호화군단 한국의 진군이 여기서 멈출 수 있었다.

손흥민이 볼을 잡았다. 드리블로 치고 들어갔다. 무리라고 생각했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스피드를 올렸다. 호주 수비수가 막아서려 했다. 손흥민은 발을 한 번 더 뻗었다. 그 상황을 살펴보자. 이미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것은 크로스밖에 없었다. 문전 안에는 장신의 호주 수비수들이 즐비했다. 골의 확률은 상당히 낮았다. 골 기대값은 아마도 0.3 이하였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손흥민은 크로스를 올리기보다는 한 번 더 발을 뻗었다. 접촉을 노렸으리라.

명백한 파울. 페널티킥이었다.

손흥민의 특별했던 드리블 그리고 한 번 더 발을 뻗었던 것이 주효했다. 마지막 순간 동점으로 갈 수 있는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키커는 당연히 손흥민이어야 했다. 페널티킥도 만들어냈다. 팀 내 1번 키커이기도 하다. 그런데 황희찬이 키커로 나섰다.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황희찬이 골을 만들었다. 극적인 동점골. 연장전으로 향했다. 손흥민은 연장 전반 14분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2대1. 한국은 4강으로 올라갔다.

경기 후 손흥민은 페널티킥 키커 선정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1번 키커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힘들기도 했어요. 희찬이가 자신 있는 모습으로 차고 싶다고 말했어요. 희찬이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내서 (골을) 넣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누가 차든 상관없어요. 팀에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스트라이커라면 골을 포기하지 않는다. 손흥민 역시 골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 골을 양보했다. 두 가지를 생각했다. 우선 자신감을 보인 후배를 믿었다. 그리고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팀 전체에 자신감을 높여주고 싶었다. 결국 그의 결정은 옳았다.

이제 2경기 남았다. 요르단과의 4강전 그리고 그를 돌파한다면 결승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뭉치고 있다. 특별한 땅에서, 특별한 캡틴 그의 특별한 리더십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