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정리 해수욕장에서 불과 3분 거리. 수많은 여행자가 무심히 지나치지만, 그 짧은 거리 안에 제주의 전혀 다른 얼굴이 숨어 있다. 간판도, 파라솔도, 샤워실도 없는 불편한 해변.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원시적인 풍광을 마주하는 순간, 불편은 특별한 가치로 바뀐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비밀스럽게 ‘코난비치’라 부른다.

코난해변은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비공식 해수욕장이다. 공식 시설은 전무하지만, 그 덕분에 제주의 자연미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해변을 둘러싼 검은 현무암 지대는 수천 년 전 용암이 굳어 형성된 천연 방파제로, 파도를 막아내며 해안 안쪽에 잔잔한 자연 풀장을 만든다. 수심이 얕고 물결이 잔잔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도 안전하다.
편의시설이 없다는 점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동시에 인파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코난해변은 지금도 북적임 대신 고즈넉함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코난해변의 진가는 물속에 들어서는 순간 드러난다. 맑은 시야 속에 광어, 성게, 작은 열대어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이 살아 숨 쉬어 스노클링 명소로 손꼽힌다.
월정리가 서핑과 카페 문화로 붐비는 곳이라면, 코난해변은 오롯이 바다와 교감하는 장소다. 샤워실이 없어 물놀이 후에는 차량으로 3분 거리의 월정리 유료 샤워시설(약 2,000원)을 이용해야 한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지만, 해변 인근 주차 공간은 협소해 성수기에는 도로변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곤 한다. 따라서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코난해변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는 바다 옆으로 늘어선 하얀 풍력발전기다. 단순히 이국적인 포토존에 그치지 않고, 제주의 미래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 구좌읍 행원리는 제주 최초의 ‘탄소 없는 섬’ 시범 지역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활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녹색에너지 자립마을이다.

즉, 코난해변의 풍경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청정 자연과 지속 가능한 미래가 공존하는 현장 그 자체다. 바다와 발전기가 어우러진 장면은 제주의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코난해변은 샤워실도, 파라솔도, 안내판도 없는 해변이다. 그러나 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 이들에게만 에메랄드빛 자연 수영장, 다채로운 해양 생태계, 그리고 일몰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황홀한 풍경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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