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관광 갈라파고스' 한국.jpg
지난 9월 9일 오후, 미국에서 온 랜스 샤코스키(33)씨는 서울 명동 유네스코빌딩 앞에서 연신 휴대폰을 매만지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묻자 그는 휴대폰을 내밀며 "명동이 어디냐"고 물었다. 샤코스키씨가 보여준 것은 '구글맵(구글 지도)'이었다. 그동안 여행한 모든 나라에서 구글맵의 '길 찾기' 기능을 이용해 도보로 길을 찾았는데, 어쩐지 먹통이라는 것이다. 기자가 "바로 이곳이 명동"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밝게 웃으면서도 "한국에선 구글맵이 안 되는 거냐"라고 물었다.
지난 9월 10일 오전 인천 송도의 '인천글로벌캠퍼스' 인근에서 만난 미국 출신 교환학생 줄리아 랜다(22)씨는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와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배달음식 먹기'다. 넷플릭스 등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며 기숙사에서 '치맥'을 하는 게 로망이었단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배달을 시켜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입부터 어려운 배달 애플리케이션 탓이다. 랜다씨는 "'배달의민족' 앱을 추천받아 설치했지만, 휴대폰 본인인증을 하라는 첫 화면부터 어려웠다"고 전했다. 따로 본인을 인증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고 한다. 그가 살던 미국에선 어떤 앱이든 '구글 계정으로 계속하기(Continue with Google)'를 통해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구글맵도 우버도 안 되고, '본인인증' 벽도
이처럼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처럼 살아보기'는 요원한 것일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디지털 인프라는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사용하기 어렵거나, 한국만의 '토종 앱'이 너무 강해 외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버, 구글맵 등 공통된 서비스로 편리하게 여행하는 것이 추세지만, 한국만 소외된 '관광 갈라파고스'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높아지지 않는 요인으로도 꼽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3.8% 증가한 770만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재방문율은 제자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019년 58.3%였지만 작년 56.1%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외국인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불편은 '구글맵'이 사실상 먹통이라는 것이다. 구글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앱이지만, 한국에서는 정밀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샤코스키씨는 기자에게 "구글맵을 켜고 해당 장소를 찾은 뒤, 무슨 교통수단으로 이동할지 '길찾기'를 통해 찾는 게 보통의 여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구글맵은 길찾기 서비스나 고화질 위성지도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안보상 이유로 지도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한 법규 때문이다. 구글은 2007년 이후 정부에 지속적으로 반출을 요청하고 있는데, 구글이 요청하는 데이터는 실질적으로 국내 지도 앱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탓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커뮤니티에는 "인천공항 입국장에 '구글맵은 당장 지우고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설치하시오'라고 써 붙여 놓아야 한다"는 우스개도 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토종 앱'들을 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는 우리나라에서 차단되어 있다. 한국에서 우버에 접속하면 한국 전용 앱 '우티'로 전환된다. 택시 호출 서비스라 이것만은 합법인데, 가맹 택시가 토종 '카카오T'에 비해 적다. 카카오T를 설치해 접속하려면 카카오 계정이 필요하다. 랜다씨는 "미국 전화번호로 계정을 만들 수 있었다"며 "해외 카드를 등록할 수 있는데, 허용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더라"고 전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은 '본인인증'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앱이 최소한 국내 휴대폰 번호를 요구한다. A씨는 "한국에 잠깐 체류하는 단기 여행자들은 이심(eSim)을 이용하는데, 이때는 사용자 등록이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용카드 번호가 필요하거나 계좌 인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어딘가 회원가입을 할 때면 부담부터 된다"고 토로했다. 외국인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현행법은 간편결제라는 접근매체를 발행할 때도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기존 계좌 활용 등의 방법을 사용하게 돼 있는데, 외국인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45802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 하는게 구글맵 안되는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