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pecial Interview] 아드리안 곤잘레스

Gonzo in Korea!

메이저리그 통산 317홈런, 실버 슬러거 2회와 골드 글러브 4회 수상, 올스타 5회 선정에 빛나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애드곤조’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전 세계를 돌며 성황리에 진행 중인 ‘MLB 홈런더비 X’의 서울 대회에 LA 다저스팀 선수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빅리그에서 15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2월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곤잘레스. 현재는 야구인과 사업가로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홈런더비 X가 열리기 전날 그를 만나 대회 출전을 앞둔 소감부터 선수 생활을 마친 소회, 요즘의 근황까지 생생히 들어봤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Chanwoo Lee Location Paradise City Incheon

#전설을 만나다

만나서 영광이다. 한국 야구팬들에게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9월 16일 인터뷰)

만나서 반갑다. 이렇게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아드리안 곤잘레스라고 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십오 년 동안 야구를 했다. 빅리그에 있을 때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뉴욕 메츠에서 뛰었다.

한국에 방문한 건 처음인가.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지 궁금하다.

맞다.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가 열리는 이곳(인천 영종도)은 공항에서 되게 가깝더라. 여러 친구로부터 한국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일 홈런더비 이벤트는 물론이고 서울 관광도 굉장히 기대된다.

지난 7월 MLB 홈런더비 X 런던 대회 이후 2달 만에 서울 대회를 앞두고 있다. 내일이 결전의 날인데 컨디션은 어떤가.

언제나 준비돼있다. 현역 때는 계속 경기가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일 하진 못했는데, 지금은 매일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현역 때보다 몸 상태가 더 좋다. 내일 경기에 대한 준비는 완벽히 마쳤다.

지난 런던 대회는 뉴욕 양키스에 패해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에는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예선에서 양키스와 대결했는데 불운하게도 상대가 정말 좋은 경기를 펼쳤다. 네 팀 중 우리가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는데도 지고 말았다. 하지만 3, 4위전에서는 결승에 나간 두 팀보다도 우리 점수가 더 높았다. 런던에서 좋은 경험을 쌓은 덕에 지금 자신감이 더욱 넘친다. 이번에는 예선을 잘 통과해서 결승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하고 싶다.

이번 서울 대회는 같은 다저스팀의 정근우와 이승엽, 김태균, 박용택 등 한국 야구 레전드 들도 함께한다. 대회를 준비하며 이들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나.

멕시코 대표팀으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나갔을 때 맞붙은 적 있을 거다. 다들 대단한 선수로 알고 있고 같은 야구인으로서 존경하는 마음이다. 한국에서 그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며, 내일 멋진 승부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MLB 15년의 발자취

올해 초 야구선수로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에 프로에 지명되고 정말 긴 여정을 마무리했는데 어떤 마음인가.

일단 너무 행복하다. 은퇴 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정말 좋고, 이처럼 야구와 관련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기쁘다.

2018년에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치고 한동안 쉬다가 고국 멕시코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그렇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할 겸 작년 오랜만에 선수로 복귀했고, 그 전 2년 동안은 개인 사업이나 야구와 무관한 일을 하며 지냈다. 공식적으로 은퇴한 후에는 ‘스포츠넷(SportsNet)’이라는 TV 채널에서 LA 다저스 중계를 하고 있고, 개인 사업도 신경 쓰는 중이다. 정말 바쁘지만, 현재의 삶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말했듯이 멕시코 대표팀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다. 성적과 별개로 올림픽에서 뛴다는 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을 것 같다.

축복 같은 일이었다. 사실 멕시코 대표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연습도 정상적으로 못 하고 다소 힘든 상황에 출전했다. 그 여파로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고, 결국 일찍 탈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스러웠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다.

‘이제는 은퇴해야겠다’ 하고 결심했던 계기가 있나.

선수로서 이미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했고, 특별히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2018년에 메츠에서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을 보냈고, 그다음 목표는 도쿄 올림픽에 멕시코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서 커리어를 잘 마무리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올림픽이 열리기까지 공식 은퇴를 선언하지 않고 고국에서도 뛰며 기다렸다.

