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에 '삼각김밥'이 너무 많다? 문제 해결 나선 운동가들
일본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에선 늘 엄청난 양의 식품이 유효기간이 지나지도 않은 상태로 버려진다. 레이첼 뉴워 BBC 기자는 수도 도쿄에서 이를 바꾸고자 노력 중인 환경운동가들을 만나봤다.
도쿄 소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리코 모리나가는 원래 주말 밤이면 친구들과 모여 놀곤 했다.
그러나 올해 2월 3일은 달랐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밤은 ‘세쓰분(입춘 전날)’으로, 봄을 맞이하는 일본의 명절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날이기도 하다.
세쓰분엔 보통 ‘에호마키’라는 김초밥을 먹기에, 일본 전역의 상점에서 이를 판매한다. 그러나 세쓰분의 밤이 끝나면 에호마키 수십만 개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모리나가는 “상점 입장에선 고객들이 찾는 상품을 언제나 갖추고 있어야 하기에 진열대를 항상 채워놓는다”면서 “이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모리나가는 올해 세쓰분을 맞아 다른 자원봉사자 십여 명과 함께 일본 전역의 편의점 101곳을 돌며 오후 9시 이후 진열대에 남아 있는 에호마키 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오후 9시 6분에 들린 시부야역 근처 ‘패밀리 마트’엔 72개가, 오후 9시 18분에 들린 ‘세븐 일레븐’엔 93개가 남아있었다.
해당 조사를 조직한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 언론인이기도 한 이데 루미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본 전역의 편의점 5만5657곳에서 700~800만엔(약 6000만~7000만원)어치 상당의 에호마키 94만7121개가 버려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데는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자 이러한 조사 결과를 ‘야후 재팬’에 공개했다.
그렇게 에호마키는 일회성 문제를 넘어 일본 내 광범위한 식품 쓰레기 문제를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 그리고 에호마키를 통해 삼각김밥, 초밥, 도시락 등 상하기 쉬운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편의점들이 이 문제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데는 수많은 편의점들이 365일 24시간 영업하는데, 이러한 편의성 뒤엔 “소비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식품 쓰레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이데와 모리나가를 따라 도쿄의 여러 편의점을 방문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열대엔 삼각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간편식, 과자류 등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그날 밤이 끝나기 전 판매되는 상품도 있겠지만, 당시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상품 대부분이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라는 게 모리나가의 설명이다.
“식품을 그저 버리는 게 일상화됐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편 편의점 업체들이 폐기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에 그 심각성을 정량화하기도 어렵다.
일본의 두 주요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 일레븐 재팬’과 ‘로손’ 측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점의 식품 폐기량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요 편의점 브랜드인 ‘패밀리마트’ 측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이들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하루에 5만6367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2020년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자국 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 소속 매장에서 연간 평균적으로 468만 엔어치의 식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1년으로 따지면 총 2600억엔 이상 규모다.
이데는 “이토록 많은 양의 식품이 버려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면서 특히 일본에서 소비하는 식품의 63%를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식품 폐기로 인해 낭비되는 자원이나 돈도 문제지만, 폐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일본에선 쓰레기를 주로 소각 처리한다)는 기후 변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일본 당국은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와 관련해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490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일본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는 980만 톤이었다.
그리고 2012년 기준 640만 톤에 달했던 유효기간 전 폐기된 식품 규모가 2021년 523만 톤으로 줄어드는 등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환경 운동가들은 여전히 일본 당국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는 각국이 2015년 수준을 기준으로 놓고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데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더 많았던 2000년을 기준으로 하면서 일본 정부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를 비롯한 환경 운동가들은 편의점의 식품 폐기량 축소를 첫 단계로 삼아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에만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도 있지만, 외국에도 적용할 만한 보편적인 해결책도 존재한다.
편리함의 대가
이데가 식품 폐기라는 치명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켈로그 재팬’에서 근무하던 이데는 대피소에 기부하는 구호 물품을 담당했다. 그런데 구호소에 도착한 식품 중 도움이 필요한 이재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도시락과 빵 수천 개를 전달했지만, 식사 표준화 문제 등 여러 관료주의적 문제로 인해 수많은 식품이 배분되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것이다.
