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한화에 입단한 뒤 4년간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던 투수가 있다.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으로 둥지를 옮긴 배동현(28)이다. 그런데 유니폼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갑자기 잘 던지기 시작했다.
7일 잠실 두산전에서 5⅓이닝 5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고, 이로써 키움이 올 시즌 거둔 3승 중 2승을 배동현이 책임졌다.
"한화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경기 후 배동현은 솔직했다. "2차 드래프트의 수혜를 입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면서 "한화에 계속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키움이라는 팀에 오고 나서 제가 팀에 보탬이 되고 있고, 제 야구도 원하는 대로 잘 풀리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2021년 신인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지만, 4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2군에만 머물렀다. 그런 그에게 이적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고, 설종진 감독은 배동현을 4선발로 낙점했다.
시범경기 5실점 두산, 정규시즌에선 2실점

사실 이번 등판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13일 시범경기에서 두산을 상대로 2⅔이닝 7안타 5실점으로 폭격당한 전적이 있었고, 두산 타선은 5일 한화전에서 8점을 뽑으며 살아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배동현은 최고 148km 직구로 스트라이크존 몸쪽을 끊임없이 공략하면서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타이밍을 빼앗았다. 3회말 김민석의 3루타와 이유찬의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했지만 박준순과 정수빈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4회말에는 1사 만루 위기에서 양석환의 희생플라이로 1점만 내주며 버텼다.
유토가 불 껐다

3-2로 앞선 6회말, 배동현은 양의지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카메론에게 2루타를 맞으며 1사 2, 3루 역전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설종진 감독은 배동현 대신 카나쿠보 유토를 올렸고, 유토는 박찬호를 삼진, 양석환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리드를 지켰다.

더그아웃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본 배동현은 "힘이 떨어지면서 몸에 맞는 볼이 나오고 카운트 싸움에서도 밀렸다. 위기를 자초하고 교체돼서 너무 미안했는데, 유토가 잘 막아줬다"며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후 박정훈-김성진-김재웅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타선은 7회초 무사 만루에서 이주형의 병살 타점과 최주환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2경기 2승 ERA 2.61

배동현은 1일 SSG전 선발 데뷔에서 5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며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 중이다. 3승 6패가 된 키움은 2연패에서 벗어나 단독 7위로 올라섰고, 아래에는 두산(2승 1무 6패), 롯데, KIA(2승 7패) 등 3개 팀이 있다.
배동현은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는 게 첫 번째 목표이고, 그다음엔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화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4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