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완주한 런붕이시점 도쿄마라톤 (열가지 깨달음)

조회 72025. 3. 4. 수정

(긴글 주의 ^_^)

6시간 완주한 런붕이 시점 도쿄마라톤 (그리고 열가지 깨달음) 

안녕. 

나는 완전 초보 런린이야.

도쿄 마라톤 뛰고왔어. 잊어먹기 전에 기록을 남겨.

여기 런붕이들한테 도움 많이 받아서 경험 공유하고 싶어.

첫 대회 출전이었는데, 무대뽀 정신으로 풀 마라톤 신청을 했었지.ㅎㅎ

부끄럽지만 LSD 해 본 적 없고, 월 마일리지도 30을 넘긴 적이 없어 ㅠ

(당첨 직후에 호기롭게 다니다가 후경골근힘줄 부상을 입고, 쉬다보니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어)

달리기 시작한 초기에, 10키로를 1시간 안에 뛴 적이 있어서, 그건 나름 자부심이었지 ㅎ

출발 이틀전에 하네다로 들어와서 바로 도쿄 빅사이트로 배번 받으러 갔어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배번은 휘릭 5분만에 받았어.

엑스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일단 잘 쉬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로 숙소로 가려고 했지.

나이가 들면 물욕이 좀 없어져. 아닌가? 사실 있을 건 이미 다 갖췄어. 러닝용품만은 sub3 지.  

그런데, 출구로 나갈려면 동선이 엑스포를 굳이 반드시 지나가게 설계 해 놓았어.

그래서 쓱 지나가면서 봤는데,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활기차고 분위기 좋더라. 국제마라톤 같았어.

출발지인 도쿄도청 근처에 숙소를 잡은 건 무척 좋았어. 일단, 마음이 여유롭고 작은 공원도 있어서 배회하기 좋아.

대회 당일에도 7시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8시 넘어서 나왔어. 날씨가 따뜻해서 짐도 안 맡겼어. 

우비 입고 나갔다가 더워서 금방 벗음.

초보 런린이 답게 한참 뒤에서 대기했는데 (K 그룹), 

이 때 알게 된 점은 (1) “그래도 내 그룹에서는 선두에 있는게 좋다!” 였어! 후미에서 출발했더니 목표 페이스그룹이 저 앞에 있어서

뭔가 뒤쫓아가는 기분이라 이븐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어.

최고로 많이 뛰어본게 15키로 정도인데, 평소보다 천천히 뛰어서인지, 축제 분위기여서인지

21키로까지는 하나도 힘이 안 들었어. 포도당 캔디도 몇 개 챙겨먹고, 물이랑 포카리랑 빠짐없이 꼭 먹었어.

아참 20키로, 30키로 지점에서 에너지 젤도 먹었음.

21키로 지나서, 화장실 한 번 들리는게 좋겠다 싶어서 (도쿄는 주로 중간중간에 화장실이 참 많아! 굳!) 잠시 들렀는데

여기서 또 깨달은 점 (2) “화장실은 되도록 안 들리는게 좋다” 

펀런하면서 뛰었는데, 화장실 가려고 5분 정도 멈춰선 순간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 오히려 휴식이 도움이 안 되었어.

다시 뛰려니까, 자각하지 못했던 통증이  잘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렇게 25키로까지 뛰다보니

달리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목과 어깨의 통증을 경험했어. 나중에는 팔이 약간 저릿저릿하기도 했음.

그리고 중둔근 근처 골반통증이 꽤나 괴로웠어.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는데, 바로 진통제를 챙겨두었던 것이지. 

30키로 지점에서 먹으려고 하였는데, 25키로 지점에서 개시해야겠다 싶어

벨트색을 뒤졌는데, 아뿔사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야. 이런 된장. 어떻게 끝까지 달리지? 순간 절망스러웠지만

마라토너는 긍정적이어야 하는 법! 

그래! 도핑약물 쓰지 말고, 제대로 뛰는거야! 아픈데 억지로 빨리 뛰면 부상입을지도 몰라. 마음을 고쳐먹었지.

대신에 스틱꿀을 먹어주었지.ㅎㅎ  또 뛰다가 뭔가 심심할 때마다 포도당캔디나 소금사탕을 먹었어

도쿄마라톤은 반환점을 돌아서 마주보며 달리는 구간이 많아서

뛰다보면 서브3 주자들도 구경할 수 있었어. 싱글렛 입고 경쾌하게 (내가 보기에는) 달리는 모습이 멋있어어.

보기만 해도 힘이 났어. 몇달간 열심히 준비한 성과를 누리는 것으로 보였지 

건너편 서브 5~6 주자들은 다른방식으로 멋있었어.  우리 서브6 주자들에게는 처절함의 미학이 있었어.

no goal, no home 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는 줄곧 내앞에 있었는데, 오옷 리스펙트! 였지.

