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그리다] 패랭이꽃 비빈 거품으로 세수하던 어릴 적 여름날

박진순 한국화가 2024. 9.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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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 꽃은 시골 고향 마을에서 여름 개울가에 지천으로 피던 꽃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광주 고향 마을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데 패랭이꽃이 군락을 이루며 개울가 자갈밭을 온통 진한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개울가에는 진한 분홍색 패랭이꽃이 군락을 이뤄 피었고, 앞산과 뒷동산 조상들 산소 주변에는 키가 좀더 큰 연분홍색 산패랭이꽃(술 패랭이)이 하늘거리며 수줍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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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 (14)
34.5×27.5cm 한지에 수묵채색. 어린 시절 시골마을 앞 냇가 자갈밭에 군락을 이뤄서 많이 피어 있던 패랭이꽃, 꽃을 따서 손바닥에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나 시골에서는 패랭이꽃을 비누꽃이라 불렀다.

패랭이 꽃은 시골 고향 마을에서 여름 개울가에 지천으로 피던 꽃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광주 고향 마을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데 패랭이꽃이 군락을 이루며 개울가 자갈밭을 온통 진한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어릴 적 친구들은 물놀이에 싫증날 쯤이면 태양에 달궈져서 발바닥이 데일 것 같이 뜨거운 자갈밭을 맨발로 뛰어 다니며 패랭이꽃을 한 움쿰 따서 손바닥으로 비벼댔다. 그러면 비누거품처럼 거품이 일어나는데 이 거품으로 세수를 하고 목욕도 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는 패랭이꽃을 비누꽃이라 불렀다.

개울가에는 진한 분홍색 패랭이꽃이 군락을 이뤄 피었고, 앞산과 뒷동산 조상들 산소 주변에는 키가 좀더 큰 연분홍색 산패랭이꽃(술 패랭이)이 하늘거리며 수줍게 피었다.

패랭이꽃은 서민들이 쓰던 갓인 패랭이를 뒤집어 놓은 모양을 닮아 패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석죽과石竹科인 패랭이꽃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로 카네이션도 패랭이꽃을 개랑해서 재배한 패랭이과 꽃이다. 우리나라에는 술 패랭이꽃, 구름 패랭이꽃, 수염 패랭이꽃, 갯 패랭이꽃, 각시 패랭이꽃, 난쟁이 패랭이꽃, 사철 패랭이꽃 등 10여 종의 패랭이가 서식하고 있다.

패랭이꽃은 고려시대부터 여러 문인들과 화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모란이나 사군자 등과 달리 서민 이미지를 지녀왔고 문인들의 시와 그림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했다.

사대부 집의 화단이나 정원이 아닌, 무심한 길가나 냇가의 자길밭과 풀섶에서 피지만 봄부터 늦은 가을 서리가 올 때까지 끊임없이 피고 지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한국화가 박진순

인천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인천대학교와 경기대학교에서 교수 활동.

1994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국립현대미술관).

2006 서울미술대상전특선(서울시립미술관).

2006 겸재진경공모대전특선(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동방예술연구회 회원.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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