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최근 파업 결의대회에서 보인 과격한 행동이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합리적 투쟁을 지향하는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전삼노가 경영진을 향해 벌인 조롱 섞인 퍼포먼스를 막기 위해 결의대회 전날 경찰에 직접 제재 요청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 넘는 전삼노, 경찰에 제재 요청한 초기업노조
27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23일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를 앞두고 전삼노 측이 준비한 과격 행동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긴급히 움직였다.
최 위원장은 행사 전날인 22일 평택경찰서에 제재를 요청했다. 전삼노가 준비 중인 경영진을 조롱하는 샌드백 타격과 사진 찢기 및 밟기가 노조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 행위를 깎아내릴 수 있어서다. 또 일반 시민과 임직원에게 강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초기업노조로부터 전삼노의 과격 행위를 자제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경찰 역시 인파 사고 우려와 미신고 행위임을 근거로 전삼노 측에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했으나 전삼노는 아무런 답변 없이 이를 무시하고 퍼포먼스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파업 결의대회 당일 평택캠퍼스 앞에는 노조 추산 4만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투명한 상한 폐지’를 외치며 투쟁했다.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차분하게 집회를 진행됐지만 경영진을 향한 일부 도를 넘은 조롱 행위가 빛을 바래게 했다.
현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DX부문장(사장) 등을 조롱하는 샌드백 치기나 사진 훼손 퍼포먼스가 자행됐다. 초기업노조가 지향하는 합리적 투쟁과는 거리가 먼 행위로, 결의대회를 지켜보는 국민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권익향상 대신 인신공격, 명분 잃은 전삼노
초기업노조는 전삼노의 움직임이 노동운동의 본질을 외면한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판단해 이례적으로 경찰을 통한 제지라는 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최승호 위원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경영진을 향한 원색적인 조롱은 초기업노조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오직 조합원의 요구에 부응하는 집회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이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연대하는 전삼노는 과거의 과격한 투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삼노가 조합원의 권익 향상 대신 경영진 인신공격을 택하면서 노동조합의 단체행위가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 노동운동은 합리적 대화를 중시하는 초기업노조와 과격주의에 매몰된 전삼노로 명확히 갈라졌다. 경찰의 행정지도마저 무시하며 과격 행동을 강행한 전삼노의 태도는 향후 노사 협상 과정에도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는 향후 진행할 단체행동에서 전삼노가 또다시 이 같은 퍼포먼스를 재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돌출 행위가 노동조합 전체의 신뢰도 실추와 국민여론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본지는 전삼노 위원장 직무대행과 사무국장 등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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