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바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이 오프로더는 단순한 SUV를 넘어선 ‘럭셔리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무려 5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이 차량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를 자랑했고, 2023년 기준 누적 생산량 50만 대를 넘기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리고 2024년, 드디어 순수 전기 버전인 G580 with EQ 테크놀로지가 실차로 출시되며 또 한 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전기 G바겐의 초기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출시 1년 만에 판매량은 고작 1,450대. 이는 같은 기간 내연기관 기반 G바겐이 기록한 9,700대에 비하면 7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북미에서는 생산량보다 수요가 적어 재고가 쌓일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습니다. '오프로더'라는 장르 특성상,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제약이나 항속거리 불안은 크나큰 단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580 EQ는 기술적으로 엄청난 도전을 담은 모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G클래스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G63, G450d와 함께 이 전기 G바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직접 운전하지는 못했지만, 극한의 오프로드 코스를 함께 운행하는 차량들의 움직임을 통해 G580 EQ의 기동성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차가 오프로드에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은 이번 시승에서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전기 G바겐은 무려 85cm까지 도강이 가능하며, 이는 내연기관 대비 15cm 더 깊은 수치입니다. 간단한 구조와 높은 열 효율, 그리고 모듈화 덕분에 냉각이나 방수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죠. 복잡한 구동계를 단순화하면서도 성능은 더 강화한 셈입니다.

문제는 ‘무게’입니다. G580 EQ는 무려 116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고, 공차중량이 3,085kg에 달합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약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돌렸습니다. 4개의 전기모터가 각 바퀴를 담당하는 쿼드 모터 시스템으로, 최대 출력은 432kW, 토크는 무려 1164Nm에 달합니다. 이는 AMG G63보다도 32kg.m 더 높은 수치로, 순발력이나 등판 성능에서는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변속기와 차동기어가 필요 없는 전기차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G580 EQ는 2단 저속 기어를 탑재했습니다. 이는 험로에서 더욱 정밀하고 강력한 구동을 위함인데요. 이로 인해 차동기어 조작 없이 크롤링 모드만으로 험지를 주파할 수 있어 오프로드에서의 조작성은 더욱 간편하고 직관적입니다. 조용한 주행감 덕분에 오프로드의 긴장감마저 누그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섀시도 변화가 있습니다. 후륜에는 드 디옹 액슬이 적용되었는데요, 이는 양쪽 바퀴가 하나의 튜브 형태로 연결되는 구조로, 일반적인 액슬 빔보다 구조적으로 복잡합니다. 다만 전기모터의 부피를 회피하기 위한 설계로 해석되며, 강성과 접지력을 동시에 잡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며 새로운 패키징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오직 G580 EQ에서만 가능한 세 가지 기능도 인상 깊습니다. 첫째는 제자리 회전이 가능한 'G턴', 둘째는 회전 반경을 줄여주는 'G스티어링', 셋째는 가상 엔진음을 제공하는 'G로어 모드'입니다. 특히 G턴은 3톤이 넘는 차량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며 오프로드에서 기동성을 크게 높여줍니다. 이 모든 기능은 전기 파워트레인이기에 가능한 기술입니다.

다만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도 많습니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392km에 불과하며, 고속 충전으로도 80%까지 충전에 32분이 걸립니다. 완속 충전 시 시간은 더 늘어나며, 충전 인프라 부족이 큰 부담입니다. 가격도 문제입니다. 초도 물량 기준 2억 4천만 원대, 보조금도 제외됩니다. 전통적인 G바겐 마니아와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층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가격대입니다.
그럼에도 전기 G바겐은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럭셔리 오프로더의 대표 모델이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당장은 실패작일지 몰라도, 미래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고배기량 SUV 대신 전기 오프로더가 주류가 되는 시대가 온다면, 그 시작에는 분명 G580 EQ가 있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