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월 CPI 물가 둔화세 주춤…이달 '스몰컷' 전망 강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월에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시장 전망치에 부합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억제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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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7%로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와 일치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서 이 또한 시장 전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이 또한 모두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품목 별로 가정용 가구와 의류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호텔 숙박비는 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자동차 가격도 두 차례의 허리케인 이후 일시적인 수요 증가를 반영해 반등했다.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던 주거비는 전월 대비 0.3% 올라 10월에 기록한 0.4%에서 완화됐다. 그러나 전체 상승률의 약 40%를 차지했다.

식료품 가격은 0.5% 올라 지난해 초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인 ‘슈퍼코어 서비스 물가’는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슈퍼코어 서비스 물가는 연준이 중시하는 지표다.

지난달에도 물가가 반등한 것으로 확인되며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오는 17~18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0.25%p 금리인하에 대한 금리선물 시장의 전망은 이날 94.9%에 반영돼서 전날의 88.9%에서 급등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과 스튜어트 폴 이코노미스트는 “11월 CPI 보고서는 2% 목표치를 향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FOMC 내부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들은 “우려하는 쪽은 소수이며 대다수는 지난 몇 달간의 높은 수치 이후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티그룹의 베로니카 클라크와 앤드류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주거비 둔화를 고려하면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0.25%p 인하하고 2025년에도 계속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기에 정점에 달한 이후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물가 둔화세가 약해지고 노동시장의 급격한 냉각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앞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소비자 지출을 예측해 보기 위해 임금 상승률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별도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실직소득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시장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할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쏠려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들의 자신감은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세 및 관세 정책 등 트럼프가 내세운 일부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취임 준비를 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현재 상황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KPMG이코노믹스의 다이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트럼프의 관세 인상에 앞서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웡크는 “이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며 “팬데믹 이전에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일인데 이러한 일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연준이 경계해야 할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사라 하우스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경제 수요 측면이 약화될 필요가 있는 시점에 도달했는데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라스트 마일’을 달성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