이데는 고개를 흔들며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터무니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를 계기로 이데는 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진실을 마주하게 됐고 분노에 휩싸이게 됐다. 결국 퇴사 후 줄곧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에 전념하고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데의 이름을 안다. 이데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기사를 내거나, 책을 쓰거나, 세미나를 여는 등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리나가의 말처럼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세븐 일레븐 재팬’의 노조위원장인 마사후미 가와노에 따르면 이데는 편의점 기업 입장에선 “전국에서 가장 싫은 사람”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하지만 이데만 노력하는 건 아니다. 이데는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만만치 않은 열정을 지닌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아울러 여러 업계 관계자들도 동참해 편의점 업계의 어두운 관행이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데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쿠라 킨조가 그 좋은 예시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킨조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정말 관심이 많아 오사카 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 소속 매장에 취직해 내부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킨조의 요청으로 편의점 브랜드명을 밝히지 않는다)
킨조에 따르면 매장 문을 닫기 1시간 전부터 동료들과 함께 진열대의 식품들을 폐기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 하루에 버려지는 상품만 50~70개 정도다. 이렇듯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식품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킨조와 동료들이 버리는 상품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그러나 먹어도 문제가 없는 상품들이다. 유효기간이 지나서 버린 게 아닌, 생산에서 유효 날짜까지의 기간 중 3분의 2만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에게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한 업체 측의 전략이다.
킨조는 “유효기간이 3~4일 남았음에도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직원들은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들을 먹거나 집에 들고 갈 수도 없다고 한다. 점주들이 돈을 내고 사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에 한번은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삼각김밥을 몰래 꺼내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뒤에서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식품 폐기의 추가적인 비용
한편 이데는 이렇게 매장 진열대에서 일찌감치 버려지는 상품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이중으로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피할 수 없는 손해를 만회하고자 상품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으며, 지역 쓰레기 소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많은 돈이 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로 인해 개인이 지불하는 대가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점주 입장에선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에서 식품을 구매하고, 버려지는 상품에 대한 비용 대부분도 부담한다. ‘세븐 일레븐’ 측 대변인 또한 가맹점들이 음식물 쓰레기 비용의 85%를 부담하고, 본사의 부담률은 15%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게다가 가와노 위원장에 따르면 가맹점은 모든 재고 품목에 대해 본사에 비용을 지불하기에, 어떤 상품이 팔리거나 버려지든 간에 상관없이 본사는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한다.
일본의 모든 편의점 브랜드가 이러한 소위 ‘편의점 회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데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본사는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과잉 주문을 유도하며, 이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가와노 위원장 또한 “본사는 버려지는 양에 상관없이 더 많은 식품을 매장에 공급해 더 많은 이익을 본다”며 동의했다.
“본사 입장에선 버려지는 것도 여전히 이익에 해당하죠.”
아울러 가와노 위원장에 따르면 점주들은 매일 상품을 과잉 주문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시즌 상품도 더 많이 팔아야 한다는 압박에도 시달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쓰분을 앞둔 12월경, ‘세븐 일레븐’ 본사는 모든 가맹점주에게 전년도 에호마키 판매량의 1.5배를 주문하라는 공문을 발송한다고 한다. 일본에서 보통 12월 24일이나 25일에 먹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본사는 매년 전년도에 비해 더 높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량 목표를 설정한다”는 가와노 위원장은 “(가맹점주들은) 그 목표치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가맹점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손해를 최소화하고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남은 시즌 상품을 사비를 들여 사들이기도 한다. 한 노동조합원은 에호마키 100개 정도를 사야만 했으며, 집에 크리스마스 케이크 25개를 들고 와야만 했던 이들도 있다.
가와노 위원장은 이들이 본사의 질타 혹은 계약 해지가 두려워 이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목표치 달성에 대한 압박은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와노 위원장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맹점주들을 여럿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엔 주로 추운 계절에 판매하는 상품인 어묵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27세 청년도 있다. “이 청년이 이 업계 일을 하게 된 첫해였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이미 질책당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한편 ‘세븐일레븐 재팬’의 대변인은 가맹점에 판매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가와노 위원장 또한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지시를 따를 의무가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는 따라야만 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건 권력 구조의 문제”라는 가와노 위원장은 “본사가 지시하면 가맹점들은 반강제적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하는 매장들도 일부 있다.
매장 내 실험
도쿄 도시마구엔 여느 편의점과는 색다른 편의점이 있다. 겉으로만 보면 그냥 평범한 ‘로손’ 편의점같아 보인다. (‘로손’은 원래 미국 업체였으나, 현재 일본에 본사를 두고 운영 중인 편의점 브랜드다) 그러나 눈치 빠른 고객이라면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다.
