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년 내 경기침체 확률 99%… 금융 위기 재현되나?

컨퍼런스보드, 올해 미국 경기 침체 2008년 수준 점쳐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짐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 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해 시그니처 은행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등 금융권 위기가 확산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 최대 증권사인 찰스슈왑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는데요.

찰스슈왑은 지난해 약 290억 달러(한화 약 37조8000억원)의 장기채권 미실현 손실을 겪으며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월가에서는 7조 달러(약 9130조원) 규모의 찰스슈왑이 파산할 경우, SVB보다 더 큰 파급효과가 일어나리라 전망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경제 조사 기관인 컨퍼런스보드에서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99%에 달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초까지 경기 침체 확률이 0%에 가까웠으나, 이후 2022년 5월에는 50%까지 높아졌는데요. 올해 1월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99%까지 올랐습니다. 향후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제로(0)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확률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은행가 위기, 고금리가 경기 침체 견인... 월가에서도 위기 지적

현재 미국의 경기 침체 원인은 고금리가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앞서 컨퍼런스보드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경기 침체 원인으로 든 바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월가 등 미국의 유명 투자자 및 연구소 등지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 경제 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3분기에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75%라고 내다봤으며, 경제학자이자 주식 분석가인 제러미 시걸 와튼 스쿨 교수 역시 “최근 내구재 소비 지표가 매우 취약하다”며 “현 경제 지표를 봤을 때 향후 경기 침체 위험이 매우 커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도 향후 미국이 수개월 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관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에서는 지난 달 전체 직원의 3.6%에 달하는 약 7000명을 구조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에서도 올 초 미국 시카고 본사에 정리 해고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면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는 꺾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CEO 역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올해 안에 두 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데믹, 경기 침체? 우리나라 영향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전년 동기 28조원가량 감소한 1514억1200만 달러라 밝혔다. 해당 사진은 부산신항만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이런 탓에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침체에 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월 국내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3.0으로 전월 대비 0.5p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전망이 긍정적, 그 이하이면 부정적임을 뜻하는데요. 전경련 BSI는 지난해 4월 이후 13개월 연속으로 100 이하에 자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 침체는 수출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분기 수출액은 1514억1200만 달러(한화 약 198조1980억원)로 전년 동기(1734억300만 달러 / 약 226조8630억원)와 비교해 약 28조원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수출 감소는 벌써 6개월째인데요. 무역협회는 수출 감소 원인으로 중국과 반도체 부진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미 경제지인 블룸버그는 미국 내 금융 위기 및 고금리가 전 세계 시장 수요 감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는 그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 세계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으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몽골(5.4%)이나 우즈베키스탄(5.0%), 중국(5.0%)보다 한참 낮은 수치라 우려를 자아냅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국가가 석유 등 원자재 거래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로 거래함에 따라 미국이 향후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금융 산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연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