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미사일도 전투기도 잡는다…국산 ‘하늘의 수호자’ 위력은 [박수찬의 軍]
제1차 세계대전 이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행기나 미사일은 군대와 민간인에게 가장 공포스런 위협이었다.
이같은 위협에 대응하고자 등장한 장비가 레이더다. 전자기파를 물체에 쏘고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수신해 거리, 방향, 고도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는 방공작전의 필수품이다.
◆한국군보다 중동이 더 좋은 레이더 쓴다
지난 2011년 개발에 성공한 M-SAM의 일부인 다기능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만든다. 다수 표적을 탐지·추적·식별해서 지대공미사일을 유도하고, 요격을 확인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국내기술로 만든 첫 다기능레이더다.
M-SAMⅡ에선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이 추가됐다. 국산화율도 84%를 달성,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뒀다. M-SAMⅡ 레이더의 핵심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레이더도 만들 수 있었다.
M-SAM 다기능레이더는 공랭식 X-Band 수동형전자주사(PESA) 레이더를 사용한다. 기계식 회전 레이더보다 훨씬 빠르게 360도 탐색을 하며 최대 150㎞ 떨어진 표적을 탐지한다. 전자전 상황에서 재밍 시도에 대응하는 능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SAMⅡ 개발을 마친 2017년 이후 다기능레이더에 대한 한국군의 성능개량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해외 도입국은 한국군보다 앞서는 모양새다. 2021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는 LIG넥스원과 M-SAMⅡ 도입계약을 맺었고, 2022년 1월 한화시스템과 다기능레이더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차량 탑재형의 경우 한국군 M-SAMⅡ는 전원장치가 있는 컨테이너 위에 레이더를 장착했다. 무게중심과 높이가 높다.
반면 8륜 차랑에 탑재되는 수출형은 차체 아래쪽 중앙부에 레이더가 있다. 무게중심과 높이가 낮아졌다.
중동 사막에서 한국군처럼 레이더를 탑재하면 모래 지형에서 차량 이동이 쉽지 않다. 이를 방지하려면 무게중심과 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레이더 위치가 바뀐 이유다. 한화측 관계자는 “UAE에서도 이 부분은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고온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모래와 먼지가 많은 뜨거운 공기다. 공랭식으론 냉각효과가 없고, 필터를 설치해도 먼지가 장비 내부로 들어와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UAE 수출형은 수냉식으로 냉각을 한다.
레이더 경량화도 이뤄졌다. AESA 레이더는 기계적인 작동부분이 대부분 반도체로 대체된다. 전자전 대응능력과 출력, 탐지능력 등을 강화하면서 무게는 가벼워진다.
사막 환경에서도 24시간, 7일 연속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M-SAMⅡ 구매 계약을 체결한 사우디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레이더가 공급될 전망이다.
이같은 특성은 UAE와 사우디의 안보·지형 문제와 관련이 깊다. 예멘 후티 반군은 UAE와 사우디에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쏘고 있다. 이란도 다양한 미사일과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은 전투기부터 드론까지 모든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한반도는 남북간 종심이 길지만 UAE는 남북보다 동서 간 폭이 더 넓다. 한국군은 휴전선에서 남해안에 이르는 곳에 여러 겹의 종심 방공망을 구축할 수 있지만, UAE는 국경을 따라 서부에서 동부에 이르는 일자(一字)형 방공망을 구축해야 한다.
일자형 방공망은 한번 뚫리면 대응이 쉽지 않다. UAE로선 조금도 쉴 틈 없이 레이더를 가동하면서 가능한 먼 곳까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는 광대한 영토를 갖고 있어 감시범위 확대가 절실하다. 한국군 버전으로 양국의 작전적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는 셈이다.
이는 M-SAMⅢ 개발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4월 방위사업청은 2034년까지 2조8300억원을 투입해 M-SAMⅢ를 개발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M-SAMⅢ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요격회피능력을 지닌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의 요격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보다 우수한 레이더가 필수다.
UAE 수출형은 이같은 수요에 부합한다. 이미 개발이 진행중이고 생산도 이뤄질 예정이라 단기간 내 전력화도 가능하다.
장사정포요격체계(LAND)는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북한군 장사정포와 전술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탐지해 공격함으로써 수도권 주요 시설을 보호하는 체계다.
ADD가 주관하고 한화시스템이 시제 업체로 참여해서 개발중인 다기능레이더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사용한다. 다수의 군집 표적을 탐지, 개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시제품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최대 100개 이상의 표적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레이더는 차량 탑재형과 분리형으로 구성된다. 주요 시설 방어와 더불어 북한군 동향에 따라 신속한 전개도 가능하다.
레이더의 성능은 이스라엘 아이언돔보다 더 우수하다. 한때 아이언돔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2020년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선행연구에서 아이언돔은 구매가 제한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국내 연구개발에 의한 획득으로 전환됐다.
아이언돔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저지하고자 개발됐다. 이들 조직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단을 쏘아올리며 공격에 나선다.
로켓탄 공격은 다수의 군집 발사 대신 간헐적 공격 위주다. 발사되어 날아오는 경로도 제각각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다기능레이더를 개발했던 경험을 토대로 연속적으로 접근하는 다수의 근접 표적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레이더가 표적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헐적으로 날아오는 로켓탄을 저지하는 아이언돔과 달리 일정 방향으로 한꺼번에 수십~수백발이 날아오는 방사포탄을 탐지해야 하는 장사정포요격체계 레이더는 모든 고속 소형표적을 탐지해서 식별해야 한다.
남쪽으로 날아오는 표적이 방사포탄인지, 방사포탄이라면 몇 발인지, 종류는 무엇인지 등을 레이더가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더 신호에 잡음(noise)이 섞여있으면 레이더 운용병이 방사포탄을 구름이나 새떼로 오인할 위험이 있다.
레이더에서 방사포탄 1발이 날아온다고 판단하고 대응했는데, 실제로는 서로 근접한 상태에서 비행하던 방사포탄 4발이라면 요격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레이더의 기계적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수인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화시스템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인 분해능을 향상시켜 수백발의 장사정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사업 초기에는 불신이 적지 않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장사정포요격체계의 레이더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드론방어체계 등과도 긴밀하게 연결될 전망이다.
북한은 대구경방사포를 배치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넣고 있다. 유도기능도 갖춰 핵심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단거리탄도미사일과 기술적 특성이 유사하다.
저고도 방어를 맡는 M-SAM, 패트리엇(PAC-3)의 레이더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정확도를 높이고 임무를 분담한다면 KAMD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크기가 매우 작은 북한군 소형 드론은 일반적인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해능을 높인 장사정포요격체계의 레이더는 소형 드론도 탐지할 능력을 갖췄다.
북한이 유사시 드론을 투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장사정포요격체계 레이더도 향후 대드론(anti drone) 작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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