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가 지난 16일 첫 DLC 콘텐츠 '아와지의 덫'을 출시했습니다. 10시간 분량의 스토리와 미션, 활동이 포함된 이번 DLC를 통해, 플레이어는 본편에서 미쳐 확인할 수 없었던 엔딩 이후 이야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실제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의 결말은 상당히 갑작스러웠고, 게임 내내 벌여 놓은 떡밥들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끝맺음되었습니다. 14년 전 실종된 주인공 나오에의 어머니가 사실은 암살단의 일원이었고, 야스케는 자신을 노예로 만든 템플 기사단의 음모를 밝혀냈지만, 본편에서 플레이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3개의 신기 중 2개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하는 신생 암살단의 모습 뿐이었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이번 DLC를 즐기기 위해서는 본편 메인 스토리를 모두 완료해야만 했습니다. 이후 게임에 다시 접속하면 새로운 퀘스트 마커가 생기고, 나오에와 야스케가 '아와지 섬'으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죠. 아와지의 지도자가 '시노비'를 붙잡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나오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붙잡힌 시노비가 자신의 어머니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와지 섬으로 떠납니다.

DLC를 시작하면 거의 곧장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스토리 전개는 여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와 다르지 않습니다. 악당은 보통 템플 기사단 일원이고, 암살자는 우리 편이죠. 이번 DLC의 핵심 또한 아와지를 통제하는 일당들이 사실은 템플 기사단을 숭배하는 자들이며, 본편에서 우리가 그렇게 찾아헤맸던 마지막 신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와지 섬은 '오쿠니'라 불리는 여성 지도자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마을 사람들이 비참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곳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오쿠니에게는 세 명의 부관(사무라이, 암살자, 첩자)이 존재하고, 이들은 각각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부인을 막아내는 장치를 가지고 있죠.

전체 지도에서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거점을 손쉽게 찾아주는 첩자 시스템도 위험해졌습니다. 아와지 섬 내에서 무분별하게 첩자를 활용하면, 오쿠니의 부하들이 이 사실을 알아채 해당 구역의 경계도를 높입니다. 거기다 주요 도로에 검문소나 순찰대가 증강되어, 본토에서처럼 무자비한 살육 현장을 만들어 놓고도 도망가기 매우 까다로워졌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달라진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은 이번 DLC의 핵심 요소이며, 개인적으로는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암살자로서 나오에에게 시련을 주기 위해서는 이런 요소가 진작 본편에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죠.



봉은 기본 자세 외에도 상,중,하단 자세를 통해 색다른 공격을 취할 수 있으며, 이런 자세에 이어지는 공격은 적에게 각각 다른 효과를 줍니다. 중단 자세 공격은 적을 밀어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고, 하단 공격은 적을 쓰러뜨리며, 상단 공격은 적의 공격을 카운터하기에 제격이죠.
물론 봉이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의 전투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타격감과 조각감은 '아와지의 섬 DLC'를 플레이하는 내내 봉 주무기로 선호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야스케의 경우 새로운 무기는 없지만, 각 무기에 신규 기술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새 무기를 받은 나오에만큼의 끌림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사냥감이 된' 느낌을 전해주는 각종 함정, 민간인으로 위장한 암살자들도 게임을 좀 더 플레이하다 보면 무덤덤해지는 것이 가장 큽니다. 잘 보면 이 함정들이 보통 도로나 성의 출입구에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숲속을 내달리거나 지붕을 뛰어다닐 (본편에서도 다들 그러지 않았나요?) 때는 함정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어져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그저 본편과 똑같은 느낌의 게임플레이가 조금 더 더해지는 것 뿐이죠.
오쿠니 일당의 부관들과 싸우는, 보스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본편의 암살 타겟을 마주했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그 특색이 부각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한 가지 예외라면 오쿠니의 부하 암살자인 '노와키'가 있는데, 소리로 보스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여러 조각상 사이에 숨어있는 본체를 공격하는 등 기믹은 꽤 신선했습니다. 그 외에는, 심지어 보스전조차 없는 보스가 나오는 등 대체로 평이한 전개였습니다.


야스케의 경우는 더 처량합니다. 모녀가 14년만에 만나는 이번 DLC에서 그의 존재는 말 그대로 '꿔다놓은 보릿자루'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어머니를 구하려다 갇히게 된 나오에를 구출해주는 나름대로 역할을 하지만 말이죠.
이 부분은, 역시나 본편에서도 지적되던 두 주인공의 내러티브 전개에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나오에와 어머니의 해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데에는, '어딘가에는 야스케로만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어느 쪽도 만족스럽게 풀어내지 못한 채로, '아와지의 덫 DLC'의 스토리 또한 흘러가게 됩니다.



이번 DLC는 본편을 예약구매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되는 작품입니다. 예약 구매까지 할 정도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에 애정을 가진 게이머라면, 분명 이 DLC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믹과 무기, 스킬 트리가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
일반 플레이어는 약 3만 원에 달하는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이 DLC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본편의 엔딩이 3종 신기 중 2개를 되찾는 데서 끝나고, 그 직후 이야기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죠. 게다가 전개 또한 그리 만족스러운 느낌이 아니었던 만큼, 선뜻 추천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고려하고 나서도, 본편에서 즐긴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식 게임플레이가 퍽 마음에 들었다면, 아와지의 섬이 주는 여러 시련과 고난도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봉은 DLC를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전설 등급 봉을 얻으려면 DLC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