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가 '비'라고요?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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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진눈깨비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을 가리킨다.
그래서 보통은 진눈깨비를 비가 아니라 눈의 한 종류로 본다.
그러니 진눈깨비란 말의 '비'는 그 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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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진눈깨비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을 가리킨다. 처음엔 금방 녹지만 어느 정도 내리면 바닥에 쌓인 아주 엷은 눈이 슬러시같이 되어 조금 질척이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보통은 진눈깨비를 비가 아니라 눈의 한 종류로 본다. 그러니 진눈깨비란 말의 '비'는 그 비가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한국인은, 대체로 크기에 따라 눈을 셋으로 구분한다. 진눈깨비, 싸라기눈, 함박눈. 그 밖에도 눈 관련어가 여럿 있으나 이들은 대개 전문가 영역에서 쓰여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사실상, 일상 구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상어로서 진눈깨비는 비가 눈으로 바뀌거나 거꾸로 눈이 비로 바뀔 때 생겨나 눈의 기점이 되는 말이다. 지역적으로는 진눈깨비(진누깨비)가 전국적으로 쓰이는 가운데 일부 지역 화자들이 '눈비, 비눈, 물눈'(전남 및 경남 해안)이나 '진갈비, 진개비, 진가리'(강원·경북) 등의 어형을 사용한다. 형태상으로 보아 '눈비'계는 비교적 뜻이 명료하나 '진갈비'계는 불분명하다.
그런데 예전에 땔감으로 썼던 솔가리(땅에 떨어져 쌓인 솔잎)의 방언형들(솔갈비, 솔개비, 솔가리)이 '진갈비'계와 아주 평행한 모습을 보여 매우 흥미롭다. 둘 다 후속 요소로 '-갈비/개비/가리(쌓여 있는 작은 더미)'를 가졌다. 이로써 진갈비 등이 바닥에 얇게 쌓이는 젖은 눈을 나타내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진눈깨비는 '진(물기가 많은)-눈-개비'로 분석된다.
다음으로, 싸라기눈은 쌀알보다 작은 크기의 약간 단단한 눈이다. 그리하여 싸라기눈이 오면 바닥에 튀어 뒹구는 자그마한 눈 알갱이들을 볼 수 있다. ᄉᆞ레기눈(제주)만 제외하고 지역에 상관없이 싸래기눈, 싸락눈, 싸리눈을 섞어 쓴다. 모두 싸라기(부스러진 쌀알)와 관련된 형태다.
마지막으로 함박눈. '함박'이 들어간 단어들이 대체로 크다는 뜻을 지니니 어원을 짐작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통상적으로 함박눈은 1㎝ 정도지만 싸라기눈은 1㎜ 이내, 크기에서 꽤 큰 격차를 보인다. 그래서인지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싸라기눈과 함박눈 사이에 딴 표현 하나를 더 두기도 한다. '한국의 언어 민속지'(왕한석)를 참조할 때 강원도 삼척 지역의 '허깨눈'이 그러한 어형이다. 솜처럼 사뿐사뿐 내려앉지만 쌓이지 않고 허깨비처럼 사라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일 터이다.
명칭이야 어떻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까, 안 올까. 아니 새벽에 이미 진눈깨비라도 내렸을까.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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