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풀 셀프 드라이빙) 일시불 종료 후 월 15만원 구독제로 중국산 신형 모델3·모델Y는 지원 대상 제외, 효과는 미지수
테슬라 모델Y.
테슬라가 국내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풀 셀프 드라이빙·감독형) 판매 방식을 월 구독제로 전환한다. 고가 옵션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이용자를 늘리고 차량 판매 이후에도 반복적인 구독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판매의 주력인 중국산 신형 모델3·모델Y는 여전히 FSD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구독제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다음달 10일부터 FSD 판매 방식을 기존 904만3000원 일시불 구매에서 월 15만원 구독제로 전면 전환한다. 일시불 구매는 다음달 9일까지만 가능하며, 기존 향상된 오토파일럿(EAP) 보유 고객이 FSD를 구독할 경우에는 월 7만5000원의 할인된 구독료가 적용된다.
이번 구독제로의 전환은 미국 본사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2월부터 FSD 일시불 판매를 종료하고 월 99달러 구독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8000달러를 한번에 내거나 월 단위로 이용하는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었다.
구독제로 바뀌면 소비자는 900만원이 넘는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에만 FSD를 사용할 수 있다. 차량을 짧게 보유하거나 장거리 운행이 많은 달에만 기능을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유리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월 15만원을 약 60개월간 내면 기존 일시불 가격과 비슷해진다. 차량을 5년 이상 보유하면서 FSD를 계속 사용할 경우에는 현재 가격 기준으로 일시불 구매가 더 저렴한 셈이다.
테슬라는 구독제 전환에 앞서 국내 FSD 지원 차량도 확대했다. 최근 미국산 HW3(하드웨어3) 기반 모델3와 모델Y를 대상으로 최신 버전의 주행 판단 기술을 경량화한 'FSD v14 Lite' 배포를 시작한 것이다. FSD v14 Lite는 HW4용 소프트웨어를 HW3 차량의 카메라와 연산 성능에 맞게 최적화한 버전이다. 2019년 이후 국내에 판매된 미국산 모델3와 모델Y 등 비교적 오래된 차량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도심 주행과 차선 변경, 신호 대응, 주차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최신 HW4를 탑재한 중국산 모델3와 모델Y는 국내 FSD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모델Y는 2023년, 모델3는 2024년부터 국내 공급 물량의 생산지가 중국으로 전환된 바 있으며 구체적인 FSD 적용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테슬라 차주들 사이에서는 최근 구매한 중국산 모델이 FSD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소외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신 차량을 구매하고도 FSD 적용 시점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차주는 "차를 사고 바로 FSD를 사용할 수 있다면 구매 유인이 크지만, 현재는 고가 모델을 제외하면 최소 3년 이상 된 미국산 차량이나 언제 업데이트될지 모르는 중국산 차량으로만 선택지가 나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독제 전환을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갈린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일시불 판매보다 구독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일 것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일시불 구매가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구독료가 인상될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FSD 일시불 옵션이 중고차 가격에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미 FSD가 활성화된 차량은 별도로 구독료를 내지 않아도 돼 같은 연식과 주행거리의 미적용 차량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로 자동차의 중고 가격은 일정 수준까지 떨어진 뒤 수렴하는 만큼 FSD 구매비용 전액을 회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월 구독을 통해 기능이 필요한 기간에만 비용을 지불하고, 기술확산에 따라 향후 요금이 낮아질 가능성을 기다리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테슬라의 이번 조치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국내 구독제의 성패는 FSD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향후 판매 전략은 FSD를 제품으로 팔고, 차량은 FSD 전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중국에서 무이자 할부, 한국에서 가격 인하 등의 마케팅 활동은 다른 완성차 업체와는 다르게 차를 많이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닌 FSD 배포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의 FSD 구독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 1분기 구독자 수는 전 분기보다 16%,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했다"며 "3분기 FSD v14 Lite 배포에 따라 HW3탑재 차량이 FSD를 구독하기 시작하면 구독률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