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거위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리털 사용해 논란
신세계톰보이, 관리소홀 책임에서 못 벗어나
대기업 브랜드 신세계톰보이는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했다고 표시된 패딩 의류를 팔았지만 정작 오리털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부터 라벨에 표시된 충전재와 다른 소재를 사용해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믿고 사는 대기업 브랜드라는 신세계톰보이에서조차 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록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홈페이지에 게시됐지만 한번 깨진 소비자 신뢰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신세계톰보이는 자사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 구스다운(거위털) 제품에서 덕다운(오리털) 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환불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덕다운은 오리털을 이용해 만든 패딩 충전재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저렴해 많은 패딩의 충전재로 사용된다.
반면, 구스다운은 거위털로 만든 패딩 충전재다. 오리털보다도 가볍고 보온성도 훨씬 뛰어나 고급 브랜드의 충전재로 많이 쓰인다. 대신 가격은 덕다운보다 훨씬 비싸다.
신세계톰보이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오리털을 사용한 의류를 상대적으로 고가인 거위털로 만든 패딩이라고 소비자를 속인 꼴이 됐다.
패션회사 신세계톰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자체적으로 제품 품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겨울 시즌에 생산한 여성복 브랜드 보브(9개)와 지컷(4개) 구스다운 제품에 덕다운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날 신세계톰보이는 윌리엄 김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100% 환불과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신세계톰보이는 최근 다운 제품을 납품하는 전체 협력사의 제품에 대해 자체적으로 품질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1개 협력사에서 납품한 구스다운 13개 제품의 충전재에 덕다운이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협력사가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 업체를 사용했다고도 했다.
신세계톰보이는 품질 문제를 확인한 즉시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유통 중인 상품을 회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제 협력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세계톰보이가 '관리소홀'의 비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신세계톰보이가 만든 브랜드의 의류를 샀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전에는 옷에 붙은 라벨에 캐시미어 100%라고 써져 있으면 그대로 믿고 비싼 값을 주고 샀다"며 "지난해 겨울부터 계속해서 혼용률을 속이는 일이 벌어져 믿음이 많이 깨졌는데 이제 대기업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져 믿음이 산산조각 나버렸다"고 비난했다.
평소 보브와 지컷을 애용한다는 한 소비자도 "신세계톰보이를 전적으로 믿고 보브와 지컷이라는 브랜드를 구매하지, 이름도 모르는 협력사를 믿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 전적으로 신세계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대표는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제품 제작 전 과정에서 단계별 품질 검증을 한층 강화하고 협력업체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등 품질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불편을 겪게 된 고객분들과 보브, 지컷을 사랑해 주신 고객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