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징금-①쿠팡의 주장은 일리가 있나?

[이용우의 경제 더하기]
①플랫폼의 본질과 경쟁제한성에 대해
공정위의 처분은 정당한가
쿠팡의 강변은 일리 있는가
쿠팡은 입점업체 차별했나, 안했나

공정위, 쿠팡에 칼을 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13일 쿠팡이 자사브랜드(PB) 상품을 우대하고 임직원을 후기 작성에 동원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1천400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와 쿠팡, 자회사 CPLB 법인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입점 업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천250개 자기 상품(직매입상품 5만8천658개·PB상품 5천592개)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이 방식으로, 쿠팡이 검색 상위에 고정 노출한 PB상품 노출빈도와총매출액은 크게 증가했다. 기획전 상품 총매출액은 76.07% 증가, 고객당 노출수는 43.28% 높아졌다. 또 검색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상품 비율은 56.1%에서 88.4%로 증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2천297명 임직원이 PB상품에 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도록 해 PB 상품이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는 데 유리하게 했다. 이를 통해 평균 4.8점 별점의 최소 7천342개 PB상품 7만2천614개 구매후기가 작성됐다. 이 행위에는 쿠팡 주요 직책자로 구성된 쿠팡 운영위원회 쿠팡리더십팀(CLT)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진열하는 행위는 유통업의 고유한 업무이며 이것을 문제삼는다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였다. 즉 쿠팡은 편의점·대형마트도 PB상품 골든존(170cm 이하 매대) 눈높이에 배치한다고 강조했다. PB상품 우대는 쿠팡 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경쟁당국이 PB상품 진열 순서를 규제한 선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경쟁당국의 조치와 쿠팡의 반론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플랫폼의 본질은 무엇이고 플랫폼의 경쟁제한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면 경쟁당국은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1편에서 이를 다루고, 이어서
둘째, 플랫폼의 혁신이란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셋째, 알고리즘과 AI에 의한 선택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까지의 질문에 대해 3편의 글로 답을 찾아본다.

사진=MBC뉴스 캡쳐

①플랫폼의 본질과 경쟁제한성에 대하여

백화점에서 상품이 가장 잘 팔리는 곳은

우선 플랫폼의 본질부터 살펴보자. 플랫폼이라고 하면 서울역과 같은 기차역이 떠오른다. 기차역은 사람들이 이동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그 장소에 신문판매대, 간단한 식당, 편의점 같은 업체가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결국 플랫폼은 사람이 모이게 하고 그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은 일종의 시장(市場, market)이다.

오프라인에서 대표적인 플랫폼은 우리나라의 백화점이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자기 계산으로 팔 상품을 구매하여 판매하는 곳이다. 만일 팔리지 않게 되면 재고가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백화점이 지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등장한 롯데백화점은 전혀 다른, 오프라인의 플랫폼 모델을 우리나라에 선보였다. 자기 계산에 의한 상품구입도 일부 있었지만 기본은 롯데백화점이 입점업체를 선정하고 그 업체가 상품을 판매하는 모델이었다. 이 경우 재고부담은 입점업체의 몫으로 남게 된다. 백화점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마케팅과 적합한 입점업체를 선정하고 관리(=백화점에서 요구하는 품질수준, 납기 등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업체로부터 매출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정거래 이슈가 발생한다. 시장을 만들고 공간을 제공하는 업체(백화점, 플랫폼)와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업체 사이에는 새로운 긴장관계가 만들어진다.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 옆과 같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 눈에 띄는 곳에 자리잡는 것이 영업에 유리하다. 반면 입점업체를 선정하는 백화점은 그 곳에 가장 잘 팔리거나 향후 전략적으로 중요한 업체를 배정하려고 할 것이다. 백화점은 입점업체에게 그들이 자리를 선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알리고 그에 따라 자리를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자의적으로 자리를 배정한다면 입점업체는 앞으로 그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그 백화점은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백화점은 고객도 많이 가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백화점의 평판(reputation)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백화점의 계열사가 목 좋은 곳을 차지한다면

만일 입점업체가 백화점의 계열사나 관계사라면? 또는 백화점이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여 입점한다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서는 특히 스스로 입점하거나 계열사/관계사가 입점하는 경우 가격과 거래조건을 제3자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조건(arm’s lengh)으로 할 것으로 요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백화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쿠팡이 상품의 진열은 유통업의 고유한 업무이며 이를 문제 삼는다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백화점이 자의적으로 입점업체를 배치할 때 경쟁당국이 문제삼는 것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것이다.

