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크래프톤 주주총회가 해명의 자리로 끝났다. 2025년 연결 매출 3조 3266억원, 영업이익 1조 54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냉담했다. 주주들은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왜 이러냐며 질타했고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역대 최대 실적인데 주가는 왜”…주주들 분통
이날 현장에서는 주가 부진을 향한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주주는 "코스피 상승 흐름 속에서 크래프톤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며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물었다.
이에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본업 실적 대비 주가가 부진한 부분에 대해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며 "시장은 펍지(PUBG)의 성과보다 그 다음 성장 동력이 얼마나 가시적이냐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작 일정 일부가 조정되고 가시화 속도에도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신작 성과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직접 게임을 해봤다는 한 주주는 "투게더와 팰월드 모바일은 완성도가 부족하고 인조이 역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서브노티카 관련 이슈까지 주가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인조이와 미메시스가 지난해 각각 100만장 이상 팔렸고, 스팀 위시리스트 톱(TOP) 10에 자사 게임 3개가 들어 있다"며 "시장과 크리에이티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과거엔 기대작을 1년에 1~2개 냈다면 지금은 20개 라인업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한 ADK홀딩스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주주가 "베인캐피탈 시절부터 이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비용 통제 전략이 있냐"고 묻자, 배 CFO는 "비용을 뽑아내는 관점이 아닌 IP 접근성과 게임 시너지 관점"이라고 답했다. ADK는 일본 3대 광고회사로 다수의 애니메이션·만화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모회사 입장에서 ADK 이사회를 통해 경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 보수와 연임 문제도 쟁점
이날 주총에서 경영진 보수와 연임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주주는 "지난 3년 성과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냐"며 "고액 보수를 받고도 연임하는 것이 납득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펍지가 프랜차이즈 IP로 성장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신규 IP는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두 배 올랐다. 다만 회사 측은 전기에 한도 100억원 중 실제 집행액은 89억원이었음을 밝히며, 이번 200억원 한도 전액이 실제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2022~2025년에 책정된 인센티브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창업자 장병규 의장의 재선임도 도마에 올랐다. 한 주주가 "재선임 안건이 상정됐는데 본인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자 회사 측은 "경영상 불가피한 일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2027년부터 전자 주주총회 도입이 예정돼 있어 이후엔 온라인으로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자기 주식(자사주) 매입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보상이 많다는 기사가 나오고 주가는 내려가 있으니 받은 것 이상을 주식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달 19일 크래프톤 주식 2만1144주를 장내 매수 방식으로 취득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23만원이며 총 매수 금액은 49억5296만원이다. 김 대표가 지난해 받은 총 보수는 80억원이다. 실제 보수 수령액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만큼 그는 실수령액을 웃도는 금액을 주식으로 매입한 셈이다. 앞서 장 의장도 4월 중 약 100억원 규모의 크래프톤 주식을 매입할 계획을 밝혔다.

채용은 동결, 비용은 구조조정
인력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 주주가 평균 근속연수 약 3년을 지적하자 한소영 HR본부장은 "게임업 특성상 이직이 활발하고 스튜디오 분사 과정에서 근속연수가 리셋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률은 연간 10~15% 수준으로, 전체 직원 2000명 기준 매년 200~300명이 오가는 셈이다.
한 본부장은 "현재 채용을 잠시 동결한 상태로, AI 네이티브 인재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20개 파이프라인을 가동하면서도 일반 채용은 멈춘 상황이다. AI 활용 능력에 따라 개인 생산성이 10~20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는 내부 검증 결과가 이런 판단의 배경이 됐다고 부연했다.
한 주주는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 비용을 두고 "그 재원을 주주환원에 쓸 수 있지 않았냐"고 따졌다. 이에 한 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불필요한 고정비 구조를 개선하고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답했다.
회사는 2026~2028년 3년간 총 1조원 이상의 주주환원을 약속했다. 연간 배당 1000억원에 자사주 취득·소각 7000억원 이상을 더한 규모다. 올해분 자사주 취득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지난 2월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
중장기 계획의 진행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매출 7조원·기업가치 2배 목표 중 펍지 IP가 60% 이상을 차지하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30%는 신규 IP 창출로 채워야 한다는 구조다.
김 대표는 "5개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됐다. 1년 과정으로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며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도 있지만 추진했던 전략들이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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