취재진은 비 내리던 어느 봄날 해당 매장을 찾았다. 보통 밝은 파란색과 흰색으로 된 로손 간판 대신 이곳 매장엔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의 상징과 같은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간판이 걸려 있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봇이 쾌활한 목소리로 이곳은 쓰레기 배출량 감소를 위해 운영 중인 실험 매장 ‘그린 로손’이라고 안내해 줬다.
‘로손’의 야오이 스기하라 수석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우리는 편의점이 (지속 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스기하라와 동료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몇몇 과감한 접근 방식” 등 다양한 해결책을 도입했다.
우선 이곳 진열대에 놓인 신선식품의 양과 종류는 일기예보, 현재 사회 상황, 과거 판매량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예측값을 내놓는 인공지능(AI) 툴에 의해 결정된다.
아울러 이 AI를 통해 진열대에서 치워버리기 전 미판매 상품의 할인 시기를 결정한다.
물론 이러한 첨단기술이 필요 없는 해결책도 있다. 일반적인 개방형 냉장고 대신 문을 달아 냉기를 유지한다. 또한 이 매장에선 남은 식용유를 재활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지역 바이오가스 기업에 기부하며, 개인 컵을 소지한 고객에겐 커피값을 약간 할인해 준다.
또한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종이 쇼핑백을 두고 갈 수도 있으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마련된 푸드뱅크에 식품을 기부할 수도 있다. (다만 이곳 매장이 자체적으로 기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초창기 몇몇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일례로 일부 손님들은 비닐봉지나 무료 일회용 수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 “언짢아”하기도 했다는 게 스기하라의 설명이다.
대신 대나무로 된 일회용 수저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매장 내 여러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또한 AI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음식물 쓰레기 배출 줄이기와 고객들을 만족시킬 만한 다양한 김밥과 샌드위치를 구비하는 것 사이 적정 지점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스기하라는 “고객들은 비어있는 진열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부분에서 갈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미적지근한 고객들의 반응으로 인해 로손 본사는 현재로선 추가적인 그린 로손 매장 개점 계획이 없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그린 로손이 아닌 매장에서도 냉동식품 비율을 늘리거나, 유통기한 임박 식품에 대해선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음식물 쓰레기양을 줄이고자 선반 맨 앞에 진열된 음식을 집어 가자는 정부의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그리 이러한 노력 덕에 2022년 로손은 전반적인 음식물 쓰레기양을 2018년 대비 23% 줄였다고 한다.
이데는 로손은 일본 내 편의점 브랜드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편의점 브랜드의 경우 긍정적인 발전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변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로손과 마찬가지로 ‘세븐 일레븐’ 또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에 대해선 가맹점들이 할인해 줄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가와노 위원장은 할인 혜택을 대부분 금지했던 이전 정책 기조와 비교한 큰 변화라고 언급했다.
한편 법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는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장하는 ‘식품 손실 및 폐기물 감소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입법엔 이데의 로비 활동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예를 들어 해당 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아직 유효기한이 지나지 않은 식품을 푸드뱅크 등에 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품으로 누군가 병에 걸릴 경우 책임을 져야 하기에, 기부를 주저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이에 대해 킨조는 식품 기부자들을 보호하고자 지난 1996년 미국에서 제정된 ‘빌 에머슨 착한 사마리아인 식품 기부법’과 같은 법이 일본에서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간사이대학교 로스쿨에 갓 입학한 킨조이지만, 푸드뱅크, 식품 기업, 시청, 법조인, 정치인 등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구성하는 등 법률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데는 편의점의 식품 경제 시스템이 변해야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로손’과 ‘세븐 일레븐’의 대표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편의점 회계 제도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확인했다.
그렇다 해도 가와노 위원장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 뭉친 가맹점주들의 힘을 믿는다며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2020년 당시 가맹점주들이 힘을 합쳐 영업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낸 덕에 더 이상 본사의 24시간 영업 정책을 강제로 따를 필요가 없게 됐다는 사례를 들었다.
편의점 회계 제도 개선이 그다음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희망을 뒷받침할 만한, 작지만 유의미한 데이터가 있다.
올해 ‘세븐 일레븐’ 가맹점주들은 본사와의 협상 끝에 지난해 대비 에호마키 판매 목표량을 95%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년도 목표보다 더 크지 않게 목표량을 설정한 최초의 사례다.
가와노 위원장은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이는 마치 혁명과도 같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