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어떻게 만병의 근원이 되는가?

- 스트레스 반응, 면역 시스템에 경고를 보내다
-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과 그 방법 제안

그 어떤 의료 전문가도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는 스트레스를 단순히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게 만드는 요소로만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어떤 식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한 뒤로는, 의사들이 공식처럼 반복하던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이야기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조언에 대해 ‘받고 싶지 않다고 안 받을 수 있으면 그게 어디 스트레스인가?’라는 답이 따라온다. 혹시 여전히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엄연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관리하는 스트레스’와 ‘방치하는 스트레스’는 분명 다르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 어쩔 수 없이 내 삶을 침범하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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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본질 = 경고

스트레스란 본질적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체가 준비하는 과정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주로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우리 몸은 ‘급성 스트레스 단계’에 접어든다. 이른바 ‘경고’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은 정신적 문제인 경우가 많지만, 본래 스트레스는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나 장애물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스트레스 반응을 가리켜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즉, 이는 바뀐 환경을 인지한 다음 ‘싸우거나 도망가(fight or flight)’라고 알리는 것과 같다.

일종의 ‘생존 본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단순히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위험을 알려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그 반응이 과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 오히려 몸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는지에 따라 면역 시스템의 반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이유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되면 면역 시스템은 현재 몸에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곳에 주목한다. 다친 곳이나 질환을 앓고 있는 부위가 대표적이며, 그런 곳이 없다면 피부가 꼽힌다. 피부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큰 부위이기 때문이다. 면역과 관련된 위협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스트레스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면역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야전에 배치된 병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야전 배치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게 되면, 피로감으로 인해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면역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또한, 이 상태에서는 면역 시스템이 예민하게 활성화 돼 있는 상태이므로 염증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인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평상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상황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만성 스트레스 상황은 만성 염증 상태와 직결된다.

스트레스 요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신체는 항상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계속 활성화되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언제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며, 다시 그 염증에 대항해 면역이 발생하는 자체적 악순환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가 되는 메커니즘이다. 흔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하곤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 그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온몸을 공격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며 신체의 항상성을 흔든다. 심박수와 호흡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염증이 발생하면 머리, 가슴을 비롯한 신체 곳곳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짜증, 집중력 저하, 피로,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측면의 문제도 발생한다.

더 나아가 몸 곳곳의 조직과 장기들의 기능 수행에도 영향이 간다. 이로 인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식욕을 잃거나 반대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영양소 흡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건강 문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면역 시스템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들이 생긴다.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므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상처가 생겼을 때 이를 자체적으로 회복하는 기능도 약해진다. 면역과 염증이 반복되면서 만성 염증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기법

보통 스트레스 완화 기법이라 하면 심호흡이나 명상 등이 꼽힌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을 제시해볼까 한다. ‘진행성 근육 이완(PMR)’은 심호흡과 명상 못지 않게 자주 거론되는 스트레스 관리 기법이다. 신체 각 근육 그룹을 의식적으로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기법이다. 일상생활 도중에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편안한 공간에 있을 때 시도해보기 적합하다.

발끝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각각의 근육에 집중하면서 힘을 빼도록 한다. 근육 그룹을 나누는 것은 임의대로 해도 무방하며, 한 번에 한 그룹씩 집중해서 약 5초 동안 긴장시켰다가 자연스럽게 이완시키는 과정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유도하며, 신체 각 부위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명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저널링(Journaling)’이다. 이는 자신의 현재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정리 효과를 줄 수 있다. ‘기록’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기처럼 편안하게 쓰는 방법, 그것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빈 종이에 낙서처럼 적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종이에 적어도 상관 없고, 디지털 기기에 적는 것도 무방하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등을 표현해보고,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쌓인 감정을 어딘가에 표현함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 또한 좋은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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