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기당했다” 李 대통령 지적하더니… 서울교통공사, 다원시스 사기 혐의 고소
다원시스, 선금 407억 원 사용처도 못 밝혀
국토부 수사의뢰·코레일 고소에 이어
서울교통공사도 사기 혐의로 칼 빼들어

서울교통공사가 9일 철도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와 박선순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공사는 해당 업체가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납품 계약을 맺은 뒤 현재까지 납품을 미루면서 공사에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데다 선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까지 드러나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다원시스는 2023년 5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해 공사와 약 2200억 원 규모로 전동차 200칸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2월 초도품을 내놓기로 했지만, 경영 악화를 이유로 현재까지 한 칸도 납품하지 못했다. 계약상 최종 납기 기한은 내년이지만 사전 설계 등 기초 단계조차 마무리되지 않아 납기 준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공사의 판단이다.
다원시스의 반복적인 납품 지연 문제는 이미 다른 공공기관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문제 기업’으로 지목될 만큼 논란이 누적돼 왔다. 국토교통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발주한 ITX-마음 열차 납품 지연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다원시스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코레일도 올해 1월 다원시스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2024년 4월 체결한 ITX-마음 3차 계약분 116량에 대한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가 열차 납품을 지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열차 계약금의 절반 이상을 선지급한 점을 거론하며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 “대규모 사기 사건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공개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과도한 선급금 지급 구조와 느슨한 계약 관리 등 공공 조달 관행 전반을 점검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다원시스를 둘러싼 감사와 수사 의뢰, 고소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5호선 계약과 관련해 다원시스가 선금 가운데 407억 원의 사용 내역을 증빙하지 못한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입찰·계약 기준상 선금은 해당 사업의 자재·노무비 등에만 쓸 수 있는데, 공사는 다원시스가 이를 다른 사업 적자 보전 등 임의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선금 반환 청구와 보증보험 청구 등 법적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사가 2021년 다원시스와 체결한 5·8호선 전동차 298칸 공급 계약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원시스는 지난해 7월 김천공장에 해당 물량 생산 전용 라인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행하지 않았고, 협력 부품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으로 자재·부품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이 탓에 공사는 노후 차량을 계속 운행하기 위한 중정비·정밀안전진단 등 유지보수 비용으로 약 100억 원대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04억 원을 손해비용으로 산정해 지난달 12일 다원시스에 통보했다. 공사는 다원시스가 비용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회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5·8호선 계약 선금에 대해서도 목적 외 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다원시스는 선금을 전액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서울교통공사에 제출하지 못한 선금 세부 증빙만 588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선금 검증 용역과 종합감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공사는 추가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신조 전동차 제작 리스크 안정화 TF’를 가동해 회계 전문가를 투입, 선금 사용 적정성을 점검하고 법률 자문을 받아 납품 지연과 제작사 경영 악화 등 이례적 상황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사는 올해부터 전동차 발주와 평가 체계 전반을 손질해 제작사 재무구조 배점을 높이고 저가 수주 방지 대책을 평가에 반영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민사상 지체상금 부과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고, 범죄 의혹에는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노후 전동차로 인한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체 사업 공정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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