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3대 AI강국"] 안전·안보역량 조기확보… AI 규제 확 푼다
'위험 대응' 내달 안전연구소 설립
정부가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 출범과 함께 AI기본법 제정, AI 관련 규제 개선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AI가 가진 잠재력이 사회와 산업, 생활 곳곳에서 가치로 연결되려면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법제도와 질서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이 AI 관련 법 체계를 구축하고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가장 기초적인 AI 기본법도 제정하지 못하고 있어 AI 규범 경쟁력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국가AI위원회에서 국가 AI혁신 비전을 담은 '국가 AI전략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AI 안전·안보역량 조기확보를 통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주도'를 4대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
우선 AI 발전과 안전·신뢰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도록 'AI기본법' 연내 제정을 추진한다. 전세계적으로 딥페이크 범죄, 사이버 위협 등 첨단 AI로 인한 위험이 확대되면서 AI 안전·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고도화된 AI 위험에 대응하는 국가 전담기관인 'AI안전연구소'도 11월 설립한다. 군사·안보분야의 책임 있는 AI 활용과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도 확대한다.
그동안 논의가 있을 뿐 속도가 나지 않던 AI기본법 제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금까지는 기본법에서 AI 산업 진흥을 우선할 것인지, AI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규제를 우선할 것인지 방향성도 모호한 상황이다. 글로벌 AI패권경쟁에서 한국형 빅테크를 육성하려면 진흥을 우선하면서 자율규제와 핀셋규제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가 규제 거버넌스가 아닌 정책 거버넌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AI 기본법으로 법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작권과 개인정보가 보호하는 핵심 가치는 유지하되 혁신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를 전향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토터스미디어가 최근 인재, 인프라, 운영 환경, 연구 등 7개 역량을 분석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지수'를 살펴보면 미국이 AI 경쟁력 1위, 중국이 2위다. 지난해와 동일하다. 특히 미국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았다. 3위는 싱가포르, 4위는 영국, 5위는 프랑스다. 지난해 10위권 밖이던 프랑스는 자국 언어와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개발하는 등 AI 주권(소버린 AI)에 집중하면서 대폭 순위를 끌어올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AI를 주요 산업에 적용하는 역량은 뛰어나지만 입법 환경과 대중 신뢰 등을 반영한 운영 환경 지표에서 35위에 머물렀다. 미국이 지난해 AI 관련 법안을 23건 통과시킨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AI 관련 법안이 전무하다. 그나마 22대 국회 초반부터 AI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에 따라 연내 법안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26일 기준 22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AI 기본법안은 총 11건이다. 대체로 AI 산업 진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윤리규범, 이용자 보호 등 AI 신뢰성 규제를 함께 담고 있다.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점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공지능의 발전과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안',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의 '인공지능 기본법안' 등이다. 지난 24일에는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AI 산업 육성 여건을 조성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인공지능산업 진흥 및 신뢰 확보 등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 법안 중 일부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고 지난 24일 공청회를 진행했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공청회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AI 도입률은 약 28%로 OECD 국가 중 1위이지만 AI기술 경쟁력은 미국 등 AI 선도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AI 기술기업을 육성할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도 "미국·중국과 우리 AI 기술 사이에는 격차가 크다"면서 "우리만의 차별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이 AI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는 자발적인 노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법 하나로 (진흥과 규제)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규제할 대상을 명확히 한 다음 기본적으로는 AI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확산과 혁신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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