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62만개를 실수로 지급?…빗썸 ‘코인 복사’ 논란
보유 비트코인 4만여개…‘장부 숫자 뻥튀기’ 못 걸러 신뢰성 의심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60조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실수로 발행하면서 이른바 ‘코인 복사’ 논란에 휩싸였다. 거래소가 보유한 실제 코인 숫자보다 장부 숫자가 12배 이상 ‘뻥튀기’됐는데도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면서 신뢰성 문제와 내부 통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8일 이벤트 상품을 실수로 잘못 지급한 62만개 비트코인 중 회수가 안 된 125개에 관해 “(계좌주) 고객들을 접촉해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진 반납’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빗썸은 지난 6일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1인당 각각 현금 2000~5만원씩, 총 62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려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화폐 단위를 ‘원(KRW)’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입력했다. 62만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비트코인 62만개가 지급됐다.
지급 시점인 6일 오후 7시 기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9764만원으로,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의 원화가치는 총 60조5000억원에 이른다. 당첨자 계좌엔 1인당 비트코인 평균 2490개(2440억원 상당)가 들어왔다.
비트코인 62만개는 전 세계 총 발행량(2100만개)의 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빗썸은 이 정도 코인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공시를 보면,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이고, 고객이 위탁한 비트코인은 4만2619개이다. 합쳐서 4만2000여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대량 살포’가 가능했던 이유는 순전히 ‘장부 거래’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빗썸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는 이용자 계좌의 장부 숫자만 변경하는 식으로 거래를 처리한다. 속도와 편의성을 위해서다. 블록체인(분산원장)에 실물 코인의 실제 소유권 내역이 기록되는 건 일정 시간이 지나서다. 이용자들에게 실제 코인이 지급되는 것도 외부 거래소로 코인을 옮기거나 현금으로 인출하는 시점에 이뤄진다.
문제는 이번 빗썸 사태의 경우 실제 보유량을 훨씬 넘어서는 장부상 코인이 발행됐는데도 아무런 경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빗썸 측이 사고를 알아차린 건 20분이 지난 오후 7시20분이었다. 거래·출금 차단조치는 20분이 더 지난 7시40분에야 완료됐다. 빗썸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장부 숫자를 ‘원위치’하는 방식으로 99.7%의 코인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사이 일부 이용자들이 계좌에 잘못 들어온 수천억원대의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 순간적으로 매도 물량이 급증하면서 빗썸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5분 만에 9700만원대에서 8100만원대까지 17%가량 급락했다. 이 가격대에 손절매 주문을 걸어놓은 투자자들의 주문이 줄줄이 체결됐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손실을 본 셈이다.
현재까지 오지급된 코인 중 125개(약 110억원)가 회수되지 않았다. 거래소 내부에서 현금화된 후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의 ‘2018년 유령주식’ 사태랑 유사하다. 당시 삼성증권에선 2018년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씩 지급하려다 1000주로 잘못 입력하면서 회사가 발행한 적이 없는 약 28억주(약 112조원)가 직원 계좌에서 만들어졌고, 당시 잘못 배당된 주식을 팔아치운 이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빗썸 사태의 파장은 크다. 거래소 내부자가 마음만 먹으면 장부를 자의적으로 부풀리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거래소 안에서 사실상 ‘코인 복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내놓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빗썸은 단일 계좌에서 (비트코인) 50개 이상 거래가 안 되도록 막아놨다고 하는데도 2000여개라는 상당한 수량이 개인 계좌에 입금되는 이상 거래를 탐지하지 못했다”며 “(장부 문제는) 빗썸뿐만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빗썸은 이날 “사고 발생 당시 빗썸 앱 및 웹에 접속 중이었던 고객에게는 2만원이 지급되며, 사고시간대 저가 매도 고객에게는 매도 차액 전액과 10%의 추가 보상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오는 9일 0시부터 7일간 전체 종목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도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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