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 엮인 고려아연·영풍정밀 지분…줄줄이 담보로 잡혀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제공=각 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주요 주주의 주식이 줄줄이 담보로 잡혔다. 분쟁을 진행하면서 공개매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대규모 신규 차입 과정에서 영풍정밀·고려아연 주식을 담보 자산으로 내놨다. 경영권 분쟁 이후로 주가가 올라 담보 가치는 충분한 상황이다.

영풍정밀은 10일 공시를 통해 유미개발과 유중근 씨 등 주요 주주가 맺고 있는 담보계약 내역을 밝혔다. 담보 계약을 맺은 주주는 최윤범 회장 일가다. 최 회장 본인도 이번에 보유 주식 전량을 담보로 맡겼다. 이 외에 최창규·최창걸·최창근 회장 등 친인척까지 담보 계약에 줄줄이 엮여 담보 제공 주식 수는 총 550만2534주에 달한다.

채무자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최 회장 일가가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제리코파트너스가 하나증권에서 1000억원을 차입했고, 이 과정에서 유미개발을 비롯한 최 회장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 특수관계자가 담보를 제공하는 구조다.

제리코파트너스와 하나증권간 대출 계약 기간은 6개월이지만 차환에 나선다면 최 씨 일가 주식이 재차 담보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 그간 영풍정밀 오너일가는 개인 대출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씨가 2018년 영풍정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169만4916주를 NH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3000억원을 빌렸다. 이는 공개매수 용도로 영풍은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원을 대여했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하면서 추가 실탄이 필요했는데 영풍의 대여금으로 충당했다.

담보를 받은 증권사들은 영풍과 최 씨 일가가 제공한 담보물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풍이 담보 계약을 맺은 9월 25일 고려아연 주가는 70만4000원이며 계약 체절일 당일 영풍정밀 주가 역시 2만5300원으로 양사 모두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우상향했다. 현재 주가는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오른 상태다. 담보 가치가 대출금을 웃도는 상황으로 담보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영풍이 담보로 제공한 고려아연 주식 평가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최소 담보 인정 금액인 4614억원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