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3월 파산설' 팩트체크

조회 3862025. 3. 7.

이 영상을 보라. 피자 프랜차이즈 대표 브랜드인 피자헛의 1990년대 로고송이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피자헛은 왱구님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다.

그런데 최근 이 피자헛이 곧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튜브 댓글로 ‘피자헛이 3월에 파산할지도 모른다던데 사실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3월에 피자헛이 파산할 거라는 얘기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특별한 날 먹는 고급 외식 음식이었던 피자의 인기가 떨어지고, 피자헛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면서 피자헛이 위기 상황에 빠진건 맞지만 곧바로 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잘 나가던 피자헛은 왜 파산설이 나올 정도로 어려워졌을까. 피자헛은 한국에 프랜차이즈 피자를 들여온 선구자 같은 회사다. 1980년대는 내수시장이 급성장할 때였는데 1985년 이태원에 1호점을 낸 피자헛은 외국의 세련된 고급 외식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였다. 80년대생 왱구들은 알겠지만 90년대만 해도 피자헛에서 생일잔치를 한다는 건 꽤 잘사는 집 애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90년대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후속 주자가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고, 2000년대 피자스쿨, 피자마루, 피나치공 등 저가 브랜드의 등장으로 피자 이미지 자체가 대중적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피자헛의 기세는 꺾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미스터피자에 연매출을 추월당하더니, 2014년에는 6년전에 비해 매출이 4분의 1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최근 매출은 1000억원 또는 그 이하를 오가는데, 영업이익은 2022년부터 2년 연속 적자였다. 같은 기간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는 더 늘어서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피자 브랜드만 수십개다.

이 가운데 유독 피자헛 위기설이 부각되는 건 피자헛이 최근 받은 법원 판결 때문이다. 그동안 피자헛은 가맹점주에게 제공한 원재료에 ‘마진금액’을 붙여 이익을 취했는데, 이걸 미리 고지 안 해서 부당하다는 판결이다. 2022년 1심때만 해도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배상할 돈은 75억원이었는데, 피자헛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랬다가 2심에 오히려 21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 3배 많은 돈을 물게 생겼다. 3심인 대법원 재판도 열릴 예정이지만 피자헛 입장에서는 누가봐도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이다.

잘 나가던 시절 피자헛이라면 이 정도 빚이야 끄떡 없었겠지만, 있는 돈 깎아먹는 중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피자헛은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했는데, 기업회생이란 쉽게 말해 회사가 빚을 갚을 여력이 안 될 때 법원이 개입해 빚을 조정하거나 해서 경영이 가능한 수준에 한해 최대한 갚아 나가는 절차다.

[남은현 회생파산전문 변호사]

회생 절차는 그러니까 법인이든 개인이든 벼랑 끝에 몰리신 분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빚을 합법적으로 탕감받아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거죠.

피자헛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이렇게 빚을 갚아 나가겠습니다’하는 ‘회생계획안’을 3월 20일까지 제출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을 계획이었는데,현재 이 일정은 2번 연장돼 4월 27일까지 미뤄진 상태다.

이후 경우의 수는 여러 개가 있는데, 최악의 경우 중 하나는
①채무자들에게 이 계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법원이 이 계획안이 별로라고 봐서 거절해버리는 경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바로 파산이 되는 건 아니고, 그냥 회생신청을 하기 전 원 상태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법원이 피자헛의 계획안을 거절하면 파산한다’는 건 잘못됐다는 얘기.

물론 파산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닌데, ②회생계획안이 받아들여진 뒤 피자헛이 자신이 제출했던 계획안을 따르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직권으로 파산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웬만해선 없다고 한다.

피자헛은 최근 파격적인 이벤트를 계속해서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만 봐도 현재로선 파산 가능성이 낮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남은현 변호사]

망해갈 회사가 지금 마케팅에 돈을 써서 어떻게든 그렇게 하려고는 하지 않겠죠. 회생 절차에서 회생 계획 인가 결정을 받을 때 수익이, 지금 매출이 중요해요. 그래서 매출로 가맹점주들한테 채권 변제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무조건 매출을 쫙 끌어올려야 돼요. 그래서 우리 이렇게 잘하고 있고 우리 이렇게 매출이 나오니까 우리 이렇게 해서 채권자들한테 변제해 나갈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회사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던 피자헛은 저가 피자를 비롯한 다양한 외식 음식이 등장하면서 생존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신들의 상징 같던 샐러드바를 사실상 포기하고, ‘US오리진’ 시리즈를 선보이면서대량 할인 이벤트를 상시적으로 벌여왔다.

그래서 최근 피자헛의 실질적인 가격은 피자스쿨급으로 내려왔단 얘기도 있는데, 불행히 매출액은 딱히 나아지진 않았다. 저가 피자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고, 경기 침체로 사람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최애메뉴인 피자헛 팬피자만큼은 꼭 남아줬으면 싶은 마음인데, 피자헛이 위기를 잘 극복해 가맹점주도, 소비자인 우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해피한 결말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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