그리고 또, 길쭉하고 늘씬한 사람들만 있지 않고 정말 다양해.

키가 작으신 분, 비대하신 분, 다리에 장애가 있는 분, 가죽 샌달신고 뛰는 아주머니, 구부정한 어르신들, 백발의 히피 할아버지.. 

끝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뛰었지. 나중엔 모두 다 걷다 뛰다 했어. 

나도 28키로 지점부터는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어.     

여기서 또 깨달은 점 (3) “걸으니 다시 뛰기 힘들다” 

너무 힘들면 2.5키로 뛰고 500미터 걷자로 전략을 수정했는데, 걸으니까 다시 뛸 때는 다리가 유리가 된 기분이었어.

시동걸기가 쉽지 않았지. 나중에는 지루하기도 해서 빨리 지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더 빨리 뛰어 보기도 했어.

자원봉사자도 정말 많고, 준비도 잘 되어 있었지만 

물이나 간식 보급받을 때는 매우 붐볐어. 후발주자여서 심지어 컵이 없을 때도 있어서, 손으로 받아 마시기도 함.

간식은 바나나, 소금캔디, 연양갱, 크림빵, 포도당캔디, 쵸콜릿 등이 나왔어.

나중에는 배불러서 건너뛰기도 했어

말로만 듣던 Bonk나 배고픔은 한번도 없었어. 마라톤 완주한 후에 쉴 때, 배가 급 고파지긴 하더라.

마지막 도쿄 타워 반환점 코스가 32키로 지점쯤부터였던 것 같은데, 

그 길이 진짜 진짜 길었어. 5키로 남았을 때도 주로가 엿가락처럼 계속 늘어나는 것만 같았어.

그래도 앗싸 조금만 더 뛰면 40키로 지점이다. 그리고 이제 그 때부터는 속도를 내어 뛰는거야!

독한 마음으로 걷다 뛰다 했지. 

(4) 후발주자라서 그런건지, 사람이 많아서 병목이 많았던 건지 일직선으로 쭉 뛸 수가 없었어. 

내 페이스대로 뛰려면, 요리조리 추월하며 뛰어야 했는데, 그래서 가민 기록으로는 43.3키로 뛰었어.

(5) 35킬로부터는 지쳐버린 첫 마라톤 경험자에게 응원은 과도한 자극이 되었어. 마지막 2키로에서는 땅만 보고 뛰었어.

처음에는 재밌는 옷 입은 사람 있으면, 내가 먼저 가서 스고이, 나이스! 해 주고, 모르는 사람들이랑도 하이파이브도 하고 했는데 말이야 ㅎㅎ

(6) 중간에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파스도 뿌려보았는데, 효과 있었어! 

다음엔 파스를 꼭 챙겨야겠다! 또 하나의 런린이 깨달음.

(7) 그리고, 신발은 3개를 챙겨가야겠어. 

뛰기전 워킹화 (카본화 신고 오래 걸으니까 피로도가 쌓였어)

뛸 때 나에게 맞는 카본화 (나는 엔돌핀 프로3 신었어), 

뛰고나서 편안하게 신을 신발 (덜렁거리는 발톱에 방해가 가지 않는) 

(8) 그리고 45센티 폼롤러도 챙길거임 ㅎㅎ (해외 마라톤 때 말이지)

(9) 스포츠 테이프를 발목이랑 무릎에 여러겹 보강했어. 근육통은 있어도 

인대나 관절은 괜찮은 것 같아! 발바닥에도 혹시 몰라 붙였는데, 발바닥이 뜨겁긴 했음 ㅎ

(10) 카보로딩 많이 못했었는데, 석근형님 말씀 믿어보자 하고 전날밤에 옥수수캔 먹었음.

본인은 고기를 좋아해서, 탄수화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고기 못 먹는 것이 쉽지 않았음.

아. 그리고 마라톤 뛰었는데 체중 1도 줄지 않았음!!(은근, 기대했는데...)

아참, 그리고 뛰다가 걸으면, 약간 어지럽고 시야가 하얗게 되려고 했어. 창백해지는 느낌이라 기립성 저혈압인가?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나트륨 부족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 정확히는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조심해야겠더라. 정신줄 꽉 잡았어.

마지막 피니쉬 지점에는 두 팔을 활짝 들고, 웃으면서 들어왔지. 

내가 마라톤을 완주했다니! 라는 것보다, 드디어 끝이다! 라는 것이 더 기뻤어 ㅋㅋ

아. 마라톤 피니셔 되고 나니까

뭔가 자존감이 차 오르는 것 같아. 다음엔 서브5 할 거야. 서브 4도 해야지.

런갤 런붕이들 고마워. 혼자 뛰는 걸 좋아하는데, 런갤이 있어서 든든해.

그럼 모두들 즐런 펀런해!

추신: 나 베를린 마라톤도 당첨됐어^^= 생애 2번째 마라톤이야. 히힛. 그 때, 또 후기 남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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