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사모펀드 적대적 M&A 표적된 울산 향토기업, 이대로 괜찮나

건실기업 뒤흔든 나쁜 선례 수두룩

맥쿼리, 코엔텍 인수 3년만에 경영권 매각 차익 실현
MBK가 9년 전 인수한 홈플러스 직원 3000여명 해고
2018년 인수한 bhc에선 과도한 배당금 챙겨 비판도
고려아연 중국엔 안팔겠다지만 제3자 매각 배제 못해
中기업에 매각된 하이디스 기술 유출사례 재현 우려도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울산에 주력사업장을 둔 세계 비철금속 1위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처하자 울산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MBK와 영풍의 M&A 시도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며, 1인 1 주식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중소기업융합울산연합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갈 경우 향후 구조조정, 투자 축소, 고용 감소 등 울산 지역 경제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 사회가 의구심을 접지 않는 것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표적이 된 향토기업들이 ‘먹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쿼리그룹 사모펀드는 2017년 영남권 최대 폐기물처리업체 코엔텍을 인수한 뒤 3년여 만에 경영권을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 2021년에는 국내 수소 1위인 덕양을 인수, 국내 수소 생태계의 최상단을 점령했다.

 MBK의 과거 행태도 우려를 키운다. 국내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간 지 9년째에 접어들었는데 직원과 점포는 대폭 줄고 실적도 악화하면서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2019년 6월 기준 140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6월 기준 131개로 9개가 사라졌다. 3000여 명의 직원은 해고됐다.

 MBK가 2018년 인수한 또 다른 기업인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영업이익 상당액을 배당금으로 썼다. 2022년 MBK파트너스가 챙긴 배당금이 620억원을 넘었는데,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MBK는 bhc 인수 후 가맹점 계약 부당해지, 물품공급 중단 등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5000만원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공개매수가 진행되면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회사·협력회사 임직원들이다. 갑자기 최대주주가 바뀌게 되면 고용안정은 물론, 진행 중인 사업들에 대한 계속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되면 그 강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몇 년 후에 또다시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MBK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영권 인수 후 중국기업에는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기업의 중요 자산 및 핵심 기술의 유출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 유출형 M&A를 통한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2002년 11월 하이닉스의 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가 중국 BOE그룹에 매각되며 대표 기술이었던 광시야각(FCC) 기술을 포함한 4300여 건의 LCD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무단 유출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기술 유출형 M&A의 가장 큰 이점은 기술을 합법적으로 탈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BOE는 투자를 빌미로 기술력이 좋은 하이디스를 헐값에 매입한 뒤 중국에 똑같은 업종의 회사를 설립해 기술 공유를 명분으로 전산망을 공유한 뒤 합법적으로 빼낸 기술을 중국 현지 기업에 제공해 제품을 생산했다. 이와 동시에 하이디스의 제품 생산은 점차 줄였다. 그 결과 하이디스는 만성 적자 상태로 부도를 맞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상당수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다.

 무엇보다 누가 경영권을 쥐든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 지분 경쟁의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지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고려아연이나 MBK에 모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이 향후 고려아연 회사 자체에 반영될 것”이라며 “자칫 미래 투자에 나설 현금을 끌어다 쓰는 등 회사 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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