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발탁’ 수비수 이기혁, 韓대표팀 신데렐라로
포백 전환땐 측면 패스로 공격 물꼬
롱패스 10개중 7개 정확히 연결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수 이기혁(26)은 지난달 3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소속 클럽팀 강원의 사령탑인 정경호 감독(46)에게 이렇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명단에 ‘깜짝 발탁’된 이기혁에게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홍명보호’에서의 첫 경기였다.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풀타임을 소화한 이기혁은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경기 중 전술 변화에 따라 측면 수비수 자리로 이동했을 때는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기혁은 공수 모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한국의 5-0 완승에 힘을 보탰다. 정 감독은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기혁이가 우리 팀에서 뛸 때처럼 경기 중 포지션 변화에 맞춰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기혁이에게 ‘지치면 지는 것이고, 미치면 이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경기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57)은 주전 수비수였던 김주성(26·히로시마)이 무릎을 다쳐 월드컵 출전이 힘들어지자 올 시즌 한국 프로축구 K리그1(1부) 강원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던 이기혁을 최종명단에 포함시켰다. 이기혁은 수비수이면서도 킥 능력이 좋아 빌드업(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이기혁이 시도한 롱패스 10개 가운데 7개가 동료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홍 감독은 “이기혁이 왼발로 대각 방향 롱패스를 정확히 연결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기혁은 과거 수원FC와 제주에서 뛸 때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등으로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다른 수비수들보다 드리블과 패스 능력이 좋다. 2024년 강원의 유니폼을 입은 뒤부터는 스리백 중 한 자리를 담당하는 수비수로 변신하면서 수비 능력도 갖추게 됐다. 정 감독은 “(이)기혁이가 강원에 입단한 뒤부터 수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발재간이 좋은 이기혁은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마르세유 턴’(360도 회전)으로 상대를 제치며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기도 했다. 팬들은 이기혁의 대담한 플레이에 열광했지만 홍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홍 감독은 “수비수가 그런 플레이를 하면 주변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이기혁이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살린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기혁은 “개인적으로 긴장도 했지만 큰 실수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 감독님께서 월드컵에서는 강팀들을 상대하게 되기 때문에 가벼운 플레이를 하다 실수를 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셨다. 앞으로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로보=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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