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日전문가들 "기시다, '사죄·반성' 말해야"
"기자회견서 징용·위안부 피해자 얘기 거의 없어서 놀랐다"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 일본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본의 대응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해결책을 발표하고 16∼17일 일본을 방문하기까지 했는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대응은 이번에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거듭 표명하면서도 과거 일본 내각 담화와 한일 공동선언에 담긴 식민지배와 관련한 '사죄와 반성'을 자신의 입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 관련) 결단을 내리고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만으로도 경색 상황이 지속된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외교에 실망했다. 윤 대통령의 용단에 걸맞는 담력을 기시다 총리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미흡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공동선언' 등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혔는데 역대 내각 담화와 한일 공동선언에 담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기시다 총리 입에서 나와야 했다. 아쉽고 실망스럽다.
지난 십수년간 한일관계를 돌아보면 관건은 어떻게 한국 국내 여론을 제어하느냐, 어떻게 해서 한국 국내 정치 대립, 진영 논리에 말려들어 버리는 한일관계의 악순환을 차단하느냐는 것이다.
지난 6일 (강제징용 해결책) 발표 이후 한국 국내 여론은 반대 일색이 아니다. 30%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지지 여부에 따라 찬반이 갈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한국 내 대일) 강경파의 목소리가 고립되냐, 주류가 되느냐는 중요한 국면이라고 본다. 그렇게 볼 때 기시다 총리가 (한국 내 여론을 고려해) 조금 더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 일본의 국익도 된다고 보고 있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4년 정도 남았다. 한일관계가 되돌아가지 않도록 충분한 성과와 실적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한일 정상회담은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크게 양보하고 일본은 거의 아무것도 안 한 모양새다.
회담에서 가장 큰 내용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해제였는데 일본은 이후에 해야 할 것을 타이밍을 맞춰 이번에 했다.
일본 내에서도 수출규제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 일본 정부로서는 거의 비용이나 위험이 없었다.
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거의 없어서 놀랐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8년 한국 대법원 징용 판결 이전으로 한일관계를 되돌리려는 목표가 명확해 징용과 수출규제,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를 다뤘으나 그 이전부터 있었던 양국 간 현안인 위안부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독도 영토 문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도 한국을 중요시한다고 어필해야 한다.
기시다 총리는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과거의 담화 문서에서 (사죄와 반성을) 인용하면서 말해야 한다.
과거 역사 인식 계승도 기시다 총리 자기 말로 해야 한다.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한일 정상회담 개최, '셔틀 외교' 재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한일 관계 악화의 중요한 요인은 징용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징용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시야에는 피해자가 없는 것 같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6일 한국의 징용 해법 발표 당시 입장 표명과 비교해 플러스알파가 없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징용 해법을 발표하면서 일본 측 호응을 기대하며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 찼고,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래서 정상회담에서 물이 조금 들어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물은 채워지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과거에 일으킨 전쟁의 법적 문제가 끝났다고 해서 사죄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죄하는 것이다. 사죄는 반복해야 한다.
전경련과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설립하기로 한 기금은 사실 징용 문제와 관계가 없다.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하기로 한 한국 정부 산하 재단에는 일본 기업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없다. 납득할 수 없다.
징용 문제는 피해자 동의 없이 정부 간에 멋대로 결론을 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양국 정부는 보편적 가치를 말하는데, 징용 문제는 인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피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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