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에서 신화로'... 역대 경남 올림픽 메달리스트 누구?

올림픽만큼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스포츠 축제가 또 있을까. 과정 자체가 이미 힘들기에 출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메달까지 딴다면 더 영광이겠다. <경남도민일보>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사를 통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감동적인 투혼으로 신화를 만들어낸 도내 메달리스트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문경하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골키퍼./주찬우 기자

기억하나요 여자 핸드볼 '우생순' =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없었지만, 경남 선수들이 역사를 만들었던 해다. 가장 인구에 회자된 종목은 바로 여자 핸드볼. 과거 올림픽 영웅들이 투혼을 불사르며 다시 참가했고, 노장과 신진이 섞인 대표팀은 연장에 재연장, 승부 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도 은메달에 머문다. 한국과 덴마크의 결승전은 AP통신이 선정한 2004 아테네 올림픽 10대 명승부전으로 뽑혔고, 2008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으로 만들어진다. 결승에 오르기까지는 당시 창원경륜공단 소속이던 신예 골키퍼 문경하의 활약이 컸다. 문경하는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신들린 선방을 선보였다. 오영란의 부진으로 전반 중반부터 투입된 문경하는 연거푸 프랑스 선수의 슈팅을 막아내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교체되기 전까지 37개의 프랑스 슈팅 중 무려 15개의 세이브를 기록해 결승 진출의 일등 공신이 됐다.

당시 밀양시청 소속이었던 손승모는 배드민턴 남자 단식 사상 첫 메달을 따냈다. 메달과 함께 그의 이력도 주목을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의 권유로 라켓을 쥔 손승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오른쪽 눈이 셔틀콕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했다. 선수 생활은 물론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지만 그는 오히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또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치게 돼 매 게임 통증이 그를 짓눌렀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창원 성지여고 출신의 이경원도 라경민과 짝을 맞춘 배드민턴 여자복식에서 땀으로 일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테네에서 가장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이는 당시 창원경륜공단의 최민호. 남자 유도 60㎏급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최민호는 무리한 감량으로 인한 근육경련으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패자부활전을 거치며 승승장구해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의 첫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진종오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1위를 기록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받은 뒤 한국 응원단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사격 진종오, 전설의 시작 = 2008 베이징 올림픽은 경남대 출신 진종오의 전설이 시작된 대회다. 이해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 부문에서 북한의 김정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과 베이징 올림픽 10m 권총 은메달 등 두 번이나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그는 주 종목인 50m 권총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며 '은메달의 악몽'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한국 사격으로서는 16년 만에 맛본 천금 같은 '금메달'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경남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총 9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경남 선수들이 딴 메달만으로도 세계 24위에 해당할 정도다. 당시 두산중공업 소속 이창환은 양궁 남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임동현·박경모와 함께 출전해 이탈리아를 누르고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배드민턴은 경남 선수들의 선전이 가장 돋보인 종목이다. 마산 성지여고 출신 이경원은 이효정과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또 남자 복식에서는 밀양고 선·후배인 이재진-황지만 조가 값진 동메달을 합작했다. 고성 출신 유원철은 남자 체조 평행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유원철은 마산 성호초교 - 마산중 - 경남체고-한국체대를 나온 대표적인 경남 체조 선수다. 진주 출신 복서 김정주는 웰터급(69㎏)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베이징 올림픽 복싱에서 유일한 메달이었다. 야구에는 마산용마고 출신 장원삼이 있다. 장원삼은 12와 3분의1이닝을 던지면서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투구로 승리에 힘을 보탠 것도 인상적이었다. 2004년 여자 핸드볼의 감동이 이때도 이어졌다. 마산무학여고 출신 박정희는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해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창원시청 소속으로 20212년 런던올림픽 양궁 단체 금메달 주역이 된 최현주. /경남도민일보 DB

'텐, 텐, 텐, 텐, 텐' 양궁 최현주 =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당시 창원시청 소속 양궁 최현주가 단연 스타였다. 최현주는 중국과 결승전에서 2엔드부터 4엔드 첫 발까지 연속 5발을 10점 과녁에 꽂았다. 폭우가 쏟아진 초반 기보배의 치명적인 6점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상대 실수와 최현주의 5연속 골드 덕분에 승기를 잡았다. 최현주는 어깨 부상으로 인대 강화제를 맞는 투혼을 발휘하며 올림픽 7연패의 위업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펜싱에서는 남해 출신 김지연이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당시 세계랭킹 6위였던 그는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제압하더니, 결승전에서는 세계랭킹 2위 소피아 벨리카야(러시아)까지 누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남해군에는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리기도 했다.

사격에서 창원시청 소속 김종현이 첫 올림픽 출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금의환향했다. 2008년 창원시청에 입단 한 이후 화약총에 입문해 소총3자세를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세계 정상권에 서는 쾌거를 달성했다. 진종오는 이때도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을 모두 석권하며, 대회 2관왕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경남대 출신 김현우는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한국 레슬링에 금메달을 안겼다. 축구에서 64년 만의 메달이란 금자탑을 달성한 홍명보호에는 경남 출신 김창수와 남태희가 있었다.

경남체고 졸업생 박상영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 펜싱 역사상 에페 부문 최초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남도민일보 DB

'할 수 있다' 신드롬 펜싱 박상영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할 수 있다'는 주문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진주 출신 박상영이 불굴의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보여줬다. 결승전 경기는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대역전극이었다. 3세트 10-14로 밀리면서도 그는 '할 수 있다'를 외쳤고 마법처럼 주문은 통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 등 수차례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를 넘긴 그의 선수 생활 궤적 또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 대회에서 양산 출신 정보경의 유도 은메달 역시 감동이었다. 정보경 역시 경남체고 3학년 때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선수 생명을 잃을 위기를 넘겼다. 이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오뚝이처럼 부활했다. 당시 창원시청 소속 사격 김종현은 런던 올림픽에 이어 리우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창원 출신 정경은도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값진 동메달'로 노 메달 위기의 한국 배드민턴을 구했다.

레슬링 김현우 역시 감동이었다. 김현우는 16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온 동메달 결정전에서 그는 손을 잘못 짚어 팔이 탈골됐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끝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격의 간판'이 된 진종오는 베이징, 런던에 이어 공기권총 3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 120년 역사 최초로 사격 개인전 3연패 기록이다. 이런 그의 독보적인 실력 탓이었을까, 이후 도쿄 올림픽에서는 50m 권총 종목이 폐지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2021년에 열렸다. 이해에는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에서 경남산악연맹 소속 천종원의 도전이 빛났다. 이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기에 메달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실수에 발목이 잡히며 예선 10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펜싱에서는 박상영이 단체전에서 동메달, 한국국제대 출신 송세라가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역대 경남 올림픽 메달리스트

/정리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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