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 분석하니…"불필요 vs 안 하면 불안" 청년 스펙 쌓기 악순환

이연우 기자 2024. 7.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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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교육의봄, '기업-취준생의 채용 미스매치' 관련 포럼
자체 조사 결과 발표 후 전문가 종합 토론 진행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기업-취준생의 채용 미스매치의 실태와 원인' 포럼을 개최했다. 김선희 교육의봄 연구원이 청년 취업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우기자

 

뽑을 사람이 없다는 구인자와, 뽑아주질 않는다는 구직자 사이의 간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직무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채용이 이뤄지다보니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미흡해지고 과도한 '스펙(Spec) 쌓기'만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11일 서울 용산구에서 '기업-취준생의 채용 미스매치의 실태와 원인'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선 ▲청년 취업 실태(김선희 교육의봄 연구원) ▲매출액 1천대 기업의 입사지원서 분석과 시사점(전선희 교육의봄 연구팀장) ▲국내 기업 채용 공고 분석과 시사점(오동근 OPR연구소 부대표) ▲대학 취업 교육의 현실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최성욱 서강대 취업지원팀장) 등의 제4발제가 이뤄졌고, 끝으로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 취준생은 ‘영어성적’, 기업은 ‘자격증’…인식차 여전

올해 교육의봄이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주거비 및 생활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취업 준비에만 들이는 월 평균 비용이 '10~20만원'(33.9%) 선이라고 답했다.

'20~30만원'도 28.1%가량으로 나타났고, '0~10만원' 21.4%, '30~40만원' 8.9% 등이 뒤따랐다.

취업 준비 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자격증 취득비'(35.3%)였다. 다음으로 '학원비 및 온·오프라인 강의비'(33%), '교재·물품 등 구입비'(18.3%), '스터디카페 등의 공간 대여비'(10.3%) 순이었다.

교육의봄 제공

취업준비생들이 채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펙 1위는 '영어성적'(5점 중 4.52점)이었다. 이어 '자격증'(4.48점), '인턴경험'(4.32점), '출신학교'(4.12점), '학점'(3.92점), '수상이력'(3.92점) 등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기업의 생각은 달랐다.

인사담당자들은 취업준비생들을 볼 때 '자격증'(3.34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후순으로 '인턴경험', '영어성적', '출신학교', '학점', '대내외활동' 등이 차지하면서 취준생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김선희 연구원은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취업준비생들이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2개월"이라며 "우리나라 채용 시스템이 서류 전형과 일반 면접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이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마구잡이식으로 스펙을 늘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취준준생'(취업준비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필요한 스펙 쌓기가 많다. 기업과 취준생간의 인식이 달라 채용 미스매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 10곳 중 9곳 ‘출신 학교·외국어 점수·자격증’ 묻는다

교육의봄 연구팀은 국내 매출액 기준 1천대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수집,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월7일부터 5월26일까지 잡코리아 플랫폼에 채용공고를 올린 169개 기업이 대상이다.

먼저 전체 기업 10개 중 7개가량(115개·68.04%)은 '기업 자체 양식'의 입사지원서를 쓰고 있었다. 지원자가 기업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작성(지원)하는 식이다. 외부 양식을 쓰는 기업들은 '잡다'(31개·18.34%), '잡코리아'(19개·11.24%) 등을 활용 중이었다.

교육의봄 제공

이 중 잡코리아 입사지원서 양식을 활용하는 기업을 제외하고 150개 기업만 별도 분석한 결과, 99.3%의 기업이 '출신학교(학부)'를 묻고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 외에 '외국어 공인 점수'(98.0%), '자격증'(98.0%), '출신 대학원'(96.7%), '성적(학점)'(93.0%)도 대부분의 기업이 입사지원서 항목에 담고 있었다.

지난 2014년 4월께 대통령 직속청년위원회가 국내 100대 기업 중 95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수집해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10년 전이던 당시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개인)사진 첨부'에 대한 실정만 줄었을 뿐이지 전반적인 '스펙 중시' 현상은 오히려 강화된 모습이었다.

전선희 연구팀장은 "전체적으로 취준생이 입사지원서의 각 항목들에 대해서 '(서류 합격에) 영향이 있다'고 인식하는 게 인사담당자에 비해 매우 컸다. 즉 지원서 내 항목 기재란이 존재하는 한 취준생들은 그 항목 하나하나마다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면서 "직무에서 불필요한 스펙 항목을 과감하게 제거하거나 줄여야 하고, 자유 이력서를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Must have 요건만 보면 되는데…”

구인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효과적인 모집을 위해 직무기술서에 기반한 모집 공고가 요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당수의 기업이 지원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직무 소개를 하고 있어서, 채용이 이뤄지더라도 입사자들의 조기 퇴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단순히 지원 자격만 명시할 게 아니라, 직무수행 요건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적합한 사람이 많이 지원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구인'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오동근 부대표는 "포털 사이트에 공고 내고 끝내는 수동적 모집이 아니라, 자사의 직무나 제도를 균형적으로 현실에 맞춰 설명하는 적극적 모집이 돼야 한다. 그게 기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단계로도 이어진다"며 "직무에 필요한 기술, 경험, 인적 속성만 적게 해서 'Must have'(반드시 갖춰야할) 요건과 'Nice to have'(있으면 좋은) 요건을 분류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합격 스킬'에만 치우쳐진 대학 교육 등이 문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경기 침체로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경쟁 심화로 스펙이 상향 평준화 된 가운데 여전히 대학 취업교육 등이 ‘기업체 전형 과정’에만 대학 집중됐다는 것이다.

최성욱 팀장은 "단기 취업률 실적 중심의 구조가 있다 보니 정성적 평가 요소보다도 인턴 횟수나 자격증 개수 등 정량적 평가 요소를 추구하는 게 제도권의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기업도, 취업도 서열화가 극심해졌고 결국 취업포기자가 속출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스펙 쌓기로 사교육 등의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취준생의 우울증 등 부담을 덜어 행복하게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주최한 '기업-취준생의 채용 미스매치의 실태와 원인' 포럼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가운데,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연우기자

■ 자기소개서처럼 입사지원서도 변해야 취준생 부담 ↓

끝으로 토론에선 '과도한 스펙'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다며, 이에 대한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해결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 등이 오갔다.

오 부대표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스펙이 ‘많다’는 게 문제라기보단, ‘불명확하다’는 게 문제다. 지원자가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불안감에 이것저것 과한 준비를 하게 되고 그게 과도한 스펙이 되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려줌으로써 취준생들의 스펙 부담을 떨궈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좀 더 깊이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상당수가 입사지원서에 대해 ‘실제로는 평가 사항이 아닌데 항목에는 들어있다’고 답했다. 이건 ‘단순히 참고하기 위해 항목에 넣었다는 것’과 ‘관행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항목에서 빼지 않은 것’ 두 가지의 이유”라며 “실제로 근무 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인지 기업들이 꼼꼼히 살펴봐야 ‘많은 스펙’을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고 부연했다.

최 팀장은 “여러 스펙들은 입사지원서의 1차 허들(hurdle)이다. 여기서 탈락자들을 걸러내자는 거지, 역량 뛰어난 이들을 뽑아내자는 게 아니다”라며 “이제는 ‘이거저거 다 잘하고 직무역량까지 좋아야 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소개서 문화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원서는 변화가 없다. 취업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제 상황이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는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는 실상,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 “모두가 손해 보는 쳇바퀴를 멈추기 위한 집단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다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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