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S 카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삼성전자 SD Express microSD 카드 발표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SD Express (SD 익스프레스) 인터페이스 기반의 microSD(마이크로SD) 카드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microSD 카드 신제품 2종을 개발하고 고성능∙고용량 microSD 카드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업계 최초 고성능 256GB SD Express microSD 카드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신제품은 업계 최초로 고성능 SD Express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SD Express는 PCIe (PCI Express) 사양을 사용하는 SD 메모리카드용 인터페이스로 2018년 6월 SD협회(SD Assiciation, SDA)에서 처음 발표되었으며, 이듬 해인 2019년 2월 MWC에서 microSD 카드 규격에 맞춰 PCIe 및 NVMe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microSD Express 규격이 나왔다.

microSD Express는 SD 7.1 사양 기준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로 초당 985메가바이트(985MB/s)를 제공하는 PCIe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며, NVMe 상위 레이어 프로토콜은 고급 메모리 액세스 매커니즘을 가능하게 만든다.

삼성전자는 저전력 설계 기술과 펌웨어 최적화로 발열 등 microSD 폼팩터 기반 제품 개발의 기술 난제를 해결해 손톱 크기만한 폼팩터에서도 최고의 성능과 안정성을 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256GB 용량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SD Express 7.1 규격을 기반으로 기존 UHS-I 카드의 연속 읽기 속도 200MB/s 대비 최대 4배까지 빠른 800MB/s의 연속 읽기 성능을 제공하여 4GB 크기 영화 한 편을 메모리카드에서 PC로 5초 안에 전송할 수 있다.

또한 SSD에 탑재했던 DTG(Dynamic Thermal Guard) 기술을 microSD 카드에도 최초 적용해 제품 온도를 최적 수준으로 유지시켜 소형 폼팩터에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DTG는 특정 온도 이상으로 오르지 않도록 제품의 성능을 단계적으로 조절하여 과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신뢰성 문제, 갑작스러운 성능 하락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56GB SD Express microSD 카드는 다음 달 양산해 B2B 공급을 시작으로 연내 B2C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SD Express 미지원 장치에서는 UHS-I 속도로 동작

디지털 카메라와 방송용 캠코더, 시네마 카메라 등 고화소 사진 및 고화질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종을 중심으로 CFexpress 표준이 적용된 메모리 카드가 SD 카드 규격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SD Express 기반 microSD 카드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SD Express 인터페이스의 실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 기기나 메모리 리더 등의 장치들도 모두 SD Express를 지원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SD Express와 UHS-II 모두 첫번째 줄의 메모리 핀은 UHS-I와 동일하게 구성하여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두번째 줄에 추가된 핀을 각자의 인터페이스 신호 레인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SD Express를 지원하는 microSD 카드들은 UHS-II와 호환되지 않고 UHS-I로 동작한다.

최근 모바일 기기 중 일부가 UHS-I보다 빠른 UHS-II 규격을 지원하는 microSD 슬롯을 탑재하고 있지만 SD Express 규격 microSD 카드는 이런 장치에 사용하더라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으며 최대 104MB/s의 제한된 UHS-I 속도로만 동작한다.

어차피 UHS-I로 동작하기 때문에 굳이 SD 카드 어댑터에 넣어 UHS-II를 지원하는 디지털 카메라 등에 쓸 이유도 없다.


SD Express 타겟 시장은 CFexpress로 이동

SD Express 및 microSD Express은 SDA에서 발표한 차세대 메모리 카드 규격임에도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삼성전자가 제품 출시를 발표했는데, 기존 UHS-II 규격조차 UHS-I 대비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제대로 보급되지 못한 상황에서 SD Express microSD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SD 메모리 카드의 메인 수요처였던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는 고급형 미러리스 및 시네마 카메라를 중심으로 가격과 성능, 용량이 우세해진 CFexpress Type A 및 Type B 카드가 SDXC UHS-II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화질 동영상 촬영 및 발열 문제 해결 가능할까

