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등산을 하느라 운전을 하다보니, 고속도로 휴게소를 자주 들립니다. 최근 새롭개 문을 연, 세종-포천 고속도로에 위치한 고삼호수휴게소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처인휴게소 하나만 있다가 이제 하나의 휴게소를 더한 것이죠.

멋진 경치, 엄청난 규모, 최신식 시설 등 고속도로 휴게소인지, 아울렛인지 모를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자랑합니다. 다만 새롭게 문을 연 고삼호수휴게소는 시흥하늘휴게소, 내린천휴게소 등 고속도로 휴게소들과 마찬가지의 장점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즈음 고속도로 휴게소는 상,하행선이 공중에서 만나는 이른바 브릿지(Bridge)형이나 초대형 쇼핑몰을 결합한 복합 공간이 대세입니다. 이러한 트렌드의 장단점과 무엇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가장 큰 논란인, 끊이지 않는 가격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의 트렌드는 대형화, 통합화, 쇼핑몰화입니다. 먼저 통합화입니다. 이건 예전처럼 상행선 따로 하행선 따로가 아니라, 상·하행선 이용객이 한 건물을 공유하거나, 공중 다리로 연결되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말합니다. 고삼호수휴게소 역시 이런 통합화입니다.
통합화를 이루는 이유는 대형화입니다. 두 개의 휴게소를 하나로 묶는 것이니 그만큼 크기가 커집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예전처럼 휴게시설만으로는 이 큰 휴게소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판매시설의 비중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요즈음 휴게소는 복합 쇼핑몰에 가깝습니다. 아웃렛 의류 매장, 대형 프랜차이즈, 캐릭터 숍, 심지어 반려견 파크까지 입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합니다. 건물의 디자인 자체를 예술적으로 설계하여 관광 명소화하는 것이죠. 이번 고삼호수휴게소 역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삼각형 디자인으로 멋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만들면 몇 가지 장점이 생깁니다. 기존 처럼 휴게소가 화장실만 들르는 곳이 아니라, 맛집 탐방과 쇼핑을 즐기는 여행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가족 단위 이용객에게는 훌륭한 쉼터가 됩니다.




선택의 폭도 늘어닙니다. 예전처럼 휴게소 우동, 호두과자, 오징어 같은 뻔한 음식이 아닌 전문 식당가 수준의 다양한 메뉴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고삼호수휴게소에 국내 최초로 제주전문 음식점이 들어서고, 성수동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대형 카페가 들어선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대형화되면서 화장실, 수유실, 파우더룸 등 편의 시설의 수준이 호텔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심지어 화장실도 주차장에서 바로 갈 수 있게 디자인해서 아주 좋았습니다. 한마디로 휴게소의 경험이 달라진 것이죠.
다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최신 휴게소는 몇 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휴게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휴식 본연의 기능 상실과 피로감, 그리고 비싼 값입니다.

먼저 건물이 너무 커지다 보니 주차장에서 화장실이나 식당까지 걷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쉬러 갔다가 걷느라 더 지친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죠. 고삼호수휴게소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로 이를 만회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쇼핑객과 일반 이용객이 뒤섞여 주차 난이도가 높아지고, 음식 주문 후 대기 시간이 길어집니다. 여기에 상행선, 하행선 고객이 하나로 몰리니 이런 혼잡은 더해집니다. 다만 고삼호수휴게소는 이제 막 문을 열어서인지 반대로 너무 썰렁했습니다.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

그리고 워낙 크고 상하행선을 하나로 만들다보니 휴게소 진출입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예전에도 중부고속도로의 하남휴게소나 경부고속도로의 금강휴게소가 상하행선 통합이었지만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운전하면서 휴게소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비싼 물가입니다. 휴게소의 고급화 바람을 타고 음식 가격이 시중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되면서 이용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죠. 가격표를 보면 고급 레스토랑 값입니다. 4인 가족이 휴게소에서 식사하고 간식까지 챙기면 6~7만 원이 훌쩍 넘을 정도라, 휴게소 밥값이 무서워 도시락 싸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먹은 토스트는 세트로 1만원이었는데 품질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질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명품이나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붙여 메뉴 가격을 올리지만, 맛과 품질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싼 음식값은 최근 휴게소의 가장 큰 불만입니다.

근본 원인은 수수료 구조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도로공사와 운영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율이 매출의 40~5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어, 입점 업체는 가격을 올리거나 재료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휴게소가 화려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공공재 성격이 강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휴게가 아닌 비싼 쇼핑몰로 변질되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입니다. 제가 들려본 고삼호수휴게소는 이런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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