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모습 드러낸 세계 최대 화물기 "747보다 크고 활주로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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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항공우주 박람회, ‘르 부르제’ 개막

미국 스타트업 라디아(Radia), 초대형 화물기 ‘윈드러너(WindRunner)’ 모형 공개

정책·방위산업 협력의 장으로도 주목… 보잉 CEO, 인도 사고 여파로 불참
사진 : WindRunner

세계 항공우주 산업의 이정표로 불리는 ‘르 부르제 국제 항공우주 박람회(SIAE, Salon International de l’Aéronautique et de l’Espace)’가 6월 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북부 세느생드니 주 르 부르제 공항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는 오는 22일까지 7일간 진행되며, 2년 주기로 열리는 이 박람회는 상업 항공뿐 아니라 방위 산업 전반의 최신 기술과 전략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 전시회다.
이번 박람회에는 전 세계 2,500여 개의 항공우주 관련 기업 및 정부 기관이 참가하며, 특히 친환경 항공기·군용 드론·우주 수송 등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초대형 화물기 ‘윈드러너’, 미래 항공물류의 전환점 되나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미국의 항공 스타트업 ‘라디아(Radia)’가 선보인 차세대 초대형 화물기 프로젝트다.

2016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길이 108m, 적재 용적 7,700㎥, 최대 적재 중량 8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윈드러너(WindRunner)’를 개발 중이다. 이는 기존 보잉 747 화물기의 12배 용적을 자랑하는 수준으로, 일반 항공물류는 물론 초대형 풍력발전기 날개(100m 이상), 위성 발사체, 군사 장비 등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데 특화된 설계를 자랑한다.

라디아는 이번 전시에서 최종기체의 약 43분의 1 크기인 2.5m 길이의 모형을 선보이며, 투자 유치와 기술적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 화물기는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긴급 군수지원 및 외딴 지역의 물류 운송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라디아의 공급망 부문 마크 렘케(Mark Lemke) 부사장은 “프랑스는 항공우주 기술과 국방산업 모두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략적 파트너”라며, “에너지 전환 및 국방 협력을 위한 기술 동맹의 중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보잉 CEO, 사고 여파로 방문 취소

한편, 이번 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 CEO는 불참을 공식화했다. 지난 6월 12일 인도에서 발생한 보잉 787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 본사 대응을 총괄하기 위해 프랑스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조사에 집중하고, 팀과 함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결정을 설명했다.

박람회 관계자들은 “보잉의 불참은 유감이나, 현재 업계의 기술·신뢰 회복을 위한 진지한 대응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항공우주 산업의 미래 향한 전략적 무대

‘르 부르제’ 박람회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각국 정부와 기업 간 방산 협력과 수출입 계약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외교 무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다쏘(Dassault) 사가 인도와의 라팔 전투기 수출 계약 26대 체결을 앞두고 발표한 기술전도 박람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우주, 국방, 물류, 기후대응까지 아우르는 이번 행사는 항공우주산업이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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