물론 CFexpress가 대체하지 못한 microSD 폼팩터는 작은 크기에 속도와 발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큰 숙제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CFexpress 뿐만 아니라 microSD 쪽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는 SD Express microSD 카드에 SSD에 쓰던 DTG 기술을 도입해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고 밝혔으나, 발열 제어를 위해 쓰기 속도를 낮추거나 스로틀링을 걸게 되고 최소 쓰기 속도를 보장해야 하는 동영상 촬영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8K 동영상이나 4K 120p급, RAW 및 Log 촬영이 가능한 고화질 영상 촬영 옵션을 제공하는 카메라들은 메모리 카드의 발열로 인해 쓰기 속도가 불안정해지거나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강제로 녹화를 중단하거나 해당 옵션을 비활성화시킨다.


이 때문에 SDA에서는 올해 microSD Express 메모리 카드 속도를 최대 2GB/s까지 2배로 늘린 SD 9.1 사양과 함께 실시간 비디오 녹화와 같이 PCIe/NVMe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최소 쓰기 성능이 필요한 장치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SD Express Speed Class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조차 이제 SD 7.x 기반 SD Express microSD를 개발한 상황에서 microSD 폼팩터 내에 SD 9.1 사양을 충족할 정도의 발열 및 성능 관리가 가능한 제품이 언제쯤 나올지는 미지수다.


UFS 카드 전철 안 밟으려면 SD Express 얼굴마담 필요

렉사(Lexar)는 지난 2021년 삼성전자보다 빨리 SD Express 및 microSD Express 카드 개발을 발표했지만, 정작 출시를 예고했던 2022년에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에도 SD Express 카드를 만들기 위한 기술은 있었지만 이 표준을 지원하는 카메라가 하나도 없고 UHS-II와 호환되지 않아 UHS-I의 느린 속도로 써야 한다는 문제는 동일했기 때문이다. 당시 렉사가 발표했던 microSD Express 카드 스펙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256GB 용량에 SD 7.0 사양을 기반으로 했다.


삼성전자도 2016년 microSD보다 5배 빠른 외장형 256GB UFS 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고사양 기기에서 microSD 규격을 대체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는데 실패하고 삼성 노트북 일부에서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 바 있다.

메모리 카드는 결국 어떤 장치의 기록 매체 또는 저장공간 역할을 하기 때문에 SD Express의 빠른 속도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카메라나 모바일 기기, 게임기 등이 나와야 시장에 보급될 수 있다.

당연히 SD Express 메모리 카드를 만든 쪽에서는 microSD 슬롯이 들어가는 모든 기기에 SD Express 지원 기능을 탑재하길 원하겠지만, 개별 기기를 만들고 파는 쪽은 제조단가 인상 및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시장에 보급되지 않은 초기 기술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런 것은 독점 규격을 만들어 수익을 내겠다는 소니(SONY) 같은 업체나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SD Express microSD를 보급하기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수익 강화를 위해 외장 메모리 지원 기능을 제거했기 때문에 어떤 제품에 SD Express 홍보대사 역할을 맡길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일단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차세대 microSD 카드 라인업 출시를 통해 미래의 모바일 컴퓨팅 및 온디바이스 AI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차별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UFS 카드 때와 마찬가지로 AI 기능을 홍보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선두타자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최신 V낸드 기반 1TB 고용량 UHS-I microSD 카드도 양산

한편, 삼성전자는 최신 V낸드 기반 업계 최고 수준의 내구성을 갖춘 고용량 1TB UHS-I microSD 카드의 양산 소식도 전했다.

최신 8세대 1테라비트(Tb) 고용량 V낸드를 8단으로 패키징하여 기존 SSD에서 구현할 수 있었던 테라바이트급 고용량을 microSD 카드에서도 구현했다. 이 제품은 방수, 낙하, 마모, 엑스레이, 자기장, 온도 변화 등 극한의 외부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그 동안 경쟁사들이 1TB 용량을 가진 microSD를 출시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삼성전자는 512GB까지를 주력 모델로 삼았는데, 1TB 제품이 출시되면 용량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TB UHS-I microSD 카드는 3분기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