현역 시절 굉장히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나 수상 같은 게 있나.

타율이나 숫자로 된 여러 기록을 좇는 편이 아니었다. 각종 상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 고르라면 골드 글러브(MLB에서 매 시즌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상)가 가장 의미 있다. 야구를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수비가 정말 중요하다고 배웠고, 오랜 시간 1루수로 뛰며 안정된 1루 수비를 보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항상 인지하고 있었다. 수비를 잘했다는 걸 증명해준 상인 만큼 가장 애착이 든다.

본인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내일 홈런더비 X가 열리는 만큼 묻고 싶다.

데뷔 첫 홈런이나 마지막 홈런, 포스트 시즌에 친 여러 홈런이 떠오른다. 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더비 때다. 총 두 번 참여했는데, 2011년 레드삭스 시절 애리조나에서 열린 대회 때는 결승까지 갔다. 당시 홈런더비가 끝나고 올스타전 본게임에서도 담장을 넘겼다. 이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장기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던 본인만의 원동력이 있을까.

우리 집안이 야구인 가족이다. 두 형제 모두 야구를 했다. 비록 형 데이빗은 대학에서 다치는 바람에 그만뒀지만, 어릴 때부터 형을 포함해 우리 가족이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 어린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야구선수로 성공하고픈 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조언을 남긴다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거다. 연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만의 시간도 많이 할애해야 하고, 포기해야만 하는 게 있을 거다. 최고가 되고 싶다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다양한 팀에서 뛰었는데 특히 애착이 가는 팀을 꼽으라면?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다저스 시절 팀 동료였던 류현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사실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타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덕에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내가 지금까지 함께 생활했던 모든 팀메이트 중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아주 좋은 친구였고, 되게 친하게 지냈다. 원정 경기를 가면 멕시코나 한국 식당에 같이 방문해서 식사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멕시코 음식을 소개해주기도 했고, 류현진을 통해 불고기나 갈비 등 한국 음식을 접하기도 했다. 종종 식사와 함께 소주와 맥주도 마시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본인이 기억하는 류현진은 어떤 선수였나.

정말 뛰어난 올스타급 선발 투수였다. 등판할 때마다 너무 잘 던져서 팀에 큰 도움이 됐고, 동료로서 매일매일 마운드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의 피칭을 보는 게 정말 즐거웠고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년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했다. 정말 큰 환호를 받았는데.

몇 년이 지났음에도 수많은 팬이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알아보고, 응원해준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너무 기쁘고 즐거웠던 순간으로 남았다.

선수 시절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을 텐데, 이젠 더 자주 함께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했을 텐데.

딸들이 아빠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또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고픈 이유가 있는데, 이제 10살인 첫째가 야구를 하고 있다. 재능도 있고 열정이 뛰어나서 지금 뛰고 있는 리그의 올스타에 뽑혔는데, 내가 그 올스타팀에서 코치 역할을 하게 됐다. 딸이 야구를 하는 걸 가까이에서 볼 기회다. 딸도 정말 기뻐하지만 나 역시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LA 다저스 중계진으로 활동하는 건 어떤지 궁금하다. 선수에서 해설자가 되니 색다른 기분일 것 같다.

일단 너무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 관한 일을 하며 온종일 야구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않나. 해설하며 스윙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것도, 비판적인 분석을 하는 것도, 경기 중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논하는 것도 정말 재밌다. 내가 평생을 몸담은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가.

이전부터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고, 현재도 바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먼 대한민국에서 계속해서 많은 응원을 보내줘서 정말 감사하다. 동료 한국인 선수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얘기들을 듣곤 했는데 이렇게 방문할 수 있어서 정말 뜻깊다. 나와 우리 팀에게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줘서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다. 내일 대회에서도,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

역시 전설은 전설인가. 2달 전 런던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애드곤조는 이번 서울에선 폭발적인 타격으로 다저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예선 19점, 결승 20점 도합 39점을 홀로 책임지며 대회 MVP까지 수상한 건 덤이다. 멕시코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팬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 그의 야구 인생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밝게 빛날까? 머지않아 배터박스가 아닌 야구장의 또 다른 장소에서 그의 활약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8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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