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훼손' 뉴스타파 기자 압수물 키워드 '손석희'

정철운 기자 2024. 10. 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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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력은 압수수색으로부터 나온다" 뉴스타파 김용진 한상진 봉지욱 기자, 신간 '압수수색' 통해 압수공화국 실체 공개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검찰.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10층 디지털포렌식방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 수사관은 나에게 검사가 내려준 것이라며 30여개 키워드와 검색 기간을 알려줬다. 이 키워드를 넣어 뽑아낸 전자정보 중에서 압수물을 선별한다고 했다. 키워드를 본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이름도 못 들어본 JTBC 등 다른 언론사 소속 기자와 PD 이름이 수두룩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 이름도 있어 웃었다. 설마 내가 손 사장과 작당했다고 의심하나.” (한상진)

압수수색을 보도하던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 언론자유 후진국에서나 볼법한 희대의 사건이 있다.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고 휴대전화가 털린 뒤 법정에 섰다. 놀랍게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봉지욱 기자는 2023년 9월과 12월 압수수색을 당하고 출국금지 된 후 '압색출금동지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우리가 당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 문제를 똑바로 인식하고 검찰 권력을 더 집중해 파헤치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들의 경험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책으로 나왔다.

“기자 신분으로 수많은 압수수색 현장을 다녀봤지만, 압수수색을 직접 한번 당해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압수수색>이란 책 제목처럼,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압수수색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대선 조작 여론개입 특별수사팀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위해 5개 언론사 8명 기자를 압수수색했다. 기자들에 대한 출국금지도 이뤄졌다. 이 책에선 실제 압수수색 영장이 등장하고, 지난해 9월14일 봉지욱한상진 기자의 집과 뉴스타파 사무실을 동시 급습했던 순간이 현장감 있게 등장한다. 이렇게 압수수색을 직접적이고 객관적으로 묘사한 책은 지금껏 없었다. 그래서 더 화가 치민다.

▲신간 '압수수색'. 김용진 한상진 봉지욱 저. 도서출판 뉴스타파. 1만8000원.

검찰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푸는 기막힌 방법도 알 수 있었다. “곱슬머리(수사관)는 화면에 남은 내 지문 자취를 실리콘 골무로 그대로 눌러서 폰을 임의로 연 것으로 보인다.” (봉지욱 기자) “휴대전화를 쓰기 위해 패턴을 풀 때 옆에 있던 수사관이 패턴을 확인하고 종이에 적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상진 기자)

한상진 기자는 이 책에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피압수자는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전하면서 “누군가의 일상을 터는 걸 업으로 하는 검찰이 자행하는 자연스런 폭력을 현장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 발가벗겨지듯, 노트북과 USB가 하나하나 열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압수수색은 엉터리였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그날 나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분하고 억울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없는 한 기자의 노트북, 이메일을 뒤졌다.

봉지욱 기자는 압수수색 이후 습관이 생겼다. “엘리베이터가 우리 집에 다다라 문이 열리면, 아파트 복도 비상계단부터 쳐다보게 된 것이다. 수사관이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압수수색 트라우마다.” 김용진 대표는 “2023년 12월 검찰이 압수 해 간 휴대폰을 이 책이 나오는 이 순간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책에 따르면 검찰의 휴대폰 압수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예상했던 기자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책은 특히 휴대폰에 주목한다. 한상진 기자는 “휴대폰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 휴대폰을 압수당하는 건 '영혼이 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나친 검찰 편의주의 관행하에서 인간의 영혼이 너무 쉽게 털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한 뒤 “현장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기 힘든 일반인은 어떤 취급을 받을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기자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경험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압수수색 공화국'에 주목한다. 압수수색영장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통신사찰' 논란을 되짚으며 문제의 본질에 다가간다. “검찰권력은 압수수색으로부터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뉴스타파.

“이 사건은 검찰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삼각 편대를 구성해 진행한 희대의 언론탄압이다.” (한상진 기자) 이들은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그리고 현재는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책에선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기소까지 이어진 일련의 무도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부록으로 담은 압수수색 대응 매뉴얼은 압수수색을 대비해야 하는 모든 기자들에게 유용해 보인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뉴스타파 기자의 압수물 선별 키워드로 '손석희'를 넣었던 '검찰정권'의 욕망이 또렷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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