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섭취량 많으면 ‘신체 나이’ 더 높아

- 초가공식품, 생물학적 노화 속도에 영향 미쳐
-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 ‘저속 노화’를 기억하라

하루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가 약 2.4개월 벌어진다는 연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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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의 구분

과거에는 음식을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으로만 구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신선식품은 좋은 것이고 가공식품은 안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가공식품도 구체적인 과정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눠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가 바로 ‘초가공식품(Ultre-Processed Foods, UPF)’이다. 일반적으로는 2009년 브라질의 한 영양학자에 의해 처음 제안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것 역시 ‘가공’의 한 과정이다. 신선식품인 식재료를 구매한다고 해도, 그냥 씻어서 먹을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가 가공식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공 과정에 따른 구분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초가공식품이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금, 일반적인 가공식품은 ‘신선한 재료를 조리한 것’ 또는 ‘신선한 재료를 일정기간 보관하거나 저장하기 위한 처리를 한 것’으로 정의된다. 냉동식품, 발효식품 등이 대표적이며, 실제 우리 식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초가공식품은 원재료의 가공 과정에 더해 인공적인 첨가물이 들어가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때 들어가는 첨가물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조미료와 달리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산업용 원료들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액상과당이며, 방부제나 착색제, 인공적으로 만든 향료 등이 포함된다. 설탕 대신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도 마찬가지다.

초가공식품 소비량과 생물학적 연령의 관계

호주 모나쉬 대학에서 주도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초가공식품의 소비가 ‘생물학적 노화’를 더 빠르게 한다는 점을 밝혔다. 생물학적 나이는 흔히 연대기적 나이(실제 나이)와 대비되는 건강 지표로 사용된다. 체내 세포와 조직이 노화된 정도를 나타내며, 흔히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교정할 것을 조언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신체 나이’로 알려져 있다.

모나쉬 대학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실시됐던 ‘전국 건강 및 영양 조사(NHANES)’ 결과로부터 20세~79세 범위의 미국인 1만6천여 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생물학적 나이를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인 ‘페노에이지(PhenoAge) 시계’를 활용해 각 개인의 생물학적 나이를 평가한 다음, 그들의 생활습관 및 식단을 전반적으로 검토했다.

식단에 포함된 음식들은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노바(Nova) 시스템’을 활용해 분류했으며, 이 기준에 근거해 초가공식품을 얼마나 섭취하는지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의 소비량과 생물학적 나이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발견됐다. 초가공식품 소비량이 10% 늘어날 때마다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와 대략 2.4개월 정도 벌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다 소비 그룹, 평균 0.86세 더 많아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소비량을 기준으로 하여 참가자들을 5개 그룹으로 나눴다.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가장 적게 소비하는 1분위 그룹은 0%~39.1%로, 이 그룹의 평균 초가공식품 소비율은 30.0%였다. 가장 많이 소비하는 5분위 그룹은 67.7%~100% 범위로, 이 그룹의 평균 초가공식품 소비율은 76.7%였다.

분석을 진행한 결과, 5분위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1분위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에 비해 0.86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섭취량을 2,000kcal로 봤을 때, 여기에 초가공식품으로 200kcal를 추가 섭취할 경우, 향후 2년간 사망 위험이 2%,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0.5% 증가한다는 결과도 함께 제기됐다.

한편, 연구 대상으로 활용된 데이터 중 비만으로 분류된 인원 수는 34%였으며, 5분위 그룹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이 비만과도 연관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근거다. 비만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적돼 온 만큼, 초가공식품 섭취와 노화 및 만성질환 발생률 사이에도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평균 수명 연장 시대, ‘저속 노화’를 기억하라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과일이나 채소 등에 다양하게 포함돼 있는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물질의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식품의 가공이나 포장 과정에서 음식에 포함되기 쉬운 해로운 화합물로 인한 영향을 수도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모나쉬 대학의 영양학 및 식품학 선임강사 바버라 카르도소 박사는 이러한 결과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나온 것이지만, 여러 국가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식 식단과 생활양식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카르도소 박사는 또한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전체 인구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는 트렌드를 언급했다. 초가공식품 소비로 인한 부작용이 ‘건강 수명’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식단은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장기적인 누적이 진행됐을 때는 공중보건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 역시 서구식 식단이 익숙하게 자리잡은 경우가 많으며, 사회 분위기상 패스트푸드가 적지 않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저속 노화’ 트렌드가 공공연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그 개념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상 속 초가공식품은 생각보다 많다. '가공된 정도'에 따라 초가공식품 역시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낯설게 다가오는 첨가물이 들어있는 식품들은 모두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상 속 초가공식품은 무엇이 있는지,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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