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오명 우리은행, 소비자 상대론 ‘이자장사’ 눈총

하반기만 6차례 금리 인상…4대 은행 중 가산금리 ‘최고’·금리인하 수용률 ‘최저’
[사진=우리은행]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이 친인척 부당대출이 적발돼 비판을 사고 있는 우리은행이 소비자를 상대로는 이자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산금리를 가장 높게 책정하고, 소비자들의 금리인하 요구는 거절하는 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하나·신한·KB국민·우리은행)중 우리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평균 4.4%로 가장 높은 반면 1년 만기 가계정기예금금리는 평균 3.51%로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평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0.89%로 가장 높았다.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예대마진은 높아진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 이자는 낮추고 대출 이자는 높이는 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단 의미다. 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은행은 26일부터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오피스텔 등 아파트 외 주담대 금리를 최고 0.4%포인트 인상한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고 0.4%포인트 인상한다.

또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인상할 계획이다. 먼저 대면 우리전세론(HF·SGI·HUG) 우대금리는 갈아타기를 포함해 축소한다. 고정금리 2년 상품 금리를 0.30%포인트 높인다. 대환대출 특별 우대금리(0.60%포인트)도 폐지한다. 이밖에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2~0.4%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은 하반기 들어 여섯 번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2일과 24일, 이달 2일과 12일, 20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리를 높인 바 있다.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한 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곤 하지만 금융소비자에게만 이자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또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소비자들의 금리인하 요구에도 가장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13만8942건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소비자들의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한 건수는 3만954건으로 수용률은 22.3%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은 35.3%였고, 하나은행 27.5%, KB국민은행 23.5%로 우리은행이 소비자들의 금리인하 요구를 가장 많이 거절한 것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심지어 우리은행이 소비자의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해 인하해준 가계대출 금리는 0.15%p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금리를 0.42%p 인하해줬고 뒤를 이어 신한은행 0.36%p, KB국민은행 0.19%p 수준으로 금리인하가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데다 소비자들의 금리인하 요구에도 가장 인색한 셈이다.

시민단체에서도 우리은행의 이자장사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점은 우리은행이 고객의 예수금으로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을 내주면서, 정작 돈을 맡긴 고객은 홀대한다는 점이다”며 “대출금리가 높더라도 예금금리 역시 높다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상쇄되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은행의 1년 만기 가계정기예금금리는 3.51%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은 소비자 신뢰가 생명인데, 정작 우리은행의 최근 경영행태를 바라보면 소비자 신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며 “전 회장에겐 부당대출을 일삼으면서 소비자를 상대로 예대마진 폭리를 취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