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벽두부터 국내 전기차 시장에 '가격 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테슬라가 4000만원 초반대 '모델3'를 내놓으며 포문을 열자, 중국 BYD는 2000만원대 '돌핀' 출시를 예고했고 기아는 2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한 PBV(목적기반차량) 'PV5'로 맞불을 놓는 등 치열한 할인 경쟁이 시작됐다.
21일 업계예 따르면 테슬라코리아, 기아, BYD코리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장벽을 대폭 낮춘 2026년형 전략 모델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들 업체는 배터리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통해 보조금 포함 실구매가를 2000만~3000만원대로 낮춘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기차 대중화의 '제2 도약기'를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 중형 전기 세단 '모델3'가격 경쟁의 신호탄은 테슬라가 쏘아 올렸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7일 중형 전기 세단 '모델3'의 스탠다드 후륜구동(RWD) 모델 가격을 4199만원으로 확정했다. 국고 보조금 168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할 경우 서울 기준 실구매가는 4014만원이며, 보조금이 많은 지역에서는 3950만원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실구매가(약 4715만원)보다 700만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테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위해 1열 통풍시트와 2열 열선시트, 엠비언트 라이트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을 대거 삭제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앞세워 마진을 최소화하는 '치킨게임'을 시작했다"며 "3000만원대 후반의 가격은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분석했다.

BYD 소형 해치백 '돌핀'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소형 해치백 '돌핀'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BYD코리아는 조만간 돌핀을 국내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돌핀의 국내 판매 가격은 25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핀의 국고 보조금은 기본 모델 기준 109만원으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490만원)이나 기아 레이 EV(457만원)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적용한 실구매가로 비교하면 국산 경형 전기차가 더 저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BYD가 국내에 들여오는 돌핀이 2021년 출시된 구형 모델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부분변경 모델이 판매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구형 재고를 들여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아 PBV 모델`PV5`기아는 '가성비'와 '공간 활용성'을 앞세운 PBV 모델 `PV5`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아는 올해 PV5의 생산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하이루프 모델 등 라인업을 확장한다. PV5 카고 모델의 가격은 4200만~4470만원이지만, 화물 전기차 보조금과 부가세 환급 혜택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2000만원 중후반대까지 떨어진다.
패신저 모델 역시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 중후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PV5는 전용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사용 목적에 따라 시트 구조를 바꿀 수 있어 소상공인과 레저 인구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3강 체제'가 뚜렷했다. 기아가 6만609대를 판매해 점유율 27.5%로 1위를 차지했고, 테슬라가 5만9893대(27.2%)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현대차는 5만5461대(25.2%)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 모델Y는 지난해 5만397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69.2% 급증해 단일 모델 판매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제조 원가가 낮아진 데다, 주요 업체들이 마진을 포기하고 점유율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테슬라의 가격 인하 공세에 맞서 현대차와 기아가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나 프로모션을 단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