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한일 축구와 세계 웅비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 중 역사가 오래이며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한 것이 축구이다. 우리 축구는 1948년 런던올림픽 8강, 2002 한일월드컵 4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에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여정을 펼치고 있다.
평소 손흥민과 지소연 선수의 멋진 활약을 보면서 ‘축구 한국’의 초석을 놓은 사람들을 생각하곤 했다. 그들은 바로 철원 출신 학범 박승빈과 경암 홍성하이다. 이들은 조국이 자유·독립을 잃은 것은 계급(階級)과 문약(文弱)이 그 원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스포츠의 인격도야와 평등사상 및 협동의 힘에 공감하며 학원스포츠의 진흥에 노력했다.
이러한 정신사적 흐름 속에 탄생한 것이 ‘조선축구협회’다. 조선축구협회는 1933년 9월 19일 경성 백합원(百合園)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때 초대 회장으로 국내 최초 ‘전조선 중등학교 축구대회’(1928)를 창설한 박승빈 보성전문 교장이 선출됐고, 부회장에는 보성전문 상과 교수이며 체육부장인 홍성하가 선임됐다.
축구 정신의 생활화와 기술 향상을 목표로 하는 통일기관이 조직되면서 조선 축구는 변화와 웅비의 길로 나아갔다. 경성축구단은 1935년 6월 2일 메이지 신궁경기장에서 열린 ‘제1회 전일본종합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도쿄문리과대학에 6대 1로 승리했다. 베를린올림픽 출전을 위한 제1차 예선전이기도 했다. 이 한일전에는 청사(靑史)에 빛나는 일화가 있다. 후반 종료 쯤 배종호가 경련이 일어나 뛰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 경성축구단의 공격이 계속됐다. 그러나 골키퍼 나카가이치 가쯔히사는 모든 것을 초월해 배종호의 신음을 듣고는 뛰어나와 그 다리를 몇분간 주물러 주었다.
조선 대표인 경성축구단은 1935년 11월 3일 ‘제8회 메이지신궁경기대회’의 ‘전일본 지방대항 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게이오BRB(관동대표)를 2대 0으로 물리쳤다. 이는 2차 예선전이었다. 이처럼 경성축구단은 두 차례 선발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일본 축구계를 제패했다. 아시아 최강인 경성축구단에는 축구 천재 김영근, 조선 최고의 공격수 김성간, 명수비수 정용수 등이 있었으나 올림픽에 최종 참가한 것은 김용식뿐이었다.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난 김용식(1910∼1985)은 육상·정구·빙상 등을 잘하는 ‘스포츠 천재’로 조선 제일의 축구 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는 1936년 8월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해 일본 축구대표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와세다 대학을 중심으로 편성된 일본 대표팀은 우승 후보 스웨덴과의 1차전 전반에 2골을 실점했다. 이때 후반전에 투입된 김용식의 기백과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으로 동점이 됐다. 김용식은 경기 종료 5분 전 세계축구사에 길이 남을 결승골을 마츠나가 아키라에게 어시스트 했다. “가장 약하다고 했던 일본이 세계의 강호 스웨덴을 무너뜨렸다!” 이는 ‘베를린의 기적’이라 불린 드라마였다. 단 한 사람이 출전했지만 ‘한일합동팀’이 거둔 대승리였다. 1948년 런던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한 김용식은 우리나라 최초로 ‘올바른 축구의 지도’(1955)라는 이론서를 쓴 사상가이기도 하다.
올해는 2002 한일월드컵 22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일 축구의 발전과 세계적 웅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뜻을 모아 사제지간인 박승빈·홍성하·김용식·배종호의 삶과 체육활동을 계승한 보성전문 문화체육재단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한국·일본·재일조선학교의 남녀선수 등이 참가하는 ‘김용식배 국제청소년축구대회’를 창설하길 바란다. 그리고 1936년 조선과 일본의 젊은 영웅들이 합심하여 베를린에서 위대한 승리를 한 8월 4일을 ‘한일 우정의 날’로 제정하길 희망한다. 나아가 세계 축구에 관한 지식정보의 수집과 전문적인 연구 및 인재 육성을 하는 국립 축구원의 설립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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