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해서 더 리얼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의 흥행 신화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전 연령층이 시청 가능한 장면만을 고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장르나 소재의 성격상 수위 높은 장면이나 세찬 폭력 묘사가 삽입될 때 비로소 작품의 완성도가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창작자들이 선택하는 돌파구가 바로 ‘연령 제한’이다.
연령 제한을 설정하면 감독은 표현의 자유를 얻고 원래 의도했던 작품의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특정 연령층만이 소비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대중적인 흥행을 바라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압도적인 몰입감과 탄탄한 스토리로 대중을 사로잡은 영화들이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폭을 넓힌 흥행작 3편을 소개한다.
권력의 추악한 뒷면을 해부하다, '내부자들' (2015)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내부자들'은 정치인, 언론, 재벌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권력층의 배신과 음모를 다룬 느와르 영화다. 작품은 청불 영화임에도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력 대선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의 판을 짜는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이들의 뒤를 봐주던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는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시도하다 발각돼 버려진다. 한편 족보 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대선을 앞두고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될 기회를 잡지만 안상구의 돌출 행동으로 수사는 종결되고 좌천되고 만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손을 잡은 깡패와 검사, 살아남으려는 권력자들 사이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는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낳았다. 흥행에 힘입어 개봉한 3시간 분량의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까지 합산하면 전체 관객 수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 개봉 후에도 현실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금 회자되는 대한민국 정치 느와르로 자리 잡았다.
거친 사나이들의 시대적 비극,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윤종빈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이 영화는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범죄군상극이다. 부패 공무원 출신으로 건달도 민간인도 아닌 이른바 '반달' 최익현(최민식)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 '범죄와의 전쟁' 선포 시기까지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최익현은 먼 친척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결탁해 세력을 확장하며 전성기를 누리지만 정권의 압박과 조직 간의 이권 다툼 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된다. 여기에 최형배의 라이벌 김판호(조진웅)와 자비 없는 검사 조범석(곽도원)이 얽히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작품은 개봉 당시 47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도가니'를 제치고 당시 역대 청불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최민식, 하정우 등 주연급 배우들의 열연과 완벽한 시대 구현은 오늘날까지도 '달콤한 인생'과 더불어 한국 느와르를 빛내는 명작으로 손꼽히게 했다.
세 남자의 엇갈린 운명, '신세계' (2013)
2013년 개봉한 '신세계'는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가로 이름을 알린 박훈정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이라는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경찰청 강과장(최민식)은 국내 최대 범죄 조직 '골드문'을 와해시키기 위해 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을 잠입시킨다. 8년의 세월이 흐르고 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된다. 골드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자 전쟁이 시작되자 강과장은 '신세계' 작전을 가동하며 자성의 목을 조여온다. 자신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경찰과 자신을 형제로 믿어주는 정청 사이에서 자성은 필사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신세계'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잔인하고 직접적인 묘사가 가득한 19금 영화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최종 누적 관객 수 468만 명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배급사 NEW는 '7번방의 선물'에 이어 '신세계'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며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Copyright © 드라마피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