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강타 뒤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텔아비브까지 공습 경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중 레바논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대응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24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569명이 사망했다. 25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중부로 공격 범위를 넓히며 전면전 위험은 더 커졌다.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3년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이스라엘 정당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납치한 뒤 바닥을 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 지지율이 지난달 두드러지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습격 뒤 베니 간츠가 이끄는 야당 국민통합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6%까지 떨어졌던 리쿠드당 지지율은 올 여름 들어 회복세를 보였고 특히 7월 말 헤즈볼라 수장 나산 하스랄라의 오른팔로 불리던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암살한 뒤 지난달 급증했다. 이스라엘이 배후를 자처하진 않았지만 슈크르 살해 다음날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또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됐다.
지난달 리쿠드당 지지율은 20%대를 회복했고 국민통합당을 누르고 지지율 1위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19일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 지지율은 24%, 국민통합당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작전보다 헤즈볼라 공격이 주는 결집 효과가 훨씬 크다고 분석한다. 네타냐후 정부가 가자지구 작전에서 거의 1년째 인질 석방에 실패했고 공격보다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큰 반면 헤즈볼라에 공격 강화에 대한 지지는 더 굳건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 분석가인 달리아 셰인들린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뒤 (지지율) 붕괴에서 확실히 회복했다"며 "지역 수준에서" 더 공격적 조치를 취한 것이 재기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에선) '완전한 승리'라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세워 신뢰를 잃었고 여론조사를 보면 사람들은 그의 결정이 공익보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반면 "헤즈볼라와 역내 확전 위협에 관해선 결집 분위기가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인들이 확전이 가져올 결과를 두려워하긴 하지만 현 상황에선 "이스라엘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의 유대인 주민 67%가 헤즈볼라의 공격에 이스라엘이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47%는 기반시설 공격을 포함해 레바논 영토 더 깊숙한 곳에 대한 공격도 찬성했다. 신문은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이 "이스라엘 입장에서 확전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며 헤즈볼라에 대해 더 빨리 단호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23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퍼붓자 이스라엘 제1야당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전 총리조차 "때가 왔다"며 이를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라피드 전 총리는 인질 석방을 위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며 네타냐후 정부를 비판해 왔다.
분석가들은 가자지구 전쟁처럼 교착 상태에 빠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으로 전선을 넓히는 것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 이점이 있다고 본다. 전쟁 자체를 끝내지 않는 것이 지난해 하마스 습격을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한 조사를 피할 수 있는 길인 데다 인질 석방에 실패 중인 가자지구 작전에서 대중의 눈을 돌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습격 이전에도 부패 연루, 사법무 무력화 추진 등으로 대중의 반발을 산 상태였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정치학자인 게일 탈시르는 <워싱턴포스트>에 "지금처럼 헤즈볼라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전쟁 상태를 연장하는 것이 총리직에 대한 국내 위협 분산 및 지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이러한 이점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음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탈시르가 "여기는 중동이고 언제든 모든 것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만일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해 로켓 수천 발을 발사한다면 이스라엘 대중이 이를 용서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모셰 다얀 중동·아프리카연구소의 팔레스타인 연구 포럼 책임자이자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였던 마이클 밀슈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뒤 우리는 소모전을 치르고 있으며 이스라엘인들은 레바논에서도 같은 일이 더 격렬하게 일어날까봐 매우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많은 힘을 사용하면 적이 굽힐 것"이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신조가 "가자에서 통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면 헤즈볼라가 "거의 즉시"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교착 중이다.
이스라엘의 전·현직 고위 당국자 5명을 취재한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투에서 명확한 추가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을 인용해 현재 격렬한 전투의 발단이 된 지난주 레바논에서의 무선호출기(삐삐) 연쇄 폭발 사건이 이 작전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제안으로 거의 우연히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전면전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23~24일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어린이 50명, 여성 94명을 포함해 56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24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교외 공습으로 고위 사령관 이브라힘 무하마드 쿠바이시가 살해됐다고 확인했다.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간밤 3일째 레바논의 헤즈볼라 요원, 무기고, 미사일 발사대 등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고 밝혔고 레바논 국영 <NN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레바논 남부 및 동부가 공격 당했다고 보도했다.
접경 지대인 이스라엘 북부를 주로 공격했던 헤즈볼라는 중부 텔아비브까지 반격 범위를 넓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25일 오전 텔아비브를 포함해 이스라엘 중부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중부를 향해 발사된 지대지 미사일을 방공망을 통해 요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해당 공격 관련 텔아비브 인근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24일 마지막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 상황에 대해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외교적 해결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중동의 확전 위기에 대한 실질적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바이든 대통령 연설과 관련해 압달라 부 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행사에서 "강력하지도, 유망하지도 않다"고 혹평하면서도 "미국은 중동과 레바논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개입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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