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기업 새 먹거리]②안랩의 '사우디 클라우드' 공략법

주요 보안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분석합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안랩 사옥 전경 /사진 제공=안랩

국내 대표 정보보안 기업 안랩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 정보보안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민감하기 때문에 자국이 아닌 해외 기업에 정보보안을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의 정보보안 기업들도 같은 이유로 해외 시장 공략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안랩은 사우디 시장에 발을 내디디며 새로운 수익원 마련의 물꼬를 텄다. 회사는 사우디에서 기존 보안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인 후 생성형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우디서 보안·클라우드까지

안랩은 해외에서도 중동 지역을 주목했다. 북미·유럽·중국·일본 등보다 경제수준은 낮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은 경제성장률이 선진 시장보다 높지만 아직 보안 인프라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사이버 해커들의 표적이 된 중동 국가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중동 및 아프리카의 정보보안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까지 362억달러(약 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랩은 중동 및 아프리카의 경제상황 및 전망과 각 국가들의 보안에 대한 투자 의지를 확인한 뒤 사우디를 첫 공략지역으로 선택했다.

안랩은 지난 10월 사우디의 정보보안 및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기업인 SITE와 손잡고 정보보안 합작법인(JV) '라킨(Rakeen)'을 설립했다. SITE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이다.

(왼쪽부터) 강석균 안랩 대표와 사드 알라부디 SITE CEO가 지난 4월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안랩

안랩이 사우디 기업 중 SITE와 제휴한 것은 이 기업이 이미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많은 고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안랩은 SITE의 고객층을 기반으로 보다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는 사우디의 공공기관 및 기업에 클라우드·AI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보안위협 분석 플랫폼 '안랩XDR'과 네트워크 보안 제품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안랩이 사우디에서 노리는 것은 일반 보안 솔루션에 그치지 않는다. 사우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 중에서는 기존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업무환경을 전환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온프레미스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보안 등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자체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업무환경이다. 반면 클라우드는 외부의 전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업자(CSP)들이 구축해놓은 데이터센터의 IT 인프라를 빌려 쓰는 형태다. 각종 장비를 직접 구입할 필요가 없어 초기 비용이 적게 들며, 매월 인프라 사용 비용을 내면 된다. 글로벌 시장의 대표 CSP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이 꼽힌다.

안랩과 손잡은 SITE는 사우디의 CSP로서 현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랩은 SITE와 함께 사우디에서 CSP뿐 아니라 클라우드 관리서비스제공사업자(MSP)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MSP는 클라우드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에 컨설팅과 데이터 이관 및 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MSP·가상자산지갑도 새 먹거리

안랩의 기존 사업은 솔루션과 서비스로 구분된다. 솔루션으로는 국내 대표 백신인 V3 제품군이 있다. 모바일 보안 솔루션과 네트워크 보안 장비도 안랩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서비스에는 보안컨설팅과 보안관제가 포함된다. 보안컨설팅은 정보보안이 필요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적합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안관제는 전문인력이 기업의 IT 인프라가 중단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침해 사고 여부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 서비스다.

안랩은 기존 사업을 중심으로 2000억원대의 연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다. 하지만 정보보안만으로 더 큰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국내 정보보안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공공기관 및 기업들이 정보보안 예산을 기존보다 크게 늘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안랩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석균 대표가 지난 2022년 1월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이 포함된 회사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안랩

이에 안랩이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이다. 클라우드는 안랩이 2019년부터 중장기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추진해온 경영전략 'N.EX.T 무브 안랩 4.0'에 포함됐다. 안랩은 이 전략에 클라우드 기반의 보안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2022년에 마련한 도전과제에 '클라우드 보안 고도화'를 포함했다. 여기에는 MSP 서비스 확대와 공공 클라우드 전면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관제·컨설팅·시스템통합(SI) 역량을 집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랩이 눈독을 들이는 또 다른 분야는 클라우드다. 안랩은 그간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보안 사업을 해오면서 다양한 업종을 이해하는 업무 전문성도 갖췄다. 여기에 기존 보안 전문성을 더해 보안에 특화된 MSP 사업을 하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삼성SDS, LG CNS, SK㈜ C&C 등 기존 MSP와의 차별점으로 '보안'을 내세운 셈이다. 안랩은 특히 보안을 강조하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보안 특화' MSP 사업을 벌일 수 있다. 그간 공공기관들에 보안 솔루션을 공급하며 공공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영업력을 갔췄기 때문이다.

안랩이 최근 합병한 자회사 '안랩클라우드메이트'는 MSP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안랩클라우드메이트는 퍼블릭클라우드서비스를 원하는 포털이나 게임사 같은 고객들을 주로 확보했다. 보안은 기본이고 IT 인프라를 상황에 맞게 이용하며 비용도 합리적이기를 바라는 고객들이다. 안랩은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면서 MSP 사업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회사의 2022년 과제에는 블록체인도 포함됐다. 강 대표는 당시부터 블록체인을 새로 발굴할 매출원으로 삼고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상자산지갑 서비스다. 안랩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가상자산지갑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회사가 해외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한국보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덜하고 가상자산이 적용된 P2E(Play to Earn) 시장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안랩의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정보보안 기업 중 상징적 액수인 연매출 2000억원(이하 연결기준)을 2021년에 달성했다.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 2023년에는 매출 2392억원, 영업이익 26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의 실적추이를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연간 영업이익률 11%대를 유지했다.

주요 재무지표도 안정적이다. 올 3분기 기준 안랩의 부채총계는 857억원, 자본총계는 3633억원으로 부채비율이 약 24%다. 일반적으로 200% 이하를 적정 부채비율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안랩의 부채비율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92억원이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