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삶] 2025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MBTI

장기민 2025. 12. 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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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기업의 체질을 함께 연구해온 필자는 현재 출간을 준비중인 '도시의 MBTI' 라는 책 작업을 통해 도시도 하나의 인격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제 그 시선을 기업으로 옮겨, 중부일보 지면에서 2025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MBTI를 연재하며 우리 곁의 기업들을 인격과 기질의 언어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외식·건설·버추얼 아이돌·VVIP 멤버십이라는 전혀 다른 네 개의 브랜드를 ESFP, ESTP, ENFP, ENFJ라는 네 가지 MBTI로 읽어보고, 2026년 도약을 위한 경영 방향을 제안해본다.

첫 번째 사례인 와이엔컴퍼니(YN)는 한식 일반음식점, 샐러드 전문점, 커피전문점을 함께 운영하는 초기 성장기 외식 기업으로, 현장 감각과 고객 경험에 강한 ESFP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양주 별내동이라는 성장 상권에서 MZ세대와 직장인을 겨냥한 헬시·간편식 이미지를 구축해가며, "뭐가 잘 팔리는지"를 몸으로 먼저 읽어내는 타입이다. 메뉴 구성, 객단가, 회전율과 같은 숫자도 결국 현장에서의 촉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ESFP형 외식 기업의 2026년 과제는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잘"이다. 와이엔컴퍼니는 이미 고객 반응을 끌어내는 메뉴와 공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그 중에서 핵심 메뉴와 대표 콘셉트를 선별하고, 브랜드를 불필요하게 분산시키는 요소를 정리해야 한다. 점포 수를 늘리기 전에 점포 하나하나의 손익 구조, 현금흐름, 인건비·원가 관리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선행될 때, ESFP형의 강점인 현장감은 2026년에 안정적인 이익과 신용등급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두 번째 사례인 티피에이종합건설은 ESTP형, 즉 현장형 도전 기업의 얼굴을 하고 있다. 설립 2년 차에 공공·민간을 넘나드는 건축·토목·조경·시설물 입찰을 수십 건 수행하며, "일단 부딪쳐 보고 기회를 잡는" 추진력이 눈에 띈다. 대표이사와 소수 인력이 중심이 되어 빠르게 입찰에 참여하고 현장을 소화해내는 구조는 ESTP형 기업 특유의 속도와 담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ESTP형 건설사에게 2026년은 숫자와 시스템을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단기간 매출 확대가 중요한 시기를 지나면, 영업이익 흑자 전환, 부채비율 정상화, 자본잠식 해소와 같은 기초 체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티피에이종합건설은 입찰 건수를 더 늘리는 전략보다는, 마진이 낮거나 리스크가 큰 공사를 정리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프로젝트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 여기에 메인비즈 등 기업인증과 핵심 공법·공사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특허·브랜드 자산을 쌓는다면, 2026년 이후에는 "매출은 크지만 불안한 도전자"에서 "재무와 기술, 브랜드가 균형을 이룬 현장형 종합건설사"로 체질을 전환할 수 있다.

세 번째 브랜드 엔테이크(NTAKE)는 노마드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밴드 프로젝트로, ENFP형 버추얼 캠페이너에 가깝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밴드 세팅의 커버 영상과 쇼츠를 선보이며, 음악과 캐릭터, 세계관을 엮어 글로벌 팬덤과 소통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가상 밴드이지만 감정과 서사는 실제보다 더 생생하다"는 기획 의도 자체가 ENFP형의 상상력과 외향성을 잘 보여준다.

ENFP형 브랜드의 2026년 과제는 무한한 아이디어를 한 단계 수렴하는 일이다. 엔테이크는 커버 영상, 오리지널 곡, 굿즈, 이벤트,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하고 싶은 실험이 많다. 그러나 2026년까지는 모든 의사결정을 "버추얼 밴드인가 아닌가"라는 한 문장으로 정렬할 필요가 있다. 커버에서 오리지널, 오리지널에서 시즌제 스토리 아크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명확히 설정하고, 각 단계마다 세계관과 음악적 정체성을 축적해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팬을 공동 프로듀서로 초대하되, IP와 세계관의 최종 설계 권한은 브랜드가 쥐는 구조를 확립한다면, ENFP형의 장점인 창의성과 소통력은 2026년에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

네 번째 사례인 레거시리더스는 청담동 비즈니스 라운지를 시작으로 VVIP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공간, 네트워킹, 투자 프로젝트를 결합한 헤리티지 멤버십을 제공하는 ENFJ형 브랜드다. 비즈니스 살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가 곧 자산"이라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커뮤니티형 기질이 뚜렷하다. 공간·이벤트·투자·사회공헌을 엮어 관계의 질과 평판 자산을 키우려는 시도 역시 ENFJ형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ENFJ형 레거시리더스의 2026년 과제는 콘셉트의 확장보다 기준의 정교화에 있다. 청담 1호점에서 월별 손익 구조, 멤버십 수익, 프로젝트 수익을 분리해 표준 모델을 완성하고, 2~3개의 거점만 선택과 집중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누구나 함께 하고 싶지만, 아무나 함께 할 수는 없는"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한 입회·추천·퇴회 기준을 명확히 해, 단기 매출보다 장기적 헤리티지 가치를 우선하는 운영 철학을 지켜야 한다. 이를 통해 레거시리더스는 단순 라운지 브랜드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VVIP 비즈니스 인프라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MBTI는 과학적 진단 툴이라기보다, CEO와 컨설턴트가 기업의 기질과 방향을 대화하는 데 유용한 언어다. ESFP 외식 기업, ESTP 건설사, ENFP 버추얼 아이돌, ENFJ 살롱 멤버십은 서로 다른 산업에 서 있지만, 모두 2026년이라는 동일한 시간 앞에서 "성격에 맞는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공유한다. 도시와 기업, 브랜드의 성격을 함께 읽어내는 작업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자신의 MBTI를 거울 삼아 재무, 사람, 공간, 콘텐츠를 한 번 더 점검해 볼 수 있다면, 2025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MBTI 연재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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