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안했으면"…영풍, 고려아연에 '경고장'

최지훈 2024. 9. 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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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간담회 "고려아연 자금조달 난관"
"황산 취급 거절, 영풍 죽이겠다는 의도"

"고양이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나는 꼴 안됐으면 좋겠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의 강성두 사장은 공개매수를 앞두고 고려아연 경영진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고양이는 공개매수 자금 조달을, 호랑이는 그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위기를 자초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강 사장은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정말 안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고려아연 자금조달? "구조  안나올 것"

27일 강성두 사장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공개매수 자금의 조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조가 잘 안 올 것"이라고 답했다. 영풍은 MBK에게 고려아연 경영권을 넘겨주는 조건을 달았지만, 고려아연의 경우 경영권 이전없이 자금만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고려아연 주식을 다시 누군가가 사줘야 되는데 그 비싼 가격(공개매수가 75만원)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며 "이것이 난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나는 꼴이 안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특히나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정말 안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이성훈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는 "고려아연이 차입한 자금을 제3자에게 대여하는 행위는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국에 팔 일 없다"

강 사장은 영풍 경영진에게 MBK와 손잡자고 자신이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할 수 있었다"면서도 "회사 자산이 있으니 안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면 전사가 위태워로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이제 몇몇 집안끼리 경영을 나눠할 만큼의 회사의 규모는 넘어섰다"며 "글로벌한 경영 감각능력을 가진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중국에 팔 일도 없고 해외에 팔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영풍 죽이겠다는 의도"

그는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 영풍의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수출할 수 있는 항만부두 내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이 깨지면 영풍은 황산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져 아연 생산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양사의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을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 지휘 아래 고려아연이 석포제련소를 없애려 한다"며 "망해갈 수밖에 없는데 뭐라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풍의 가장 큰 재산은 고려아연 주식"이라며 "고려아연이 확실히 망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고려아연은 향후에 망할 것"이라고 고려아연 경영진을 정조준했다.

"이그니오 투자금 모두 날아갔을 것"

강 사장은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최 회장이 이사회의 기능을 무시했다"며 "친구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사의 사모펀드 투자에 투자해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라 투자를 하면 안 됐고, 이그니오홀딩스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날아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영풍의 실적 부진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사장은 "영풍은 환경 보호를 위해 작년부터 내년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했으며, 이러한 비용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2026년부터는 서서히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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