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총장 마음대로 민원실에 특활비 지급”··· 시민단체 특검 촉구 기자회견
목적과 다르게 집행…오·남용 의혹
특별검사 도입해 예산 문제 수사를”
대검 “근거 없는 허위주장에 유감”
이원석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쓰인 특활비가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에 쓰여야 할 특활비를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집행한 사안으로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개 시민단체와 전국 6개 언론사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취재단)’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직 검찰총장의 특활비 오·남용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장은 “특활비가 잘못 쓰이지 않도록 지휘하고 있고, 지침에 따라 용도와 절차에 맞게 쓰고 있다”고 장담해 왔다.
취재단에 따르면 제보자는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퇴직한 검찰 공무원이다. 제보자는 지난해 6월20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총장실에서 특수활동비 100만원을 내려보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같은 날 재무 담당자는 현금 수령일, 금액, 집행내용 등이 적힌 특활비 영수증 양식을 보내왔다. 집행내용란에는 ‘대국민 민원서비스 향상을 위한 국정수행활동지원’이라 적혀 있었다. 제보자는 이후 검찰총장 비서관과 통화를 한 뒤 “천안지청뿐 아니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도 특활비를 지급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제보자는 다음날 우수직원 격려행사에서 지청장으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소속 부서에 배분하고 일부는 민원실 회식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취재단은 이 제보로 검찰 특활비의 본래 목적이 퇴색됐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활비는 기밀수사나 정보활동에 쓰여야 할 예산인데, 총장이 이와 전혀 무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민원실에 임의로 뿌렸다는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기밀수사도 하지 않는 부서에, 그것도 특정한 용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한 격려금 명목으로 특활비를 뿌린 것은 명백한 세금 오·남용이고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안지청뿐 아니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비슷한 금액이 지급됐다면 오·남용된 특활비의 규모는 최소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는 “보통 특활비는 기밀수사가 필요할 때 일선에서 금액을 특정해 결재를 받는 방식으로 집행되는데, 이번 사례를 보면 (총장이) 쌈짓돈이나 용돈을 주듯이 일시와 금액, 집행 명목까지 적어서 내려보내고 수령자는 서명만 하고 받아 가라는 식”이라면서 “특활비 대부분이 그렇게 집행되어 온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의 특활비 유용 의혹이 여러 번 제기된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예찬 활동가(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017년 하반기 영수증 없이 사용된 대검 특활비가 2억원에 달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 70억원의 특활비를 현금화해 어떻게 썼는지 알 수도 없다”면서 “검찰이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으니 수사가 당연히 필요하고, 특검을 도입해서 예산 문제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민원부서는 검찰 수사관이 근무하면서 수사·정보수집 활동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필요에 따라 특활비 집행이 가능하다”면서 “예산편성 목적에 맞게 특활비를 집행하고 관련 증빙자료도 구비하고 있음에도 악의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주장을 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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