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톨라이니 “한국은 3대 시장, 떼루아 살린 와인 우아함 강조"

톨라이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키안티 클라시코에 기반을 둔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산지오베제 중심의 고품질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신세계L&B

“아버지는 보르도 스타일의 묵직한 바디감과 탄닌의 힘을 선호하셨다면, 저는 산지오베제를 통해 떼루아의 정수를 드러내는 우아함에 집중했습니다. 이 철학의 차이가 톨라이니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신흥 와이너리 ‘톨라이니(Tolaini)’가 창업주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색깔을 더한 경영 전략으로 한국 시장 확대에 나섰다. 설립 초기 ‘슈퍼 투스칸(국제 품종 블렌딩)’ 중심 전략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토착 품종 산지오베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스타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리아 톨라이니 밴빌 대표는 4일 서울 서초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러에서 열린 미디어 세미나에서 “한국은 소비자들이 품질을 기준으로 와인을 선택하는 ‘가치 소비’가  전 세계 수출국 가운데 세 번째로 활발한 핵심 시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엘앤비(L&B)와 18년간 이어온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국내 프리미엄 와인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지오베제 중심 재편

톨라이니는 1998년 피에르 루이지 톨라이니가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그는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 북미로 향했지만, 언젠가 토스카나로 돌아와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이후 1998년 키안티 클라시코 최남단 지역인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에 와이너리를 세웠다. 창립자가 2020년 4월 별세한 뒤 현재는 딸 리아가 경영을 맡고 있다.

리아 톨라이니 밴빌 대표가 4일 서울 서초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러에서 톨라이니 대표 와인과 떼루아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초기 경영은 창업주의 취향이 반영된 보르도 스타일의 강건하고 묵직한 와인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2008년 리아 대표가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그는 산지오베제를 기반으로 한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리고 우아함과 떼루아 표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와이너리의 성격을 바꿔 나갔다.

톨라이니의 경쟁력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희소성에 있다. 총 부지 108헥타르 가운데 포도밭은 약 50헥타르로 제한해 규모 확대 대신 단위 면적당 품질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다.톨라이니의 연간 와인 생산량은 약 25만병이다. 광학 선별기를 활용해 포도의 색상·크기·형태를 정밀 분석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포도는 과감히 제외한다.

리아 대표는 “2014년처럼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급감한 해에도 품질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3년부터 유기농 재배를 도입해 2023년 EU 유기농 인증을 취득했고 탄소 배출 저감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톨라이니는 블렌딩 중심 전략에서 단일 품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포도나무 수령이 20~25년을 넘어서면서 각 품종이 떼루아에서 드러내는 개성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리아 대표는 “품종과 떼루아의 정체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단일 산지오베제 와인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유행 대응이 아니라 와이너리 철학의 진화”라고 강조했다.

발레누오바부터 피코네로까지…대표 라인업 공개

시음회에 소개된 와인. (왼쪽부터) 키안티 클라시코 발레누오바,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비냐 몬테벨로 세테, 멜로 700, 발디산티, 피코네로 /사진=이유리 기자

시음회에서는 톨라이니의 대표 와인 라인업인 △키안티 클라시코 발레누오바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비냐 몬테벨로 세테 △멜로 700 △발디산티 △피코네로를 차례로 선보였다.

첫 번째로 소개된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발레누오바'다. 이 와인은 산지오베제 95%, 카나이올로 5%를 기본으로 양조되지만 빈티지에 따라 품종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오크 캐스크에서 약 10개월 숙성한 뒤 병입 후 4개월 이상 추가 숙성을 거친다. 연간 생산량은 약 1만3000~2만병 수준이다.

이어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비냐 몬테벨로 세테'가 소개됐다. 100% 산지오베제로 양조한 이 와인은 이름처럼 몬테벨로 포도밭의 7번 구획에서만 생산되며, 연간 약 1만병 남짓 생산되는 소량 한정 와인이다. 긴 숙성을 통해 산지오베제 특유의 구조감과 복합미를 극대화한 톨라이니의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평가된다.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와인은 해발 약 700m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멜로 700'이다. 한동안 방치됐던 고지대 포도밭을 리아 대표가 2019년부터 다시 정비해 만든 와인으로, 작황에 따라 생산량이 3000병 수준에 그치거나 아예 출시되지 않을 만큼 희소성이 높다. 100% 산지오베제로 만들어진다.

국제 품종 라인업에서는 '발디산티'가 눈길을 끌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해 만든 이 와인은 구대륙 특유의 구조감과 신선한 과실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수퍼 투스칸 스타일을 지향한다. 글로벌 와인 유통 플랫폼 와인닷컴이 선정한 ‘Top 100 Wines’에 이름을 올리며 가성비가 뛰어난 와인으로 주목받았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피코네로'는 설립자가 특히 애정을 쏟았던 와인이다.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메를로 100% 와인으로, ‘정상(Picco)’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탄닌과 풍미가 핵심이다. 프렌치 오크에서 약 18개월간 숙성해 완성돼 톨라이니 초기 철학을 상징하는 플래그십 와인으로 꼽힌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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