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1 끝, 챕터2 시작" 손예진이 들려주는 연기인생 스토리

"제가 그런 필모(필모그래피)와 구력과 나이와 역량이 되는지 의심했어요."
배우 손예진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 제안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배우 특별전은 2017년 전도연을 시작으로 정우성, 김혜수, 설경구, 그리고 지난해 최민식까지. 국내 최고의 배우들을 선정해 그의 연기 인생을 조명하는 시간으로 영화제 메인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얼굴도 예쁜데 연기도 잘하는' 손예진이 선정됐다.
5일 부천 원미구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을 갖고 2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선 손예진은 "존경하는 선배들의 뒤를 이어 제 특별전을 개최하게 된 것이 영광"이라며 감개무량해했다.
올해는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로 마련됐다. 영화제 기간 언론과 관객과의 만남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뿐 아니라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그의 대표작 6편이 상영된다.
손예진은 "멜로뿐 아니라 장르나 캐릭터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손예진은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학창시절의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속에서 많은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직업이 갖고 싶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렇게 연기자의 길로 발을 들였다.

●"채찍질만 했던 젊은 시절, 이젠 여유롭게 연기하고 싶어"
손예진의 데뷔작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이다. 첫 작품에 주연으로 발탁되며 예쁜 얼굴로 단숨에 주목받은 손예진은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 성실하게 연기하며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그 과정을 부침없이 견딘 것 같아도 손예진에게는 자신과 치열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 시간들을 "몸부림 쳤다" "100m 달리기였다"고 말로 남모를 고충을 겪었음을 짐작케 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얼굴이 예쁘면 연기자가 되는데 분명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연기자가 된 이후에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연기를 못하면 '얼굴이 아깝다' '얼굴만 예쁘다'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걸 극복한 연기자가 손예진"이라고 치켜세웠다.
손예진은 "한 작품 한 작품에 급급하고 스스로에 대해 채찍질만 해대느라 2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난지 모르고 20대때 예뻤던 모습을 즐기지 못했다"며 "이제는 여유롭게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연기 인생 챕터1이 끝나고, 챕터2가 시작된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결혼과 출산의 영향이 작지 않다. 손예진은 영화 '협상'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호흡을 맞춘 현빈과 2022년 3월 결혼하고, 그해 11월 아들을 출산했다. 한동안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유다.
"아이를 낳고 2년 가까이 키우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일이 전부였고 저와 일을 분리하지 못했어요. 요즘에는 단순하게 아이가 이유식 한 끼만 잘 먹어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가치관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좋은 배우'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평소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하는데 사실은 지금도 좋은 배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관객에게 울림과 공감을 주고 관객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요. 자연스럽게 제 나이에 걸맞은 연기를 하면서 오랫동안 관객 여러분 곁에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손예진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에 나선다. 그는 현재 박찬욱 감독의 신작 출연을 검토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