핵심은 계열사/관계사 또는 자체 입점업체와 제3자를 동등하고 공정한 거래조건을 제공하는가 여부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입점업체의 선정과 진열위치를 선정하는 기준을 공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이를 규정하고 공시된 기준과 다르게 한다면 처벌하는 것이다.

우리는 플랫폼이 일종의 시장이고 ①시장에 입점한 업체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기능과 ②시장자체를 관리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백화점의 예를 통해 보았다.

플랫폼 사업 성공의 필요·충분조건들

한편 플랫폼은 시장과 백화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온라인, 모바일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플과 구글의 앱은 앱 스토어, 플레이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에서 시장의 의미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에 앱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적절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제공되는 상품의 품질유지 기능과 유사한 것이다.

그러면 왜 플랫폼이 경쟁제한성을 갖게 될까? 우선 플랫폼은 사람을 많이 모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 평가를 할 때 핵심지표는 고객수, 즉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 사용자가 하루에 몇 명이고 얼마나 자주 재방문하는가 등이다. 플랫폼 사업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를 모으는 것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고객 모집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또한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빠르게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데 여기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핵심은 최소의 비용으로 많은 사용자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신속 배송/물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모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다. 1994년 창업한 아마존이 2004년 첫 흑자를 보았다는 것은 이를 잘 증명한다. 약 10년간 물류/배송시스템에 주주의 돈으로 투자한 후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그런데 흑자 전환의 원동력은 물류/배송 등 사업이 아니라, 물류/배송정보를 처리하는 데이터 처리 및 운용 노하우의 축적을 통한 클라우드 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였다.

아마존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데이터 처리를 대행해 주고 수익을 얻는 사업을 새로이 발견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플랫폼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고객을 모으는 엄청난 비용을 상쇄하는, 그 고객과 정보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플랫폼을 영위하기 위해 충분조건이다. 요컨대 고객을 모으는 필요조건(최소 비용으로 많은 고객을 모은 것)과 이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플랫폼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사업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수익을 창출하는 영역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PB상품·로켓배송이 필요했던 이유

문제는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 계열사/관계사 상품을 취급하거나 스스로 입점하는, 즉 PB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등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PB상품은 플랫폼이 자기가 취급하는 상품의 판매정보 등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상품 또는 기능 등을 파악하고, 그 기능을 포함한 상품을 제조업체에 플랫폼이 정한 가격으로 납품받아 판매한다. 플랫폼이 주도권을 쥐고 플랫폼 스스로 입점업체가 되는 것이다. PB상품의 판매가 많아지면 플랫폼의 수익이 높아지게 된다.

공정위가 쿠팡의 PB상품 배치를 문제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랫폼은 주로 모바일앱을 통해 거래가 발생하는데 모바일은 특성상 한 화면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다. 이 때 첫 화면이나 상단에 배치된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판매량은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PB상품을 첫 화면에 배치하고 기존에 취급하던 유사한 상품을 다른 화면에 배치한다면? 그리고 PB상품을 적극 추천한다면? 소비자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

한편 플랫폼이 PB상품을 기획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는 기존 입점업체가 제공한 상품의 판매량, 고객반응 등의 정보이다. 이 데이터의 소유권은 누구의 것일까? 우리는 그 데이터가 플랫폼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입점업체의 것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흔히 보는 소규모 상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상점 주인은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고객의 반응이 어떤지 알 수 있고 그 정보를 통해 잘 팔리는 상품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한다. 또한 단골 손님이 오면 물어 보지 않고도 손님이 원하는 것을 바로 제공하기도 한다. 요컨대 고객정보를 통해 상품판매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만일 이 정보 데이터를 플랫폼이 이용한다면 당연히 그 입점업체에 대가를 지불하여야 공정한 거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데이터를 통해 나온 결과는 입점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플랫폼이 입점업체에게 그들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도 않고 입점업체를 배제하는 데 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주기적으로 배송정보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의 지역별, 연령별, 가격대별, 성별, 주문시간별 특성을 분석하여 판매 트랜드 자료를 제공한다.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배민'이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제공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데이터의 소유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사용하는 인공지능(AI)가 바로 이런 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하게 되는데 입점업체 등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의 충분조건을 충족시키는 것, 즉 수익창출모델을 만드는데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데이터 취득에 많은 비용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다. 많은 고객을 모으고 그들이 그 생태계내에서 꾸준히 활동함에 따라 생기는 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쿠팡이 ‘로켓배송’ 개념에 주목하고 물류/배송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결국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홍보물

충분조건 갖추기 위해 '계획된 적자'

