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Coast

골드코스트를 떠올리면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항상 따라왔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파도를 타며 빚은 완벽한 근육을 자랑하는 근사한 서퍼들 말이다. ‘그 밖에 뭐가 더 있겠어?’ 하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오만한 고정관념을 이번 여정에서 버렸다. 골드코스트는 서핑 성지일 뿐 아니라 퀸즐랜더들이 웅장한 대자연에 쉽고 안락하게 다가가고 싶을 때 찾는 관문이다. 야생동물과의 만남은 커럼빈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이뤄진다.

다음 세대에게 생태계와 멸종위기종, 희귀종, 토종 동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전하는 이곳에선 코알라와 포옹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호주에서 코알라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주는 단 3개뿐이며, 퀸즐랜드가 그중 하나다.) 그 복슬복슬한 엉덩이의 부드러운 감촉을 한껏 느끼며 안아보는 특권을 놓쳐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유칼립투스나무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20시간이나 자는 코알라의 앙증맞은 자태, 한번 물면 뼈까지 씹어 먹는다는 강철 이빨의 태즈메이니아데빌, 네모 똥을 싼다는 이유로 인간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웜뱃을 지나면 캥거루가 뛰어노는 숲에 이른다. 이 정도면 호주에서 꼭 마주해야 할 마스코트를 다 만난 셈이다.

땅의 소산은 트로피컬 프루츠 월드에서 만날 수 있다. 1983년부터 지속가능한 농법을 고수하며 전 세계 500여 종의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이 농장엔 관광객뿐 아니라 퀸즐랜더도 즐겨 찾는다. 마운트워닝(Mount Warning) 칼데라 분지의 비옥한 토양과 열대우림, 맑은 저수지로 둘러싸인 농장에서 재배한 과일과 채소는 직접 운영하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과 카페, 과일 상점과 델리, 라이프스타일 매장에 탐스럽게 놓여 있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은 이곳뿐 아니라 근교 농장의 농산물, 로컬 브랜드의 빵, 커피, 소스 같은 것을 사려는 퀸즐랜더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제 골드코스트의 주인공, 서핑을 마주할 차례다. 첫 행선지는 더 스핏(The Spit). 메인 비치(Main Beach)와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쿨랑가타(Coolangatta)까지 이어지는 북쪽 해안선을 뜻하지만 대개 더그 제닝스 공원(Doug Jennings Park) 혹은 더 스핏 도그 비치(the spit dog beach)를 이정표로 삼는다. 북풍을 막아주는 해안가 지형으로 특히 여름에 안전한 서핑을 즐기고 싶은 이들, 아이에게 처음 서핑을 알려주려는 부모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맑은 날 햇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가장 행복한 생명체는 따로 있다. 목줄에서 해방된(오프 리시 공원이다) 반려견들. 그들이 모래사장과 물가를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개가 이렇게 오래, 활짝, 박장대소하듯 웃을 수 있는 동물이었나? 물보라를 일으키며 견주, 친구와 신나게 공놀이를 즐기는 집채만 한 개들은 퀸즐랜드에서 마주한 순간 중 가장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서핑이 사는 곳, 직업, 삶의 방식을 바꾸는 스포츠라는 사실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커럼빈 비치로 향하자. 하와이, 오키나와, 리마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꽤 많은 서퍼들을 만났지만 가장 신난 얼굴은 이곳에 있었다. 무려 ‘세계 서핑 보호구역(World Surfing Reserves)’으로 지정된 이 비치의 파도는 해양 생태계와 해안선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덕에 ‘퀸즐랜드에서 가장 깨끗한 해변’으로 꼽힌다. 그 축복을 고스란히 누리는 이는 오후 3시쯤 퇴근해 4시에 파도 타러 헐레벌떡 달려오는 로컬 서퍼들. 파도로 직진하기 좋은 포인트에 나란히 줄 선 후 새끼 펭귄처럼 뛰어드는 근육질의 서퍼들을 보며 생각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골드코스트에서 소년으로 태어나야지.’

골드코스트에서 짧은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서핑하기
질 좋은 파도는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귀한 자연유산이다. 처음이어도, 서툴더라도 파도 위에 올라보자. 더 스핏에서 가장 친절한 파도를 타고 싶다면 더그 제닝스 공원에 위치한 겟 웨트 서프 스쿨로 향할 것. 2005년부터 수많은 초보를 골드코스트의 파도 위에 올린 베테랑이다.
Get Wet Surf School
주소 Doug Jennings Park, Seaworld Drive. Main Beach, QLD
문의 getwetsurf.com
바다 생물 만나기
시 월드 마린 파크는 퀸즐랜드의 바닷속을 미리 보기 할 수 있는 테마파크. 돌고래, 상어, 가오리, 펭귄 등 해양 동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5월부터 11월 사이에 방문한다면 웨일 워칭 투어를 놓치지 말 것. 남극대륙에서 출발한 4만여 마리의 고래들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찾아오는 여정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다.
Sea World Marine Park
주소 Seaworld Dr, Main Beach, QLD
문의 seaworld.com.au
예술의 집 산책
‘Home of The Arts’의 약어, HOTA를 이름으로 삼은 골드코스트 현대미술관은 명실상부 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도 소장했지만 호주의 예술가들, 그중에서도 여성과 애버리지니, 신진 예술가들의 세계를 적극 소개한다.
HOTA
주소 135 Bundall Road, Surfers Paradise, QLD
문의 hota.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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