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은 업보”라는 중국 언론인…그걸 응원하는 팔로워들, 대국의 민낯 [기자24시]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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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모토 나오유키 씨(52)에겐 천운이 따랐다.

1주일이 지날때까지 희망을 끈을 놓치않던 테라모토 씨는 지난 7일이 돼서야 온가족의 사망을 확인 후 생과 사의 경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웃나라에선 테라모토씨의 슬픔을 딛고 벼락스타가 된 이가 있다.

"일본 지진은 업보"라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중국 관영 하이난 TV 간판 아나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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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의 지진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이난 TV 아나운서 샤오청하오는 “지진은 업보” 발언 이후 해고됐다. 하지만 해고 이후 그의 틱톡 팔로워수는 닷새만에 100만명에서 800만명으로 급증했고, 무려 3억1000만 명이 그의 계정에 ‘좋아요’를 눌렀다. [틱톡 캡쳐]
테라모토 나오유키 씨(52)에겐 천운이 따랐다. 신정 맞이 야간 근무로 하루 늦게 외갓집 귀성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단 하루의 시차였다. 그 사이 강진은 이시카와현 아나미즈 지역을 덮쳤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용케 목숨을 지킨 그는 자신의 생명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내와 세 자녀, 시댁 일가족 등 총 10명의 식구들은 그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1주일이 지날때까지 희망을 끈을 놓치않던 테라모토 씨는 지난 7일이 돼서야 온가족의 사망을 확인 후 생과 사의 경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웃나라에선 테라모토씨의 슬픔을 딛고 벼락스타가 된 이가 있다. “일본 지진은 업보”라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중국 관영 하이난 TV 간판 아나운서다.

명문 푸단대 출신의 그는 강진 이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영상을 올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언급하며 “‘바오잉(報應·업보)’이 왔나? ”라며 일본 강진 소식을 전했다. 이어 “새해 첫날 이처럼 큰 천재지변이 발생했으니, 올해 내내 일본 전체가 먹구름에 휩싸일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논란이 일자 하이난 TV는 그를 해고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틱톡 팔로워수는 닷새만에 100만명에서 800만명으로 급증했고, 3억1000만 명이 그의 계정에 ‘좋아요’를 눌렀다.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그의 발언은 정의로웠다. 중국인의 마음을 대변했다”며 공공연한 응원을 보냈다. 혹자는 “TV에서는 볼 수 없지만, 더우인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며 이를 ‘표현의 자유’와 결부시키려고 했다. 일부 현지 매체들 역시 누리꾼들의 옹호 여론을 그대로 전하며 그의 발언을 은근히 두둔하는 논조를 유지했다.

한중일 3개국의 역사가 지독하게 얽혀 온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과거사 문제, 무역 보복, 오염수 방출 등 동아시아 3국간 얽히고설킨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국가 간 갈등에도 성역은 있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애국심도 이성적이라야 한다. 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민낯에 한줌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한재범 글로벌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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