문제는 투자비용이다. 로켓배송을 위해서는 대규모 물류센터와 배송을 담당하는 배송기사(독립사업자인가, 아니면 노동자인가의 쟁점도 등장한다.)를 포괄하는 배송망이 필요하다. 물류센터 하나를 건설하는데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만 최소한 1,000억원에서 5,000억원의 비용이 든다. 부지확보, 자동분류시스템 등 자동화설비 뿐만 아니라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 확보 등 설비/운전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쿠팡이 최근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되었지만 누적 결손이 7조원 가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쿠팡의 과제인데 이 과정에서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냉난방시설 등을 갖추는 것도 비용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은 쿠팡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플랫폼 사업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것이다. 물류/배송시스템은 기존의 유통업체와 전문적인 물류회사도 갖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경쟁사들의 고객을 자사의 고객으로 전환시키고 그 고객이 지속적으로 이를 사용하고 고객도 빠른 배송의 이점을 충분히 경험하여 경쟁사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 했다. 쿠팡의 적자를 “계획된 적자”라고 하는 것이다.

로켓배송을 경험한 고객들은 기존 경쟁업체로 돌아가지 않는다. 일종의 중독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엄청난 투자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여 고객을 묶어두고(lock-in)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축출(predatory price: 약탈적 가격)시켜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리나 칸 위원장. 2017년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 졸업논문 제목이 '아마존의 반(反)독점 역설'이었다. 이 때문에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경쟁당국의 규제 사례는

플랫폼이 이와 같이 경쟁제한성을 갖게 되는 것을 지적한 논문(L. Kahn, 2017 「Amazon’s Anti-Trust Paradox」)을 발표한 리나 칸은, 2021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ttee) 위원장으로 취임하여 플랫폼의 경쟁제한성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제목은 1978년 로버트 보크의 책 『반독점 역설』(R. H. Bork, 1978 The Anti-Trust Paradox, A policy at War with Itself)을 패러디한 것이다. 보크의 주장은 미국 반독점정책 흐름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미국 반독점정책은 경제주체의 행위와 구조가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되면 이 행위를 제한하고 구조를 바꾸는 조치를 시행하였다. 보크는 행위와 구조에 더해, 그 결과가 소비자의 후생을 높였는지, 아니면 떨어뜨렸는지를 봐야 하며, 설령 행위와 구조에 문제가 발생할지라도 소비자후생을 개선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책 이후 반독점 판결에서 경제적 분석이 포함되었고 소비자 후생의 변화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칸이 주목한 것은 플랫폼이 선수와 심판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는 것, 경쟁에서 축출된 기업은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우리는 플랫폼이 일종의 시장(market)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다. 시장의 질서를 유지(진입과 퇴출 등)하고 관리하는 것은 심판의 역할이다. 시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업체가 동시에 시장에서 상품을 취급한다면 이해상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플랫폼 사업의 비용-수익구조를 고려한다면 스스로 입점업체가 되고 다른 입점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 심판의 역할을 하는 시장이 자기 회사나 관계사/계열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원할 유인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칸은 위의 논문을 발표한 이후 플랫폼업체가 입점업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금융(은행)과 산업의 분리라는 논리와 매우 유사한 주장이다. 금융은 산업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며, 그 산업의 신용을 금리라는 가격을 통해 정하는 심판의 역할을 한다. 한편 산업(기업)은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존재이다. 만일 이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면 필연적으로 계열기업을 우대하여 가격기능을 왜곡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산분리' 원칙이 등장한 것과 유사한 주장이다.

진입장벽과 네트워크 효과까지 더해서

“계획된 적자”를 언제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자본유치)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자금은 고객이 많을수록, 이용빈도가 높을수록 플랫폼의 생존가능성은 커진다. 초기의 대규모 자금투입은 한편 새로운 플랫폼이 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entry barrier)을 만들어 경쟁을 제한하거나 경쟁업체를 축출하는 요인이 된다. 이미 주요한 플랫폼 기업이 있을 때 새로운 경쟁자가 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플랫폼 기업보다 나은 고객 편의성을 제공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 업체보다 더 큰 자금을 투입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이 이미 학습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 처리/운용 노하우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통해 이미 시장에서 지위를 확보한 업체와 경쟁하기 어렵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일단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상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미국 경제학자 H.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이 소개한 개념이다.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해당 상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인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과도 통하는 개념이다.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 품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그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 다수의 소비자가 구입한 재화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효용이 높은 재화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매를 유인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소비자의 수는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이 존재할 경우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는 매우 어렵게 된다. L. 칸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성격을 지적한 것도 네트워크 효과와 진입장벽에 주목한 것으로 플랫폼 자체가 독점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쿠팡은 다른 입점업체를 차별 대우했는가

공정위가 쿠팡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을 때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만약 공정위가 이러한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다. 쿠팡이 약속한 전국민 무료 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계획된 적자를 발생시키고 경쟁자를 배제하여 수익을 얻는 플랫폼 사업의 본질적 특징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것이다. 로켓배송을 위한 투자가 전국민 무료 배송을 위한 자선사업인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랫폼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PB와 다른 입점업체를 같은 조건으로 대우했느냐 여부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PB를 지원하고 다른 입점업체를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면 당연히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입점업체 배치에 대해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PB상품을 잘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자사 직원들이 구매후기를 작성하여 PB상품을 좋게 평가하는 반면 다른 업체는 나쁘게 인위적으로 평가하여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한 직매입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직매입을 할 경우 쿠팡이 자기 계산으로 상품을 구입하고 판매하여야 하지만, 쿠팡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경우가 있다는 입점업체의 증언이 있다. 매입 후 판매되지 않아 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상품을 구입처에 반환하고 재고부담을 지지 않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즉 로켓배송 상품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라는 것도 쿠팡이 실제 리스크(재고부담 등)를 어느 정도 지는지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주목하여야 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판매촉진을 위한 행사를 할 때 그 비용을 입점업체에 전가하는 것을 공정위가 감독하는 것과 동일한 사안이다.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서 이 부분은 면밀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지점이다. 최근 플랫폼업체의 매출을 둘러싼 감독당국과 업계(예,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처리)의 갈등도 바로 여기에 있다. 리스크를 지지 않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 매출은 수수료로 봐야 하고, 리스크를 지고 자기계산으로 상품을 판매하였다면 상품판매액 전체를 매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중개인가 아니면 플랫폼이 책임지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쿠팡에 예치된 결제자금의 이자는 누구 것인가

공정위가 금융위원회와 함께 플랫폼의 경쟁제한성을 다루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입점업체에게 지급되어야 할 결제자금을 어떻게 활용되는가이다. 플랫폼의 경우 입점업체가 물리적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①직접배송하거나 ②쿠팡물류센터에 보관시킨 상품을 배송하게 된다. 대금 결제에 소요되는 기간이 핵심이다. 쿠팡의 결제 소요기간은 소비자가 구매결정을 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19일에서 60일 정도가 소요(평균 36일, 경쟁업체보다 2배 이상 걸림)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이 일정기간 플랫폼에게 보관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돈은 누구의 것인가? 고객의 물품대금을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에게는 항상 일정 금액이 예치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자금의 운용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 자금을 플랫폼의 운영자금으로 써도 문제가 없다. 만일 플랫폼이 별도의 용도로 사용한 후 플랫폼이 도산한다면 문제가 심각하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 자금을 별도의 계좌에 보관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게 되었다.

이 예치된 자금의 이자는 고객의 것인가, 아니면 플랫폼의 것이 될까? 논리적으로는 고객의 것이거나 입점업체의 것(지급이 늦어지거나 분할지급될 경우)이다. 중국의 알리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에서는 그 자금이 고객의 것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이런 간편결제서비스의 규모가 몇 경원에 이르기 때문에 그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지급이자를 초과하는 자금을 운용하여야 한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 자금을 보관, 운용하는 것은 은행에서 예금을 받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요구불예금 운용에서 요구되는 지불준비금을 적립하는 의무를 중국 금융당국이 도입하였다.

이 문제는 금융안정과 관련된 것으로 공정위와 같은 경쟁당국이 규율하는 사안이 아니지만 경쟁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결제소요기간이다. 쿠팡의 경우 19일에서 60일이 걸리는데 그 기간이 짧을수록 입점업체에 유리하다. 오래전 사용되었던 약속어음의 만기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공정거래법은 그 기간이 일정기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율하고 있다. 경쟁당국은 적절한 결제 소요기간을 규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입점업체에 그 기간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거나 그 대가를 주는 방식 등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힘의 균형을 만들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쿠팡은 2023년, 2010년 창사 후 처음 연간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잉여현금흐름(Free Cash low)은 2020년 흑자로 전환(2019년 - 3억 1,184만달러에서 2020년 3억 155만 달러)되었고 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매입채무, 즉 상품배송이 완료되어 임접업체에 지급하여야 자금으로 2019년 4억 1651만달러에서 2020년 10억 6585만 달러로 증가하였다. 결국 쿠팡이 엄청난 “계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주주들의 자금과 입점업체와 고객들의 자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이 경쟁 유통업체를 경쟁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②로 이어집니다.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